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15. 금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1217-1274) 기념일

                                                                                                         이사38,1-6.21-22,7-8 마태12,1-8


                                                                      사랑은 분별의 잣대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입니다. 결코 율법이 분별의 잣대가 아닙니다. 아니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사랑보다는 연민(compassion)이, 자비(mercy)가 더 깊어 좋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은 자비입니다. 사랑은 상식에 기초합니다. 사랑의 기적입니다. 사랑은 책임감입니다. 제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순례를 완성할 수 있음도 책임감의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은 만민 보편언어입니다. 어디에서나 다 통하는 만민보편언어가 사랑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다.”(호세6,6).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호세아 예언자를 통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 주십니다. 예수님이나 1독서의 이사야 예언자나 이런 하느님의 자비를 고스란히 닮으셨던 분입니다. 


역시 어제 고향순례의 마지막 여정을 잠시 나누면서 강론을 시작합니다. 제 고향에 인근에 있는 유명한 두 곳을 순례함으로 순례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우선 단군이래 최고의 천재이자 명필인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을 순례했습니다. 비록 가톨릭은 아니더라도 그 깨달음의 깊이는 관상의 정점에 도달한 분이셨습니다. 그분의 몇 깨달음의 단편들입니다.


“세상에서 두 가지 큰 일은 밭갈고 독서하는 일이다.”

“한나절은 정좌하고 한나절은 책읽고.”

“봄바람처럼 큰 아량은 만물을 용납하고,”

“가을물같이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

“늙어서도 특이한 글자를 보면 눈이 맑아진다.”

“멀리서 훌륭한 선비의 소문을 들으면 금방 마음을 터놓게 되고,”


몇 인상적인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그분의 깊은 깨달음의 편린들입니다. 충남 예산 신암면의 추사 김정희의 고택에 이어 당진 송산 솔뫼에 있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생가를 순례했습니다. 목사님인 사촌형님이 저를 배려한 사랑이었습니다. 천주교 신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성지를 순례함으로 이번 1박2일의 휴가는 성지순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촌 목사 형님은 저와 함께 미사에도 참석했습니다. 


새삼 가톨릭교회는 말뜻 그대로 보편적인 종교요 가톨릭 신심이 깊어짐에 따라 자비의 ‘보편인(universal man)’이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떠나 올 때 목사 형님은 예산에서 산 짠지를 수사님들과 반찬을 하라며 선물했고, 또 한 형님은 약값에 보태 쓰라고 성금誠金도 주었습니다. 이 또한 종파를 초월한 하느님 자비의 표현입니다. 하느님은 자비로운 분이십니다. 히즈키야의 통곡의 기도가 하느님의 자비에 닿았습니다.


“아, 주님, 제가 당신 앞에서 성실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걸어왔고, 당신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해 온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자비로운 주님은 즉시 당신 자비를 닮은 이사야를 통해 히즈키야에게 응답하십니다.


“너의 조상 다윗의 하느님인 주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다. 자, 내가 너의 수명에다 열다섯 해를 더해 주겠다.”


이사야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로운 면모가 잘 드러나는 일화입니다. 이어 복음의 배가 고파서 밀이삭을 뜯어 먹은 제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에서도 하느님의 자비는 잘 드러납니다. 예수님이 직시한 것은 율법이 아니라 제자들의 배고픈 현실이었습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옛 모 대선후보의 모토와도 이와 일치합니다. 주님은 제자들을 전적으로 변호, 두호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다.’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정작 큰 죄는 무자비한 언행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잊을 때 죄없는 이들을 단죄하는 죄를 짓게 마련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것은 사랑의 예수님이 분별의 잣대라는 말입니다. 자비하신 예수님은 어떻게 처신하셨을까 잘 생각하면 처방의 답은 저절로 나올 것입니다. 자비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치유의 구원을 베푸시며 말씀하십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6,36).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81 “누가 의로운 사람인가?” -연민, 기도, 순종-2018.12.18.대림 제3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18 180
3280 “누가 참 아름답고 멋진 스승인가?” -참 스승이신 주 예수님께 인도(引導)하는 자들-2024.1.4.주님 공현 대축일 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1.04 113
3279 “눈 먼 이들에게 빛을 -그리스도의 빛으로 살 수 있는 길-Lumen Caecis)!”-2015.12.14. 월요일 성녀 오딜리아(662-720)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5.12.14 275
3278 “늘 깨어 있어라!” -깨어 있음, 천상의 꿈, 깨어 있기 훈련-2022.11.26.연중 제3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2.11.26 235
3277 “늘 옛스런, 늘 새로운 파스카의 삶” -Ever old, ever new-2019.6.29.토요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6.29 141
3276 “당신은 누구요?”-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2016.1.2.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7.01.02 138
3275 “당신의 모두가 되고 싶다!” -끊임없이 돌보고 가꿔야 할 우리의 성소聖召-2018.1.14. 연중 제2주일 프란치스코 2018.01.14 117
3274 “두려워하지 마라” -주님은 우리 삶의 최고의 가이드이시다-2016.7.12.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7.12 238
3273 “둥글게 살자!” -주님 신비체험의 은총- 2018.2.25. 사순 제2주일 1 프란치스코 2018.02.25 155
3272 “들어라!” -갈망, 깨어있음, 들음-2017.12.19. 화요일 12월19일 프란치스코 2017.12.19 108
3271 “마라나타! 오소서, 주 예수님!” -당신이 되게 하소서-2022.1.13.연중 제1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2.01.13 169
3270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하느님 경외敬畏가, 찬양讚揚이 답이다-2018.10.19.연중 제28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0.19 122
3269 “무엇이 본질적인가?” -주님과 상호내주相互內住의 사랑의 일치-2018.5.2. 수요일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295-373)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5.02 106
3268 “물이 변하여 포도주로!” -주님 영광으로 빛나는 표징의 삶-2022.1.16.연중 제2주일 1 프란치스코 2022.01.16 171
3267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사랑이 답이다-2017.10.17. 화요일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10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10.17 110
3266 “벽壁이 변하여 문門으로!” -평화, 파견, 고백-2019.4.28.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4.28 151
3265 “벽壁이 변하여 문門으로” -“파스카 주님의 증인證人-2020.4.16.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4.16 153
3264 “별을 바라보라!” (Respice Stellam!) -더불어(together) 희망의 순례 여정-2024.1.7.주님 공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4.01.07 126
3263 “보라, 예수님을!” -새계약의 예수님, 순종과 섬김의 예수님, 십자가와 부활의 예수님- “보고 배워 닮아갑시다!”2024.3.17.사순 제5주일 프란치스코 2024.03.17 114
3262 “보라, 하느님의 사랑을!” -신록의 기쁨, 신록의 건강-2016.4.24. 부활 제5주일 프란치스코 2016.04.24 286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