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12.연중 제23주간 토요일                                                       1코린10,14-22 루카6,43-49

 

 

 

반석 위의 인생 성전聖殿 집

-말씀과 기도, 성찬례 실행의 생활화-

 

 

 

오늘 복음은 루카복음의 예수님 평지설교의 마지막 결론 부분입니다. 참행복선언과 불행선언, 그리고 사랑에 관한 감동적인 설교후,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안다’라는 대목에 이어 ‘말씀을 실행하여라’라는 대목으로 끝낱니다. 반면 제1독서 코린토 1서는 성찬례와 이교제사에 대한 내용으로 주님성찬과 이방인 제사식사는 양립불가함을 말합니다. 복음과 독서 말씀, 우리에게 참으로 귀한 가르침을 줍니다.

 

우선적으로 마음이 깨끗해야, 좋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무가 좋으면 열매도 좋듯이 마음이 예쁘면 다 예쁩니다. 작든 크든 뚱뚱하던 말랐던 젊었던 늙었던 남자든 여자든 외적인 것과는 상관없이 마음이 예쁘면 다 예쁩니다. 사실 좋은 사람은 함께 있어도 편하고 빈손으로 와도 반갑습니다. 

 

우리 수도자들이 이렇게 믿고 살 수 있는 것도 근본적으로 서로의 선의를 착함을 순수를 믿기 때문입니다. 순수와 열정은 우리 수도자의 기본 자질이며 자랑이기도 합니다. 깨끗한 마음, 깨달음, 깨어 있음, 모두가 ‘깨’자 돌림입니다. 깨어 있을 때 깨끗한 마음의 순수요, 깨끗한 마음에서 깨달음의 지혜도 나오니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봅니다. 

 

그러니 깨끗한 마음, 좋은 마음, 착한 마음이 우선입니다. 마음이, 사람이 좋아야 합니다. 학식도 건강도 젊음도 다 사라지고 맨나중 까지 남는 것은 선한 마음 하나입니다. 나무가 좋으면 열매가 좋듯이 마음이, 사람이 좋으면 글도 말도 행동도 좋습니다. 아주 오래전 중학교 때 영어선생님 말씀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덕산중학교 3년 동안, 담임하시며 저를 각별히 아껴 주셨던 최종훈 선생님이 지금도 그립습니다.

 

“밖보다는 안이 깨끗해야 한다. 겉옷보다는 속옷이, 속옷 보다는 마음이 깨끗해야 한다.”

 

사실 마음이 좋으면, 마음이 선하면, 마음이 깨끗하면, 마음이 착하면 겉은 저절로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사람이 좋고 기품있으면 무슨 옷을 입어도 저절로 잘 어울립니다. 화장도 성형수술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내면의 빛과 향기는 저절로 정직하게 밖으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부부생활 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얼굴 예쁜 건 3년이란 유효기간이 있지만 마음 예쁜 건 평생으로 유효기간이 없다 합니다. 예수님의 종합적 결론 말씀입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저절로 마음의 순수는 없습니다. 수도생활의 직접적 목표는 마음의 순수이고 궁극의 목표는 하늘 나라입니다. 우리의 모든 평생 수행이 목표로 하는 바 마음의 순수입니다. 마음의 순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 실재입니다. 끊임없이 깨어 노력하는 사랑의 수행이 있을 때 비로소 깨끗한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한결같은 말씀과 기도, 성찬례의 실행과 생활화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기본에, 기초에 충실한 삶이요 반석 위에 자리 잡은 삶이요, 이들 수행은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항구한 수행과 더불어 순수한 마음에 주님 반석 위에 견고히 자리 잡는 우리의 삶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충격적으로 마음에 꽂칩니다.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가 어떤 사람과 같은지 너희에게 보여 주겠다. 그는 땅을 깊이 파서 반서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홍수가 나서 강물이 집에 들이닥쳐도, 그 집은 잘 지어졌기 때문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하루하루, 말씀의 실행으로 평생 지어가는 반석 위의 인생 성전 집임을 깨닫습니다. 완성된 인생 성전 집이 아니라, 얼마동안 벼락치기 날림 공사로 짓는 삶의 성전 집이 아니라 평생 날마다 지어가야 하는 영원한 현재 진행형의 성전 집이 바로 반석 위에 자리 잡은 우리 각자, 공동체라는 성전의 집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이 강조하는 바 말씀의 실행입니다. 말씀의 실행에 힘쓸 때 비로소 수행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자는, 기초도 없이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강물이 들이 닥치자 그 집은 곧 무너졌다. 그 집은 완전히 허물어 졌다.”

 

안으로부터 무너지면 아무도 도와 줄 수 없습니다. 참으로 말씀의 실행에 충실한 기본에, 기초에 충실한 삶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항구한 말씀의 실행이 있어 순수한 마음, 갈림없는 마음입니다. 

 

말씀의 실행에 이어 항구한 성찬례와 공동시편 성무일도의 실행이 우리를 순수하게 합니다. 반석 위에 각자의 인생 성전 집을, 공동체 성전 집을 마련해 줍니다. 오늘 제1독서가 갈림없는 순수한 마음에 성찬례의 중요성을 상기시킵니다. 혼자의 여정이 아니라 더불어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이 되는 매일 공동 미사 성찬례입니다.

 

“빵은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나누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코린토 교회는 내적 분열에 처해 있음이 분명합니다. 마치 성전에서 미사도 드리고 무당 집에 가서 굿하는 경우와도 흡사합니다. 마치 삶의 중심이 둘인 꼴이니 내적 분열은 필연이요 내적일치, 내적평화, 내적안정은 요원합니다. 정말 삶이 힘들고 혼란스럽고 복잡한 것은 이렇게 마음이 갈리는 내적 분열로 ‘마음의 순수’를 잃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주님의 잔도 마시고 마귀들의 잔도 마실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주님의 식탁에도 참여하고 마귀들의 식탁에도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코린토 교회 현실이었던 듯 합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만 이렇게 삶에 주인이, 중심이 둘 일 때 내적분열에 정체성의 위기는 필연이요 이보다 더 큰 재앙도 없습니다. 결코 반석 위의 인생 성전 집을, 공동체의 성전 집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우리 공동체가 주님의 거룩한 성전입니다. 그러니 반석 위에 지어진 견고한 성전의 집이 될 수 있도록 항구한 말씀과 기도, 성찬례 실행의 생활화로 늘 마음의 순수를 견지함이 필수입니다. 

 

참으로 고맙게도 ‘1.기도와 2.말씀공부와 3.노동’의 기본에 충실한 우리 수도승의 삶이, 또 매일 평생 끊임없이 바치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공동시편전례기도와 이 거룩한 공동전례미사 은총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순수하게 하고 당신 반석 위에 아름답고 견고한 성전 집을 지어 줍니다.

 

“내게 베푸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주님께 갚으리오? 구원의 잔 받들고, 주님의 이름 부르리라.”(시편116,12-13). 아멘.

 

 

 

 

 

  • ?
    고안젤로 2020.09.12 08:35
    "우리 하나하나가, 우리 공동체가 주님의 거룩한 성전입니다. 그러니 반석 위에 지어진 견고한 성전의 집이 될 수 있도록 항구한 말씀과 기도, 성찬례 실행의 생활화로 늘 마음의 순수를 견지함이 필수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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