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13.목요일 이 성철 사도 요한(1922-2023)을 위한 장례미사

이사25,6ㄱㄴㄷㅂ.7-9  2코린4,14-5,1 마태11,25-30

 

 

 

“요한 형님, 축하드립니다!”

-귀향歸鄕의 여정-

 

 

 

오늘 장례미사를 봉헌하는 이성철 사도 요한은 제 사촌 형님이 됩니다. 저는 불암산 기슭 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에 살고 있는 이수철 프란치스코 수도사제입니다. 저는 2년전 2021년 10월 25일 여기 청담동 성당에서 윤여임 엘리사벳 사촌 형수님의 미사를 봉헌하며 강론했고, 2년후 오늘은 부군夫君인 요한 사촌 형님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며 강론을 하고 있습니다. 

 

요한 형님은 지난 7월11일 저희 사부 성 베네딕도 아빠스 대축일날 선종하셨고 그날 오후 조카 글라라로부터 선종 소식을 들었습니다. 듣는 순간 “아, 형님은 우리 사부 성 베네딕도처럼 사셨구나!”하는 찬탄이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형님은 정말 베네딕도 성인처럼 한결같이, 끊임없이, 노력하며 믿음으로 사셨습니다. 저는 떠나시는 형님의 모습이 다시 보고 싶어 어제 오전 장례식장을 찾아 문상할 때. 형님의 영정사진을 보며 저절로 나온 인사 말마디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요한 형님, 선종을 축하드립니다!”

 

상주인 조카들에게도 ‘축하드린다’고 ‘그동안 수고많으셨다’고 축하와 더불어 위로의 인사의 덕담을 드렸습니다. 정말 장례식장에서 문상하면서도 “아, 정말 잘 살면 죽음도 기쁨의 축제가 될 수 있겠구나!” 크게 배웠고 깨달았습니다. 상주들도 찾는 조문객들도 다들 밝고 평화로운 미소 가득한 분위기였습니다. 저에겐 참으로 은혜로운 체험이었고 하느님께 많이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문상하며 축하드린다 인사하기도 처음입니다.

 

참으로 후손들이나 후배들에게 참 좋은 최고의 선물이자 유산은 선종의 죽음일 것입니다. 요한 형님은 자녀들에게 우리 후배들에게 참 좋은 선종의 선물을 남겨 주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선종의 복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물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 물음에 직결됩니다.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는 은총입니다.

 

저는 삶을 “귀향歸鄕의 여정”이라 부르곤 합니다. 죽음은 바로 아버지의 집인 본향本鄕으로의 귀향이라는 것입니다. 긴듯해도 강물처럼 흐르는 짧은 인생입니다. 그래서 성 베네딕도는 규칙에서 제자들에게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두고 살라” 말씀하였습니다. 참으로 하루하루 깨어 충실히 살 수 있는 비결을 나누고 싶습니다. 

 

바로 일일일생一日一生, 오전 6시 일출과 더불어 오후 6시 일몰때까지 내 삶을 하루로 압축하여 내 현재 시점을 확인해 보는 겁니다. 저는 75세이니 오후 4시쯤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일년사계一年四季, 봄-여름-가을-겨울로 압축해 보는 것입니다. 제 경우의 시점은 초겨울쯤 되는 듯 합니다. 바로 이렇게 삶을 압축해보면 내 삶의 시점이 확연히 드러나고, 하루하루가 참으로 하느님의 소중한 선물임을 깨닫게 되며, 삶의 환상이나 거품이 걷힌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이에 근거한 제 좌우명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위 제 좌우명은 다음 라틴어 세 격언으로 요약됩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삶의 환상이나 거품이 걷힌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게 하는 말씀입니다.

 

1.Memento mori(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2.Amor fati(아모로 파티:운명을 사랑하라)

3.Carpe diem(카르페 디엠:현재를 살라) 

 

삶은, 행복은 은총이자 선택이요, 훈련이자 습관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주님을, 행복을, 희망을, 기쁨을, 평화를 선택하여 훈련하며 습관화하는 것입니다. 이래야 영혼 건강, 정신 건강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습니다. 참으로 우리 삶의 중심이신 주님께 하루히루 날마다 신뢰와 희망과 사랑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살 때, 주님은 우리 모두 하루하루 충실히 살 수 있는 은총을 주십니다. 주님은 언제나 우리를 초대하시어 위로하시고 치유하시며 격려하십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활짝 열린 구원의 문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11,28).

 

"주님, 이성철 요한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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