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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2. 대림 제3주간 월요일                                                                  민수24,2-7.15-17 마태21,23-27



                                                              참 권한權限의 기원起源



정당한 권한을 행사할 때 승복합니다. 똑같은 말을 해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영향은 판이합니다. 진정한 권위를 지녔을 때, 그에 맞갖은 정당한 권위를 행사했을 때 누구나 수긍하고 인정합니다. 그렇지 못했을 때 흔히 직면하는 ‘네가 뭔데’ 또는 ‘너나 잘해’라는 반발일 것입니다.


얼마전의 체험도 잊지 못합니다. 어느 지인의 간곡한 혼인주례부탁으로 생전 처음 대림 제1주일 수도원 미사를 못하게 되었습니다. 주일미사를 하고 혼인미사를 거행하면 되겠지만 시간이 중복되어 도저히 수도원 미사를 할 수 없기에 문제였습니다.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혼인미사를 집전했습니다만 주일 혼인미사에 참석하는 신자들이 문제였습니다.


“오늘 주일날 혼인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주일미사를 따로 해나 되나요?”


저도 이런 경우를 처음 대했기에 참 대답하기가 막막했습니다.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혼인미사를 참석하면 되겠습니다만 이건 아닌 것 같고 참 대답하기가 난감했습니다. 어느 경험이 많은 본당수녀에게 물었더니 혼인직계 가족들은 혼인미사만 하면 되지만 일반신자들은 주일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아닌 것 같아 마침 외출중인 전례학을 공부한 원장수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즉시 명쾌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둘 중 하나만 하면 됩니다.”


얼마나 자유롭게 하는 답변인지요. 주일미사든 혼인미사든 하나만 하면 된다하니 정말 복음적입니다. 둘다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율법적일 것입니다. 전례학을 공부하여 자격을 지녔다 인정하기에 누구나 믿을 수 있는 이런 권위있는 답변입니다.


결국은 자격을 묻는 것입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일을,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래서 자격증을 필요로 합니다. 객관적으로 검증되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자격을 지녔을 때 모두가 승복합니다. 하여 그가 누구인가 알고 싶을 때는 그가 살아온 경력부터 봅니다. 책을 볼 때도 먼저 읽어보는 것은 저자의 학력, 경력및 성과물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모두 정당한 권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권한의 기원에 대해 묻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인지 혹은 사람으로부터인지의 기원을 묻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의 질문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


예수님의 자격을, 권한을 묻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유대교에서 높은 직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교회법 박사나 영성신학박사도 아닙니다. 도대체 믿을 만한 객관적 자격증 같은 것도 없습니다. 사실 예수님의 경력은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마 학력도 무학일 것입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라는 반문에서 보다시피 예수님의 출신지 또한 그의 권위나 자격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봅니다.


수석사제나 백성의 원로들에게는 그 직위에 맞갖은 권한이 주어졌지만 예수님에게는 전혀 그런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이들의 문제 제기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대응에서 그의 천상지혜가 빛을 발합니다. 예수님은 질문으로 답변을 대신합니다.


“나도 너희에게 한 가지 묻겠다. 너희가 나에게 대답하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진퇴양난의 처지를 벗어나게한 천상지혜의 답변입니다.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처럼 예수님 자신이 하신 일도 하늘에서 온 것임을 은연중 표현한 것입니다. 수석사제들과 원로들은 군중이 두려워 ‘사람에게서 왔다’라고 말하지 못했으니 그들은 모두 요한을 예언자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민심이 천심임을 깨닫습니다. 세례자 요한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무수히 따랐던 민중들을 통해 민심이 천심임을, 이분들의 권위가, 권한이, 자격이 하늘로부터 온 것임을 당대의 민중들은 깨달았을 것입니다. 얼마전 광화문의 자발적 축제와 같은 평화로운 촛불 집회 뉴스를 보면서도 민심이 천심임을 깨달았습니다. 촛불을 든 온 세대가 망라된 무수한 사람들을 보았을 때 상반된 감정을 느꼈습니다.


“두렵다. 사랑스럽다.”


그대로 전율戰慄의 체험, 황홀恍惚의 체험하느님 체험이었습니다. 무수한 군중이 두려우면서도 한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종교학자들은 절대자의 체험을 ‘전율의 두려움과 황홀의 사랑’ 둘로 요약합니다.


오늘 제1독서의 발람의 신탁역시 하늘로부터 기인됨을 봅니다. 거푸 신탁때 마다 반복되는 발람의 고백이 이를 입증합니다. ‘열린 눈을 가진 사람의 말이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지식을 아는 이의 말이다. 전능하신 분의 환시를 보고 쓰러지지만, 눈은 뜨이게 된다.’ 다음 발람의 고백에서 그가 참으로 하느님의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발락이 비록 그의 집에 가득 찰 만한 은과 금을 준다 하여도, 나는 주님의 분부를 어기고서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나는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만 말해야 합니다.”(민수24,13).


바로 이 고백후에 나오는 고백이 오늘 독서 후반부,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난다.’라는 메시아 탄생의 환시입니다. 마침내 발람의 환시를 통한 예언대로 우리는 이 은총의 대림시기 메시아 탄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주 예전에 읽은 기막힌 추천사가 생각납니다. ‘이름 석자가 추천사입니다.’라는 참 짧은 추천사입니다. 누구나에게 알려져 있고 인정받기에 추천사가 필요없다는것입니다. 이름 석자가, 이름 석자의 삶 자체가 최고의 권위요 자격이요 추천사라는 것입니다. 바로 요한이, 세례자 요한이, 발람의 이름이 그러합니다. 


흔히 사제를 하느님의 사람, 그리스도의 사람, 교회의 사람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바로 하느님이, 그리스도가, 교회가 그가 지닌 권위와 자격의 근거라는 것입니다. 과연 이런 권위에, 자격에, 권한에 알맞은 그의 삶인지 부단히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각자에 알맞는 천상권한과 지혜를 선물하십니다. 이 거룩한 성체성사가 우리의 참 권위의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주님, 당신의 길을 알려 주시고,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소서. 저를 가르치시어 당신 진리로 이끄소서. 당신은 제 구원의 하느님이시옵니다.”(시편25,4-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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