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8.금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에페2,19-22 루카6,12-19

 

 

공동체의 성장

-일치의 중심인 그리스도 예수님-

 

 

가을 분도 계간지를 반갑게 받아 읽었습니다. 작지만 깊고 풍부한 내용으로 가득한 계간지입니다. 가장 관심을 가지고 읽는 부분은 원로 수도 선배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이번은 세 번째, 말 그대로 영원한 현역인 올해 우리 나이 90세(1933년생)로 왜관 수도원 최고령인 진문도 토마스 모어 독일 출신의 수도사제였습니다. 긴 인터뷰 내용 모두가 귀한 가르침과 깨달음을 줍니다만 우선 세 대목만 인용합니다.

 

“여기 화순 수도원에서 2008년부터 14년째 살고 있습니다. 가끔 찾아오는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베풀고 면담을 합니다. 김뽈리까르뽀 분원장 신부님이 ‘성경봉독피정’을 주관할 때 내가 하루를 맡아서 강의도 합니다. 이곳 화순에서 즐겁게 생활하며 책 읽고 강의와 강론을 준비합니다.”

 

“지금까지 수녀원에서 정말 많이 피정지도를 했지요. 올봄에는 요한복음을 주제로 수원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원에 가서 피정지도를 하였습니다. 이번 가을에도 할 예정입니다.”

 

“나도 빨리 작년에 선종한 동생 울리히 신부를 따라가면 좋겠어요. 동료 장 엘마르 신부가 돌아가셨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제 빨리 천당에 가고 싶지만 하느님께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결코 염세주의 같은 게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이끌어 가신 길, 그분이 마련해 주신 자리는 큰 은총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독일에도 한국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세상의 나그네이면서 양쪽을 연결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90세 노년에도 여전한 삶이 참 놀랍습니다. 이런 노수도선배의 한결같은 삶이 우리 후배 수도자들에겐 큰 가르침이 되며 분발심奮發心을 일으킵니다. 언젠가 어느 노 수도사제에게 “신부님은 공동체의 보물이라” 했더니, “보물寶物이 아니라 고물古物이라” 말하는 유머에 크게 웃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런 노 수도선배야 말로 공동체의 보물임을 실감합니다. 불교 사찰의 두 자산은 노승老僧과 노목老木이라 하는데 천주교 수도원 역시 첫째 자산은 노승老僧이자 고승高僧인 노 수도선배임을 깨닫습니다.

 

공동체의 선물이요 공동체의 축복입니다. 오늘은 2000년 전통의 교회공동체의 참 보물들 중 두 분,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입니다. 두 사도 역시 순교로 주님 사랑을 입증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열두 사도를 뽑으시는 장면을 통해 또 제1독서 에페소서를 통해 공동체의 참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첫째, 기도의 공동체입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베네딕도 수도회의 모토입니다. 기도가 최우선입니다. 기도하고 일하고, 하늘보고 땅보고, 하느님보고 사람보고, 저는 이를 일컬어 목운동의 영성이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선적인 것이 기도였습니다. 특히 루가복음의 예수님은 그러합니다. 열 두 사도를 뽑는 중대한 일을 앞두고 행하는 밤샘 기도가 참 치열합니다. 다음 대목이 이를 입증합니다.

 

‘그 무렵에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다.’

 

진문도 토마스 모어 신부의 인터뷰 기사 중 개인기도에 관한 내용도 새롭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요즘 느끼는 것은 개인기도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에 개인기도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돌이켜 보면, 후배들에게 기도하는 법을 잘 가르치지 못했어요. 개인기도를 잘 하면 공동기도도 달라집니다. 나 또한 기도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영적지도 차원이지요. 솔직히 고백하면, 나도 좋은 영적지도자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둘째, 불림 받은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우리가 선택한 주님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를 공동체를 통해 부르셨습니다. 그대로 성소의 은총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열 두 사도를 뽑으셨듯이 세례성사를 통해 교회 공동체에 우리를 뽑아 주셨고 이어, 수도공동체에 우리를 뽑아 주셨습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삶의 자리, 공동체를 통해 우리의 구체적 신원이 잘 드러납니다. 유대인 랍비 여호수아 헷쉘의 말이 진리입니다.

 

“나는 불림 받았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주님께 불림 받음으로 구체적 나의 신원이 확실해 졌습니다. 결코 정체성의 위기를 겪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하느님께 불림 받아 교회 공동체에 속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서로는 형제가 된 우리입니다. 바로 우리의 신원이자 정체성입니다.

 

셋째, 그리스도 중심의 일치의 공동체입니다.

열두 사도들 얼마나 다양한지요! 그리스도 중심의 일치는 획일적 일치가 아니라 다양성의 일치입니다. 다양성의 일치 중에 각자 누리는 자유와 행복입니다. 열두 사도의 중심에 그리스도 예수님이 계셨듯이 우리 공동체의 중심에는 그리스도 예수님이 살아 계십니다. 하느님 안에서 그리스도 중심의 한 가족, 한 형제, 한 몸 공동체입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시공을 초월하여 이런 진리를 명쾌하게 고백합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넷째, 살아있는, 성장중의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는 살아있습니다. 죽어있는 무기적 공동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적 공동체입니다. 마치 우리는 공동체의 살아있는 세포와 같아 모두가 유기적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끊임없이 성장 성숙해야 하는 한 몸 공동체입니다. 개인은 노쇠하여 죽음을 맞이할 지라도 공동체는 끊임없이 성장, 성숙했으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공동체의 성장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이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잘 결합된 이 건물이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습니다.”

 

완성된 공동체는 없습니다. 여전히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성장 중인 미완의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여기 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에 결정적 도움을 주는 성체성사 미사의 은총입니다. 

 

다섯째, 말씀과 치유의 공동체입니다.

오늘 복음의 후반부 역시 그리스도 예수님은 열두 사도 공동체의 중심일뿐 아니라, 모두의 중심으로 드러납니다. 예수님의 모든 능력의 원천은 바로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관상적 일치의 밤샘기도였음을 봅니다. 복음 후반부 내용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질병도 고치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리하여 더러운 영들에게 시달리는 이들도 낫게 되었다. 군중은 모두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애를 썼다. 그분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이다.”

 

복음과 똑같은 파스카의 예수님께서는 끊임없이 우리 공동체 안에 현존하시며 이 은혜로운 미사전례를 통해 당신 말씀을 들려주시고 더러운 영들을 쫓아내시며 영육의 질병도 고쳐주십니다. 

 

공동체의 선물이요, 축복입니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그리스도 중심의 일치 공동체입니다. 주님은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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