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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21. 금요일 성 비오 10세 교황(1835-1914)

                                                                                                                         룻기1,1.3-6.14ㄴ-16.22 22,34-40


                                                                                        사랑은 빛이다

                                                                                          -사랑 예찬-


‘사랑은 빛이다’ 오늘 강론주제입니다. 새벽 집무실에 들어와 스윗치를 올리자 어둠은 사라지고 집무실 안이 낮처럼 환해 졌습니다. 순간 ‘아, 사랑은 빛이다’라는 깨달음이 마음을 환히 밝혔습니다. 아주 평범한 사실이 새삼스런 깨달음으로 마음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진리 역시 사랑은 빛임을 증거합니다. 어뒀던 얼굴이 사랑할 때 환해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빛입니다. 빛이 사라지면 어둠이듯이 사랑이 사라지면 우리의 내면은 캄캄한 어둠입니다. 사랑이 빠지면 허무의 어둠이지만 사랑이 더해지면 빛의 충만입니다. 빛을 찾는 사람이듯 사랑을 찾는 사람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복된 운명입니다. 그러니 사랑은 우리의 모두입니다. 사랑은 우리 삶의 의미입니다. 다 얻어도 사랑 잃으면 다 잃는 것이요 실패 인생입니다. 


사랑의 삶을 살 때 비로소 사람입니다.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사랑이 결핍된 영혼의 영양실조 환자들 얼마나 많은 지요. 새삼 사랑은 빛이자 생명임을 깨닫습니다. 사랑-삶-사람이 한 뿌리에서 파생된 어휘처럼 생각됩니다. 신비가, 관상가, 비상한 영성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의 신비, 사랑의 관상입니다. 바로 사랑이 그 핵심이요 온전한 인간을 지칭합니다.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 모두 신비가로, 관상가로 불림 받았습니다.


비상한 하느님 체험이 아닙니다. 사랑하면 바로 그것이 하느님 체험입니다. 곳곳에 널려있는 하느님 사랑을 발견할 때 바로 그것이 하느님 체험이요 행복입니다. 참 행복은 일상의 사랑을 통해서 하느님을 체험할 때입니다. 오늘 시편 화답송 후렴에 이은 첫구절 역시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제가 집무실에 들어설 때마다 '십자가의 주님'께 '주님, 사랑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거수경례 하며 바치는 고백도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시편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체험의 고백들입니다. 끊임없이 시편을 노래하며 찬미와 감사로 사랑을 고백할 때 우리 역시 사랑의 신비가, 관상가가 됩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후렴)

“행복하여라, 야곱의 하느님을 구원자로 모시고, 주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이! 주님은 하늘과 땅을 지으시고, 바다와 그 안의 모든 것을 만드셨네”(시편146,5-6ㄱㄴ).


하느님을 찬미할 때 꽃처럼 피어나는 영혼입니다. 찬미의 사랑, 찬미의 기쁨, 찬미의 행복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할 때 저절로 하느님 찬미입니다. 하느님 사랑을 체험할 때 샘솟는 하느님 사랑이요 저절로 사랑은 찬미로 표현됩니다. 어제 캄캄한 밤, 숙소를 나서는 순간 창밖 뜨락에 하얗게 피어난 ‘천사의 나팔꽃’을 보며 쓴 시를 나눕니다.


이름/참 좋다

천사의 나팔꽃/Angel’s Trumpet!

밤새/깨어있었구나

모두가/다 잠든

밤의/어둠과 고요중에 

순결한 하얀 마음/활짝 열어

밤새/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렸구나

밤새/창밖에서 내 영혼을 흔들어 깨웠구나


천사의 나팔꽃들, 흡사 찬미와 감사로 하느님 사랑을 노래하는 듯 했습니다. 우선적이 것이 하느님 사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열렬히 사랑하는 것이요 바로 이런 사랑이 성덕의 잣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우선 강조하시는 것도 이런 하느님 사랑입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 가는 계명이다.”


‘사랑해야 한다’ 명령입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전존재로, 갈림없는 마음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라 하십니다. 이렇게 사랑할 때 비로소 마음의 순수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말씀처럼, 사랑할 때 마음의 순수요, 하느님을 뵙는 관상입니다. 아, 여기에 우리의 모두가 달렸습니다. 


제 즐겨쓰는, 말 그대로 ‘살기위하여’ 하느님을 전존재로 사랑해야 합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 사랑에 목숨을 건 이들이, 늘 하느님을 배고파하는 이들이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이래야 사람은 부단히 하느님을 닮아 욕망덩어리에서 사랑덩어리로 변합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 사랑은 이웃사랑으로 표현되기 마련이고, 하여 하느님 사랑의 진위眞僞는 이웃사랑으로 판명됩니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있다.”


하느님은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입니다. 하느님 사랑에서 샘솟는 이웃사랑입니다. 하느님 사랑 없는 이웃 사랑은 위태하기 짝이 없습니다. 얼마못가 이기적 눈먼 맹목적 사랑으로 변질되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요약하면 이 사랑의 이중계명으로 압축됩니다. 바로 하느님 사랑의 화신인 예수님이 사랑의 이중계명의 영원한 살아있는 모델입니다. 온전한 사람이 되는 길 역시 사랑의 이중계명뿐이 없습니다. 


독서의 흐름이 재미있습니다. 창세기부터 시작된 독서가 어제 판관기로 끝나고 오늘부터는 룻기의 시작입니다. 판관기의 살벌한 풍경에서 여자 인물들만 나오는 오늘 독서 룻기의 분위기가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마태복음의 예수님 족보에 나오는 여성들 4명중 룻이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비록 이방 여인이었지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겸비한 아름답고 사랑스런 온전한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사람 쓰는 안목이 참 깊고 놀랍습니다. 끝까지 시어머니 나오미와 동행하겠다는 룻의 고백이 감동입니다.


“어머님을 두고 돌아가라고 저를 다그치지 마십시오. 어머님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고, 어머님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저의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하나된, 영원히 기억될 ‘사랑의 모범’ 룻입니다. 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현존이요 하느님 사랑의 표지입니다. 이런 룻같은 사람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 사랑으로 충만케 하시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에 항구할 수 있게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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