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9.3. 목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540-604) 축일

                                                                                                                                          2코린4,1-2.5-7 루카22,24-30


                                                                                  하늘이 낸 사람들

                                                                                 -섬김과 종의 영성-


언젠가 읽은 이순신 장군은 ‘하늘이 낸 분’이란 역사학자의 고백이 참 신선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남해의 길목을 사수했기에 누란의 위기에서 조선을 구원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일본의 저명한 사령관 셋이 합류하여 일거에 남해 돌파를 시도했지만 이순신 장군의 저항으로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남해가 뚫려 일본이 전라도를 석권했다면 명나라와 일본이 한강을 경계로 조선을 양분하여 자국의 영토로 했을 가능성도 농후했다는 것입니다. 500년 역사를 공부할 때 정말 이순신 장군은 조선을 구한 하늘이 낸 유일한 분이었다는 고백입니다.


참으로 뛰어난 업적을 세운 분들을 일컬어 하늘이 낸 사람들이란 고백을 하게 됩니다. 하늘이 낸 분으로 하면 하느님의 아들이라 일컫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주 예수님을 본받아 섬김과 종의 영성에 투철했던 무수한 성인들 역시 하늘이 낸 분들입니다. 오늘 분도회에서 특히 축일로 지내는 대 그레고리오 교황 역시 하늘이 낸 분이란 고백에 손색이 없는 분입니다. 역사상 교황에 대가 붙는 분은 대 레오 교황, 대 니콜라스와 교황, 대 그레고리오 교황 셋 뿐입니다.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업적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다 방면에 걸쳐 교황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뛰어난 학자이자 사목자였고, 신비가이자 관리자이고 정치가였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무수한 주옥같은 저술을 남겼습니다. 베네딕도 전기 역시 성인의 작품입니다. 친히 수도생활을 사랑하여 자산을 다 매각하여 가난한 이들을 위해 희사했고 여럿의 수도원을 세워 수도생활에 투신하다 교황에 불림받았습니다. 


성 암브로시오가 신자들의 자발적 원의에 의해 주교에 옹립됐듯이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역시 신도들의 자발적 원의에 의해 교황이 된 분입니다. 과도한 희생극기로 위장병을 얻어 평생 고생했던 분입니다. 놀라운 그의 업적을 보면 정말 하늘이 낸 천재임을 절감합니다. 한 사람에게 어쩌면 이런 놀라운 능력과 업적을 이룰수 있는지 불가사의입니다. 


성인의 영성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섬김과 종’의 영성입니다. ‘섬김과 종의 영성’에 충실하며 주님께 충성을 다한 평생 삶이었습니다. 교황은 최초로 자신을 ‘하느님의 종들의 종(the servant of the servants of God)’이라 즐겨 언급했고 지금까지 교황들이 자신을 즐겨 일컫는 고전적이 말마디가 되었습니다. 하늘이 낸 사람들은 모두 섬김과 종의 영성에 대가 였음을 봅니다. 교황이 평생 흠모했던 우리의 사부 성 베네딕도 역시 ‘주님을 섬기는 학원’의 수도원을 세울 정도로 섬김과 종의 영성의 대가였습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는 우리 모두가 하늘이 낸 사람들입니다. 이를 통감한 주님은 물론 성인들이었기에 하늘처럼 사람을 아끼며 이웃을 섬기는 삶에 전 존재를 바쳤습니다. 섬김과 종의 원조가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십니다. 성찬후 섬김의 삶을 유언하시는 분위기가 오늘 복음입니다. 요한 복음에서 주님은 성찬후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는 섬김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영어로 오늘 복음의 주제는 ‘제자들의 역할(The Role of The Disciples)’이고, 새번역은 ‘섬기는 사람이 되어라’입니다. 바로 제자들은 물론 믿는 이들 모두에 해당되는 섬김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이어 주님은 섬김의 삶에 투신한 제자들에게 보상을 약속하십니다. 위에서 지배하고 군림하고 권세를 부리는 지도자가 아니라 아래에서 섬기는 제자들이 되라는 것입니다.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누가 더 높으냐? 식탁에 앉은 이냐, 아니면 시중들며 섬기는 이냐? 식탁에 앉은 이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아, 모든 믿는 이들의 공동체 중심에 섬기는 이로 현존하시는 파스카의 주님이라는 말씀입니다. 같은 어원을 지닌 섬김(service)과 종(servant)입니다. 주님을 본받는, 닮는 유일한 길은 섬김과 종의 영성에 투신하는 길뿐입니다. 섬김의 직분, 섬김의 권위, 섬김의 리더십, 섬김의 사랑, 섬김의 영성, 섬김의 기쁨 등 섬김이 들어가는 말마디 또한 무수합니다. 섬김의 직분을 지닌 사도 바오로의 고백이 감동적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입어 이 직분을 맡고 있으므로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부끄러워 숨겨 두어야 할 것들을 버렸으며. 간교하게 행동하지도 않고 하느님의 말씀을 왜곡하지도 않습니다. 우히려 진리를 드러내어 하느님의 면전에서 모든 사람의 양심 앞에 우리 자신을 내세웁니다. 

우리가 선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선포하고 우리 자신은 예수님을 위한 여러분의 종으로 선포합니다.”


참 아름답고 감동적인 명문의 고백입니다. 교회의 지도자는 물론이고 모든 믿는 이들이 종과 섬김의 영성을 살아야 합니다. 주님은 질그릇 같은 허약한 우리 안에 섬김의 삶에 투신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끊임없이 담아 주십니다. 섬김의 삶에 두 차원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에 앞서 우리를 먼저 섬기신 주님이시기에 이에 대한 자발적 응답이 주님과 이웃을 섬기는 삶입니다. 주님을 섬길 때 이웃을 섬길 수 있는 힘도 생깁니다. 사실 주님 섬김의 진위眞僞는 이웃 섬김을 통해 드러납니다. 진정 주님을 잘 섬기는 자가 이웃도 잘 섬깁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매일 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를 통해 직접적으로 주님을 섬기며 이어 형제들을 섬깁니다. 주님을 섬김에 이어 형제들을 섬김으로 비로소 섬김의 완성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섬기는 우리 모두를 당신 말씀과 성체로 섬기시며, 우리 모두 섬김과 종의 영성에 항구할 수 있는 은총과 힘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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