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3.금요일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코린15,1-8 요한14,6-14

 

주님과 만남의 여정

-오늘 지금 여기가 정주의 ‘꽃자리’이다-

 

오늘 5월3일은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순교 축일입니다. 아침성무일도 찬미가 다음절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장하다 복되옵신 두분사도여, 피흘려 우리주님 증거했으니

 희망과 신앙의힘 우리도지녀, 본향을 향해달려 가게하소서”

 

1-2세기는 순교영성의 시대로 믿는 이들 대부분이 주님을 사랑해 순교를 열망했습니다. 이런 순교자들의 후예인 믿는 이들 우리 역시 순교적 삶의 순교영성을, 파스카의 영성을 살아갑니다. 올해로 요셉수도원 설립 37주년이 되지만 초창기에는 요즘처럼 수도원 전역에 애기똥풀꽃이 없었습니다. 26년전쯤부터 시작된 애기똥풀꽃이 지금은 수도원 전역 곳곳을 덮고 있습니다. 아마 몇 달은 계속될 것이며 집무실곁길도 꽃길로 변했습니다. 26년전 ‘검정고무신’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이때만 해도 많은 형제들이 검정고무신을 신었습니다.

 

“볼품없는 검정고무신

 애기똥풀꽃밭에 다녀 오더니

 꽃신이 되었다

 하늘이 되었다

 노오란 꽃잎들 수놓은

 꽃신이 되었다

 노오란 꽃잎 별들 떠오른

 하늘이 되었다”-1998.5.7

 

살아계신 주님을 만남으로 ‘꽃신’으로, ‘하늘’로 격상된 신자들의 존엄한 품위를 상징하는 ‘검정고무신’입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수도원 성전 응달에 끊임없이 피어나는 파스카의 봄꽃, 샛노란 애기똥풀꽃입니다. 2년전에 써놨던 ‘꽃자리’란 시입니다.

 

“음지든 양지든 상관없다

 자리 찾지 않는다

 자리 탓하지 않는다

 하늘만 볼 수 있으면 된다

 어디든 뿌리내리면 거기가 꽃자리이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아도 성전옆 북향 응달

 그늘진 외딴곳

 늘 거기 그 자리 꼬박 1년, 기다렸다가 때되어 피어난 

 샛노란 별무리 애기똥풀꽃들

 외롭지 않다

 눈물 겹도록 고맙고 반갑고 기쁘다

 살아있음이 찬미와 감사다

 꽃처럼 폈다지는 인생이고 싶다

 사랑의 꽃, 주님 파스카의 꽃이 되고 싶다

 늘 거기 그 자리,

 정주의 꽃자리에서”-2022.4.

 

피정자들에게 부단히 강조했던 살아 있는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시간전례나 미사전례의 목적도 살아있는 주님과의 만남임을 강조했습니다. 만남중의 만남이 주님과의 만남이요, 이런 만남의 여정중에 ‘만남의 기쁨’으로 산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필립보 사도의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는 요청은 하느님을 찾는 수도자는 물론이고 신자들의 갈망을 반영합니다. 이에 대한 주님의 답변은 수년간에서 수십년에 걸쳐 주님의 집에 정주하는 우리 수도자들 모두를 향합니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 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믿지 않느냐?”

 

늘 주님을 만나면서, 주님을 보는 것은 아버지를 보는 것인데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니 어찌 그런 요청을 할 수 있는지 필립보는 물론 우리의 무지를 책하는 예수님같습니다. 늘 거기 그 자리 꽃자리, 주님의 집에서 주님 사랑 안에 정주하면서, 날마다 미사전례를 통해 주님을 만나면서 어찌 그런 요청을 하는지 묻는 것입니다. 바로 다음 주님의 말씀인 진리를 잊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복음 구절은 예수님의 자기계시에 근거한 요한복음의 그리스도론과 구원론의 최고봉이요 요약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뵌 것이다.”

 

좋고 나쁜 장소의 여부가 아니라 주님과 관계의 깊이가 문제였던 것입니다. 어디든 주님이 함께 하시는 정주의 꽃자리에서 ‘아버지께 가는 길이신 생명이자 진리이신 파스카 예수님’과의 날로 깊어지는 관계라면 그대로 생명이자 진리이신 아버지를 뵙는 삶이기에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필립보는 주님의 이 말씀에 큰 충격적 가르침과 더불어 무지의 눈이 열려 깊은 깨달음에 도달했을 것이며 더 이상 이런 요청은 하지 않았을 것이며 날로 깊어지는 주님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었을 것입니다. 

 

바로 제1독서 코린도 1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주님과 은총의 만남을 고백합니다. 주님과의 깊은 관계로 때가 되어 눈이 열려 파스카의 주님을 만났음에 대한 체험의 고백입니다. 먼저 오늘 축일을 지내는 야고보가 나중에 바오로 자신이 언급됩니다.

 

“그 다음에는 야고보에게, 또 이어서 다른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맨 마지막으로 칠삭둥이 같은 나 바오로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

 

바로 이런 살아계신 파스카의 주님을 만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이요, 날마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사는 꽃자리 정주의 삶’에, 날로 깊어지는 주님과의 관계임을 깨닫게 해주는 미사은총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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