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5.5.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사도16,1-10 요한15,18-21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삶-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가? 믿는 이들 누구나가 묻는 질문입니다. 결과야 어떻든 하느님의 뜻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의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면담성사때 어느 자매와 주고받은 대화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20년간 살아왔는데 이혼하게 되니 남는 것이 없어요. 결과가 너무나 허망합니다.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20년 동안 최선을 다해 사셨는지요?”

“예, 나름대로 믿음으로 최선을 다해 힘껏 살았습니다.”

“아, 됐습니다. 최선을 다해 사셨다면 그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결과로서 알 수 있는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과정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결과는 하느님께 달려 있는 것이니 결과야 어떻든 최선을 다했으니 믿음으로 그 결과도 받아들이십시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충실성입니다. 진인사대천명이라 했습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는 것이 믿음입니다. 이러면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삶도 지극히 단순해집니다.”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 환하게 밝아진 얼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기쁘게, 늘 기도하며, 어떤 처지에서든 감사하며 살 때 그대로 하느님의 뜻대로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사도행전에서 2차 전도여행에 오른 바오로 일행을 통해서도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선명히 드러납니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전도여정의 삶 중에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바오로를 알게 모르게 인도해 주신 성령임을 깨닫습니다. 


‘성령께서 아시아에 말씀을 전하는 것을 막으셨으므로, 그들은 프리기아와 갈라티아 지방을 가로질러 갔다.’


믿는 이들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살 때 내 뜻대로가 아닌 하느님의 뜻대로 전개되는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늘 하느님께 열려있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하느님은 성령, 예수님의 영, 환시를 통해 바오로를 인도하셨고 바오로는 깨어 이에 충실히 응답했음을 봅니다. 


마침내 환시중에 “마케도니아로 건너와 저희를 도와주십시오.”청하는 한 마케도니아 사람의 청을 듣고 마케도니아에 복음을 선포하게 됩니다. 성령은 바오로에게 인간 주도로 결정된 온갖 방향을 차단하고 유럽으로 가는 길만을 남겨 놓았던 것입니다. 


현재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기적같은 현상에 놀라워 하는 어느 평자의 마무리 글도 생각납니다. 


“어쨋든 한반도의 운명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지도 모를 획기적인 변화가 이처럼 엉뚱한 인간, 미대통령 트럼프를 매개로 그 물꼬가 트인다는 것은 실로 기묘한 아이러니이다. 하지만 이 아니러니가 한반도의 해빙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축복’임에 틀림없다. 논리적인 언어로는 예측도, 설명도 하기 어려운 역사의 전개 앞에서 새삼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평자가 놀라워하는 역사의 전개를 우리는 하느님 섭리의 손길로 해석합니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기도하며 노력할 때 모두를 합력하여 선으로 인도하는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의 손길을 깨닫습니다. 남북과 북미의 해빙무드에 북한이 친미화될까봐 몸이 달아 전전긍긍 안절부절 못하는 중국의 처지도 참 재미있습니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입니다. 무엇이 하느님의 뜻입니까? 날마다 진심으로 제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으로 하느님을 감동시키는 지극하고 겸손한 삶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하느님께서 일하시도록 자리를 마련해 드리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우리나라가 살 길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보든 흔들림 없이 이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이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예수님 당대의 제자들은 물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를 미워하는 것이다. ‘종은 주인보가 높지 않다.’고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여라.”


삶에서 오늘 온갖 시련과 알게 모르게 주어지는 박해상황은 바로 세상에 속하지 않고 예수님께 속하였기 때문에 오는 것이니 끝까지 견디며 이겨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분명 이런 이들을 도우시며 바로 이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비상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세상에 부화뇌동하거나 좌절함이 없이 진심으로 제자리에서 하느님만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 살면 됩니다. 이렇게 사는 이들에게 주시는 위로와 격려의 예수님 말씀입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16,33ㄴ).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각자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항구한 믿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게 하십니다. 끝으로 자작 좌우명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첫 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하늘 향한 나무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하느님 불러 주신 이 자리에서

하느님만 찾고 바라보며 정주(定住)의 나무가 되어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살다보니 작은 나무가 

이제는 울창한 아름드리 하느님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바로 이렇게 주어진 제자리에서 항구한 정주의 믿음으로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아멘.

  • ?
    안젤로 2018.05.05 08:58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우리의 삶이 주님을 향한 여정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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