2017.7.10.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창세28,10-22ㄱ 마태9,18-26



평생 수련자修鍊者의 삶

-지금 여기가 하느님의 집, 하늘의 문-



수도회마다 수련기가 있습니다. 수도생활중 가장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입니다. 수도원에 입회하여 지청원기를 지나면 1년내지 2년의 수련기를 지내게 되고 이어 유기서원기가 끝나면 대망의 종신서원입니다. 수련기때는 말그대로 수도생활의 기초를 다지며 성소를 깊이 확인하는 시기로 가장 긴장하여 깨어 생활하는 때입니다. 공동체 수도형제들도 수련자들의 삶을 유심히 살피며 각자의 성소를 가늠해 보곤 합니다.


평생 수련 인생입니다. 1-2년의 수련기가 아니라 평생이 수련기라는 것입니다. 수도자는 물론이고 믿는 이들 모두가 영원한 훈련병, 영원한 수련자입니다. 매일 깨어 새롭게 시작하는 훈련병이자 수련자입니다. 제대가 없는 영원한 현역의 훈련병, 수련자입니다.


어제 한 자매가 들려준 감동적 일화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게 된 아들의 지도교수님이 될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의 세계적인 석학, 87세 '페리 맥칼티(Perry McCarthy)' 노교수님에 관한 일화입니다.


“제 아들은 한국의 대학에서 겪지 못한 일이라 크게 감명받았다 합니다. 한국을 방문하여, 아들의 실험장을 방문하여 함께 참여하면서 참으로 친절하게 일일이 설명하며 지도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87세 노교수의 너무나 소탈하고 진실하고 순수한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초강대국 미국의 저력인 것 같습니다.”


듣고 보니 참된 수행자를, 구도자를 만난 듯 했습니다. 어느 분야든 일가의 경지를 이룬 대가들의 특징은 순수와 정열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87세의 영원한 현역의 노교수야 말로 구도자의 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식만의 스승이 아니라 보고 배울 삶의 스승까지 되니 이보다 좋은 스승은 없습니다. 정말 대가는 전문 분야에서만 박사가 아니라 삶에서도 박사임을 깨닫습니다. 


아브라함에 이은 이사악, 그리고 오늘의 창세기의 주인공 야곱 역시 구도자의 모범입니다. 레베카 어머니와 공모하여 이사악 아버지와 에사우 형을 속여 축복을 가로챈 업보로 이제 기나긴 인생 수련기가 시작됩니다. 이제 무수한 시련을 통과해가야 할 수련자이자 훈련병이 된 야곱입니다.


에사우를 피해 도주하여 집을 떠나 하란을 향할 때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참으로 좌절감과 절망감에 마음은 한없이 외롭고 고독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야곱은 하느님을 간절히 찾았을 것이며 하느님은 노지露地에서 돌베개를 베고 잠든 야곱을 찾아오셨습니다. 야곱은 축복과 더불어 하느님의 약속을 들었습니다.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 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 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창세28,15).


이런 하느님의 은혜로운 체험은 야곱의 평생 수련의 삶에 내적 힘의 원천이 되었을 것입니다. 비록 광야여정의 떠도는 몸이지만 하느님은 그의 영원한 정주처가, 안식처가 되었을 것입니다. 진정 살 힘은 살아계신 주님을 체험할 때 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야곱의 감격에 넘친 고백입니다.


“진정 주님께서 이곳에 계시는데도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구나.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이곳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집이다. 여기가 바로 하늘의 문이구나.”(창세28,16-17).


하느님을 찾아 밖으로 나갈 것은 없습니다. 평생 수련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바로 지금 여기가 하느님을 만날 거룩한 장소 하느님의 집, 하늘의 문인 베텔입니다. 야곱이 얼마나 간절히 하느님을 찾았던 열정의 구도자인지 깨닫습니다. 하느님을 간절히 찾을 때 만납니다. 


오늘 복음의 회당장과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던 두 분 역시 참된 구도자의 모범입니다. 계속되는 삶의 시련이요 수련입니다. 두 분 다 삶의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주님을 찾았습니다. 인생 수련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간절한 열정에 겸손한 믿음입니다. 예수님께 엎드려 절하며 간청하는 회당장입니다.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면 살아 날 것입니다.”(마태9,18).


회당장의 간청에 응답하신 예수님은 소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살려 내십니다. 딸의 소생을 통해 하느님을 체험한 인생 수련자 회당장의 믿음도 더욱 깊어졌을 것입니다. 열 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던 인생 수련자 자매 역시 간절한 믿음으로 예수님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었고 예수님의 구원 선언을 받았습니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태9,22).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우리 역시 믿음으로 주님의 말씀과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 영육의 전인적 치유의 구원을 받습니다. 새삼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절망으로 자포자기하여 일어나지 않는 것이 대죄임을 깨닫습니다. 


넘어지면 곧장 주님의 손을 잡고 일어나 믿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영적 탄력이 좋은 자가 진정 주님의 수련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평생 인생 수련에 충실하고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내 안의 모든 것도 거룩하신 그 이름 찬미하여라.”(시편103,1). 아멘.

  • ?
    오늘사랑 2017.07.10 08:48
    감사합니다!
  • ?
    아녜스 2017.07.12 10:31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그 말씀이 제게도 들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68 그리스도왕 중심의 삶 -찬미의 삶, 평화의 삶, 섬김의 삶-2022.11.20.연중 제34주일(세계 젊은이의 날, 성서주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2.11.20 193
1267 로고스(말씀) 찬미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2022.12.25.주일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프란치스코 2022.12.25 193
1266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다운 수행자, 성소자, 증언자의 삶-2023.1.15.연중 제2주일 프란치스코 2023.01.15 193
1265 주님의 기도 -온 인류에게 주신 참 좋은 선물-2023.10.11.연중 제27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3.10.11 193
1264 영원한 생명-2016.4.7. 목요일 성 요한 밥티스타 드 라 살 사제(1651-1719)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04.07 194
1263 온전한 진리의 삶 -십자가의 죽음, 영광의 부활-2017.3.15. 사순 제2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7.03.15 194
1262 자주 주님과 함께 머무릅시다 -침묵과 고독-2018.1.10. 연중 제1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8.01.10 194
1261 성소聖召와 식사食事 -밥은 하늘이다-2018.1.13. 연중 제1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8.01.13 194
1260 예수님이 답이다 -우리의 ‘홈쉬트 홈home! sweet home’인 예수님-2018.2.5. 월요일 성녀 아가다 동정 순교자(+25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2.05 194
1259 생명의 빵 -예수님은 생명의 빵이시다-2018.4.19. 부활 제3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4.19 194
1258 아름다운 인생 가을 열매들 -성령의 열매들, 사랑의 열매들- 2018.10.17.수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35-110)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10.17 194
1257 삶의 중심 -너는 나의 종이다-2019.4.16.성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4.16 194
1256 축복 받은 삶 -‘신의 한 수’이자 ‘축복의 선물’인 우리들-’2022.1.1.토요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2.01.01 194
1255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삶 -사랑과 분별의 지혜-2022.8.8.월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1170-122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8.08 194
1254 사랑의 찬미, 찬미의 기쁨, 찬미의 훈련 -희망(꿈), 열정, 찬미-2022.10.13.연중 제28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2.10.13 194
1253 하느님의 궁극적 승리 -“인내의 승리, 찬미의 승리”-2022.11.23.연중 제34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2.11.23 194
1252 “나를 따라 오너라” -하루하루 날마다 주님을 따르는 삶-2022.11.30.수요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프란치스코 2022.11.30 194
1251 진리의 증언 -주님의 반사체(反射體)로 살고 싶다-2022.12.16.대림 제3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2.12.16 194
1250 하느님의 기쁨에 동참하는 삶-2015.11.5.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11.05 195
1249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기도와 환대歡待-2016.11.12.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1580-1623)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11.12 195
Board Pagination Prev 1 ...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