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7.7.21.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탈출11,10-12,14 마태12,1-8



사랑의 호수

-예수성심의 사랑이 분별의 잣대이다-



두 예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요즘 계속되는 무더위에 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수도원 정문길을 들어서면 맑게 흐르는 물길이 눈에 띱니다. 약 20일 동안 계속되는 물길입니다. 길 한복판에서 샘물이 솟아 작은 내를 이루어 흐르는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맑은 물이 퐁퐁 솟았는데 요즘 많이 줄기는 했어도 계속 솟아 흐릅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형제들이 알고 있습니다.


“정문길 위에 샘물이 솟듯 계속 솟아 흐릅니다. 이런 샘이 우리 마음 안에, 수도원내에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빗물입니다. 좀 지나면 끝날 것입니다. 샘에서 계속 물이 솟는다면 호수도 만들 수 있지요.”


수사님과 말을 주고 받으면서 사랑의 샘, 사랑의 호수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끊임없이 생명수가 샘솟는 ‘사랑의 샘’, ‘사랑의 호수’같은 우리 마음이라면, 수도공동체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제 아침 식사때는 형제들이 만들어준 양파즙에 요쿠르트를 발효시킨 음료수를 마시며 수도공동체의 사랑에 감격했습니다. ‘아, 우리 수도공동체는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사랑의 호수같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수도원은 존재자체로 사막같은 세상에 생명의 오아시스, 사랑의 호수같은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떠오른 정지용의 ‘호수’란 시와 제 자작시 ‘나무와 호수’입니다.


-얼굴 하나야 /손가락 두 개로/푹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호수만 하니/눈을 감을 수 밖에-


-나무에게/하늘은/가도가도/멀기만 하다

 아예/호수가 되어/하늘을 담자.-


마르지 않는 ‘사랑의 호수’같은 우리 마음입니다. 끊임없이 사랑이 샘솟는 마음이요, 공동체라면 그대로 하늘을 담은 사랑의 호수입니다. 참 좋은 사랑의 공동체는 그대로 사랑의 호수요 사실 공동체의 성원 하나하나는 사랑의 호수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입니다.


사랑이 답입니다. 사랑이 분별의 잣대입니다. 사랑이 율법의 완성입니다. 사랑이 절대적 법이요 모든 것은 사랑 앞에 상대화됩니다. 사랑만이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건의 발단은 제자들이 안식일에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음으로 시작됩니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마태12,2).


안식일법이 분별의 잣대가 된 바리사이들의 문제제기입니다. 바리사이들에게는 제자들의 배고픈 현실보다는 안식일법이 우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윗과 그 일행이 사제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제사 빵을 먹었던 경우와 안식일에 사제들이 성전에서 안식일을 어겨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율법의 예를 들면서 다음 말씀으로 논란을 말끔히 정리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성전보다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다면, 죄 없는 사람을 단죄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마태12,6-8).


사랑은 상식입니다. 비상한 사랑이 아니라 상식적 사랑입니다. 율법을 어기는 것이 죄가 아니라 사랑을 어기는 것이, 사랑에 거슬리는 것이 죄입니다. 주님께서 바라시는 바 자비임을 알 때 결코 죄 없는 사람을 단죄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성전보다 크신 분이며 안식일의 주인입니다. 분별의 잣대는 안식일법이 아니라, 예수 성심의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예수성심의 사랑을 분별의 잣대로 삼는 다면 매사 올바르고 지혜로운 분별일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의 호수같은 우리 마음이나 공동체는 바로 예수 성심의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제1독서 탈출기의 주제는 파스카 축제입니다. 이집트의 압제로부터 결정적 해방을 기념하는 파스카 축제입니다.


“이 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이를 영원한 규칙으로 삼아 대대로 축제일로 지내야 한다.”(탈출12,14).


파스카 축제날이 바로 사랑의 호수입니다. 파스카 축제를 지내며 하느님 사랑으로 새롭게 충전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구약의 파스카 축제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완성되었습니다. 하여 우리는 부활대축일은 물론 매주일, 아니 매일미사를 통해 주님의 파스카 축제에 참여합니다. 주님은 매일의 파스카 축제의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사랑의 호수가 되어 파스카의 기쁨을 살게하시며 고해인생을 사랑의 축제인생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내게 베푸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주님께 갚으리오? 구원의 잔 받들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리라.”(시편116,12-13). 아멘.

  • ?
    아녜스 2017.07.21 07:17
    수도공동체 존재 자체가 저희에게는 쉴 만한 물가이고 사랑의 샘 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5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파스카의 꽃’같은 삶-2021.9.3.금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540-604) 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9.03 180
984 분별의 잣대는 예수님 -예수님과 사랑의 우정 관계가 결정적이다-2021.9.4.연중 제22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04 136
983 참 좋으시고 아름다운 주님 -“에파타! 열려라!”-2021.9.5.연중 제23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9.05 155
982 그리스도와 우정友情의 일치 여정 -자유와 행복-2021.9.6.연중 제23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06 144
981 하느님 자녀의 삶 -기도, 배움, 선포-2021.9.7.연중 제23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07 140
980 우리 믿는 이들의 영적靈的 족보族譜 -뿌리 살이 없이는 꽃도 없다-2021.9.8.수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9.08 214
979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파스카 예수님의 사랑밖엔 답이 없습니다- 2021.9.9.연중 제23주간 목요일 ​​​​​​​ 1 프란치스코 2021.09.09 154
978 너 자신을 알라 -회개, 겸손, 온유, 지혜, 감사-2021.9.10.연중 제23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10 147
977 하느님 중심의 삶 -끊임없는 회개와 말씀의 실행-2021.9.11.연중 제23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11 209
976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사랑, 배움, 따름-2021.9.12.연중 제24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9.12 126
975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들 -하느님 중심의 삶-2021.9.13.월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학자(349-407) 기념일 1티모2,1-8 루카7,1-10 1 프란치스코 2021.09.13 139
974 삶의 중심인 예수님의 십자가 -성 십자가 예찬-2021.9.14.화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9.14 196
973 부단한 자기비움, 자기초월의 삶 -축제인생을 삽시다-2021.9.15.수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9.15 121
972 주님과 일치의 여정 -사랑이 답이다-2021.9.16.목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9.16 145
971 삶의 중심인 예수님 -기본에 충실한 본질적인 삶-2021.9.17.금요일 성녀 힐데가르트 동정 학자(1098-1179)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9.17 137
970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절망은 없다-2021.9.18.연중 제24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18 144
969 파스카의 삶, 의인의 삶 -지혜, 섬김, 환대-2021.9.19.연중 제25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9.19 146
968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가? -순교적 신망애信望愛의 삶-2021.9.20.월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1-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동료순교자들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9.20 174
967 하늘 나라의 삶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2021.9.21.화요일 한가위 ​​​​​​​ 1 프란치스코 2021.09.21 159
966 주님 중심의 본질적 삶 -회개와 감사, 파견과 선포, 환대와 평화-2021.9.22.연중 제25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22 131
Board Pagination Prev 1 ...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