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5.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나훔2,1.3;3,1-3.6-7 마태16,24-28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까?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까?’ 오늘 복음 소제목이 명쾌하여 그대로 강론 제목으로 택했습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삶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제 졸서의 책 이름이고 수차례 강론 제목으로 삼았던 말마디입니다. 


삶이 어렵고 뒤숭숭할수록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다소 막연한 질문을 구체화하는 것이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하나?’입니다. 여기에 우리 삶의 모두가 달려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 웬지 막연합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분명합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중심, 삶의 의미입니다. 생명의 길, 구원에 이르는 길은 예수님을 따르는 길뿐이 없습니다. 


‘무엇을, 누구를 따르느냐’에 따라 삶의 꼴도 결정됩니다. 도대체 목표와 방향없이 막연히 살아가기에 삶이 답답하고 어둡고 절망스럽고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목표요 방향입니다. 문제는 오래 살고 짧게 살고가 아닌 예수님을 따라 살았느냐가 문제입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예수님을 따라 살지 않았다면 헛 산 것입니다. 


첫째, 예수님을 참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해야 압니다. 알기위해 공부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일이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알아 가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평생 공부가 예수님 공부입니다.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사랑보다 앞세우지 마라.’ 분도 규칙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하여 알아갈수록 예수님을 닮아 삶은 단순해지고 생명과 빛을 발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사랑하여 예수님을 따라 사는 것이 ‘진짜’ ‘참으로’ 사는 것입니다. 모든 우상, 환상, 허상으로 해방되어 참 자유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교회의 모든 성인들이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둘째, 자신을 버리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하기에 자신을 버리는, 비우는 믿음의 삶이 가능합니다. 버림과 믿음은 함께 갑니다. 자기를 버려 갈수록, 비워갈수록 두터워지는 믿음입니다. ‘버리고 떠나기’가 아니라 ‘버리고 따르기’입니다. 


왜 버리는지 왜 비우는지 그 이유가 분명합니다. 주님을 사랑하기에 주님을 따라 끊임없는 자기버림, 자기비움, 자기탈출입니다. 삶은 자기버림의, 자기비움의 여정입니다. 자기를 버리면서, 비우면서 예수님을 닮아갑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예수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입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습니까?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이 바로 끊임없이 자기를 버려감으로 자기 목숨을 구하는 사람입니다.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따라 갈 때 자기실현의 구원입니다. 영적 진리는 이처럼 언제나 역설적입니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예수님 중심의 삶이 아니라 자기 중심의 삶을 사는 자입니다. 바로 파멸에 이르는 죽음의 길입니다.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죽음에 이르는 문은 넓습니다. 모든 고통을 피하고 쾌락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자기 중심적 삶은 바로 막다른 곳으로 내려가는 죽음의 길, 허무의 길입니다. 바로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삶의 말로입니다. 구원인 듯 하나 실상 파멸의 죽음입니다.


셋째,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아니라 내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내 십자가를 뜨겁게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른 십자가입니다. 사람마다 양상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힘든 십자가입니다. 시련의 십자가일수도 있고, 병고의 십자가일 수도 있고, 죽음의 십자가일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십자가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받아들여야 하고 피하여 달아날 수 없는 각자의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를 지지 않고 사람이 되는 구원의 길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다 하여 내 십자가를 추구할 것도 없습니다. 그것은 건강한 태도가 아닙니다. 찾지 않아도 저절로 주어지는 내 삶의 자리에 내 운명의 십자가, 내 책임의 십자가입니다.


앞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우리를 끊임없이 위로하시고 격려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1독서의 나훔 예언자 같은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나훔의 뜻은 ‘위로 받은 이’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위로를 받은 예수님은 끊임없이 우리를 위로하십니다. 하여 우리 또한 주님의 위로에 힘입어 자발적으로, 기쁘게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닮아 십자가를 지고 가는 이웃에 위로와 희망, 기쁨과 평화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보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 평화를 알리는 이의 발이 산을 넘어온다.”


십자가는 짐이 아니라 선물입니다. 주님을 사랑하여 자신을 버릴 때 주님은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를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비로소 십자가는 짐이 아닌 구원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73 “누가 의로운 사람인가?” -연민, 기도, 순종-2018.12.18.대림 제3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18 180
3272 “누가 참 아름답고 멋진 스승인가?” -참 스승이신 주 예수님께 인도(引導)하는 자들-2024.1.4.주님 공현 대축일 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1.04 109
3271 “눈 먼 이들에게 빛을 -그리스도의 빛으로 살 수 있는 길-Lumen Caecis)!”-2015.12.14. 월요일 성녀 오딜리아(662-720)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5.12.14 275
3270 “늘 깨어 있어라!” -깨어 있음, 천상의 꿈, 깨어 있기 훈련-2022.11.26.연중 제3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2.11.26 233
3269 “늘 옛스런, 늘 새로운 파스카의 삶” -Ever old, ever new-2019.6.29.토요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6.29 141
3268 “당신은 누구요?”-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2016.1.2.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7.01.02 138
3267 “당신의 모두가 되고 싶다!” -끊임없이 돌보고 가꿔야 할 우리의 성소聖召-2018.1.14. 연중 제2주일 프란치스코 2018.01.14 117
3266 “두려워하지 마라” -주님은 우리 삶의 최고의 가이드이시다-2016.7.12.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7.12 238
3265 “둥글게 살자!” -주님 신비체험의 은총- 2018.2.25. 사순 제2주일 1 프란치스코 2018.02.25 155
3264 “들어라!” -갈망, 깨어있음, 들음-2017.12.19. 화요일 12월19일 프란치스코 2017.12.19 108
3263 “마라나타! 오소서, 주 예수님!” -당신이 되게 하소서-2022.1.13.연중 제1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2.01.13 167
3262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하느님 경외敬畏가, 찬양讚揚이 답이다-2018.10.19.연중 제28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0.19 122
3261 “무엇이 본질적인가?” -주님과 상호내주相互內住의 사랑의 일치-2018.5.2. 수요일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295-373)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5.02 106
3260 “물이 변하여 포도주로!” -주님 영광으로 빛나는 표징의 삶-2022.1.16.연중 제2주일 1 프란치스코 2022.01.16 169
3259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사랑이 답이다-2017.10.17. 화요일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10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10.17 110
3258 “벽壁이 변하여 문門으로!” -평화, 파견, 고백-2019.4.28.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4.28 151
3257 “벽壁이 변하여 문門으로” -“파스카 주님의 증인證人-2020.4.16.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4.16 153
3256 “별을 바라보라!” (Respice Stellam!) -더불어(together) 희망의 순례 여정-2024.1.7.주님 공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4.01.07 124
3255 “보라, 예수님을!” -새계약의 예수님, 순종과 섬김의 예수님, 십자가와 부활의 예수님- “보고 배워 닮아갑시다!”2024.3.17.사순 제5주일 프란치스코 2024.03.17 112
3254 “보라, 하느님의 사랑을!” -신록의 기쁨, 신록의 건강-2016.4.24. 부활 제5주일 프란치스코 2016.04.24 286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