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2.월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다니1,1-6.8-20 루카21,1-4

 

 

 

회개悔改의 여정, 성화聖化의 여정

-참사람의 참나眞我 되기-

 

 

 

"태양이 솟아 오를 무렵, 성녀 체칠리아는

'그리스도의 병사들아, 어두움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으라.' 하고 부르짖었도다."

 

아침 세실리아 성녀 성무일도 즈카르야 후렴이 은혜롭습니다. 가을 단풍 나뭇잎들 다 떠나보낸 만추의 배나무들이 참 초연하고 넉넉해 보입니다. 노년의 아름다움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11월 위령성월, 연중 마지막 주간, 지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만추晩秋의 가을비 역시 봄비 이상으로 우리에게 깊은 평화를 줍니다. 인생사계 ‘봄-여름-가을-겨울’로 압축했을 때, 과연 우리는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을까요? 여름 혹은 가을입니까, 혹은 겨울입니까? 자연 성서聖書와도 같은 자연책의 순리가 우리에게는 좋은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일출日出시 찬란한 아침노을도 아름답지만 일몰日沒시 고요한 저녁노을도 더 깊고 아름답습니다. 봄꽃들도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가을단풍들의 초연한 아름다움과 편안한 향기는 참으로 ‘텅 빈 충만’의 행복을 선사합니다. 누구나 소망하는 바, 노추老醜나 노욕老慾이 아닌 이런 아름다운 노년에 향기 은은한 삶일 것입니다. 

 

참 중요하나 뜻대로,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잘 떠나는 죽음일 것입니다. 참으로 잘 떠나는 죽음의 은총이 얼마나 절실한지 깨닫습니다. 떠날 때 잘 떠나는 죽음을 맞이하지 못해 병고나 치매로 무의미하게 지체되는, 짐이 되는 노년의 삶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수도자든 기혼자든 노년이 되어갈수록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듣고 보는 요즘의 날들입니다. 정말 신앙의 일치 없이 노년 부부는 남남일 수 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주 '토마스 머튼의 삶과 영성'을 주제로 연피정을 지도한 도반 안셀모 수도사제와 주고 받은 사진과 덕담德談의 메시지를 소개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토마스 머튼이 환생한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도반 안셀모 신부님, Becoming Love(사랑되기)! 우리 영적 삶의 궁극 목표이자 희망이겠습니다. 축하와 더불어 감사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의 따뜻한 말씀과 격려에 힘이 납니다. 영육간 늘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유종有終의 미美로 끝나는 인생은, 시종여일 한결같이 아름다운 인생은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지요! 용두사미로 끝나는 인생도 많고 표리부동의 인생도 많기 때문입니다. 변질되거나 변절하거나 배신하지 않고, 배은망덕함이 없이 인생을 한결같이 아름답게 사는 것 역시 참으로 중요하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배교, 변질, 변절 후의 회개없는 삶이라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배교, 변절, 변질보다는 죽음을 택함으로 영원히 살게 된 순교성인들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한결같이 충실한 아름다운 삶을 지향하는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의 정주서원입니다. 신뢰 상실을 뜻하는 배교자, 변절자, 배신자라는 말보다 치명적인 말도 없을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 어느 자매의 넋두리처럼 흘러 나온 말도 잊지 못합니다.

 

“음식은 맛이 가면 버리기라도 하는데 사람이 맛이가면 버리지도 못하고---”

 

참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상한 음식은 버리면 되는 데, 맛이간 부패인생이라면 참 대책이 없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착안한 부패인생과 발효인생입니다. 부패인생에서는 악취가 나지만 발효인생에서는 깊고 은은한 향기가 납니다. 바로 정체성 또렷한 참사람의 참나로 살게 하는 회개의 여정, 성화의 여정을 뜻하는 발효인생입니다. 

 

바로 향기로운 발효인생의 모범이 오늘 축일을 지내는 순교 성녀 세실리아를 비롯한 가톨릭 교회의 살아 있는 보물들인 무수한 성인들이요, 오늘 복음의 가진 것 모두를 봉헌한 가난한 과부요, 제1독서 다니엘서의 다니엘을 비롯한 하난야, 미사엘, 아자르야의 이스라엘 출신 네 청년입니다. 참으로 모두가 초지일관, 시종여일 하느님께 충실했던 한결같은 참사람의 원형같은 성인들입니다. 

 

우선 세실리아 성녀를 소개합니다. ‘천상의 백합’을 뜻하는 이름이 참 곱고 청순한 느낌을 줍니다. 순교연대는 3세기로 추정할뿐 정확한 연대는 모릅니다. 이교도 였던 발레리아누스 남편도 후에 개종하고 먼저 순교함으로 성인이 되었고, 세실리아 역시 끝까지 배교를 거부하고 참수형의 순교를 통해 성녀가 되니 부부성인이 되었습니다. 

 

한결같이 성화의 여정에 충실하다 순교의 죽음을 통해 참나의 성인으로 생을 마감한 성녀 세실리아였습니다. 오래 살아 성인이 아니라 얼마를 살든 참으로 살 때 성인입니다. ‘순교는 성체와의 결합이다’ 새삼 떠오르는 말마디입니다. 사랑의 순교, 사랑의 성체이기 때문입니다. 비올라나 풍금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세실리아 성녀는 음악인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습니다.

 

둘째, 복음의 가난한 과부입니다.

가난한 과부는 그대로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과부는 외관상 가난하나 실상 내적으로 참으로 부요하고 자유로우며 마음 순수한 성녀입니다. 가진 것이 많아서 부자가 아니라 최소한의 소유로, 참으로 하느님 만으로 만족하고 행복한 부자가 최고의 부자요 자유인이요 마음 순수한 참행복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이 그러했고 예수님을 그대로 닮은 참 초연한 이탈의 영성 대가, 지혜롭고 겸손한 오늘 복음의 성녀 가난한 과부가 그러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인정하신 가난한 과부입니다. 참으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더불어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셋째, 다니엘서의 이스라엘 네 청년입니다.

참으로 하느님께 시종여일 충성했던 네 청년의 이름 뜻들도 심오합니다. 다니엘은 ‘하느님은 나의 심판자’, 하난야는 ‘주님은 은총을 주시는 분’, 미사엘은 ‘누가 하느님과 같으랴?’, 아자리아는 ‘주님은 도우신다’라는 이름 뜻이 마치 방부제처럼 이들의 변질을 막아주는 은총처럼 생각됩니다. 이들에 대한 묘사가 이를 입증합니다.

 

‘이 네 젊은이에게 하느님께서는 이해력을 주시고 모든 문학과 지혜에 능통하게 해 주셨다. 다니엘은 모든 환시와 꿈도 꿰뚫어 볼 수 있게 하셨다.---그들에게 지혜나 예지에 관하여 어떠한 것을 물어 보아도, 그들이 온 나라의 어느 요술사나 주술사보다 열 배나 더 낫다는 것을 임금은 알게 되었다.’

 

회개의 여정, 성화의 여정을 통한 존재론적 변화요, 우리는 참사람의 참나의 성인이 되어갑니다. Becoming Love(사랑되기)는 믿음, 희망에 모두에 적용되니, 바로 우리는 성화의 여정을 통해 신망애의 사람이, 진선미의 사람이 되어 가니 바로 이것이 존재론적으로 변화입니다. 단적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 되기Becoming God’, ‘예수님 되기Becoming Jesus’의 성화의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회개의 여정, 성화의 여정은 그대로 하느님 닮기의 하닮의 여정, 예수님 닮기의 예닮의 여정이라고 말입니다. 역설적으로 하느님을, 예수님을 닮아감으로 우리는 참사람의 참나의 성인이 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인생의 유일한 목표이자 보람이자 행복일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가 매일 평생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 은총이 우리의 부패와 변절, 변질을 막아주고 시종여일, 한결같이 발효인생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결정적 도움을 주는지 깨닫습니다. 주님은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회개의 여정, 성화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함으로 날로 예수님을 닮아 참사람의 참나의 성인이 되게 하십니다.  체칠리아 성녀 저녁 성무일도 마리아의 노래 후렴도 아름답습니다.

 

"복된 체칠리아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언제나 가슴에 품고 기도하며, 하느님과 끊임없이 대화했도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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