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12.연중 제6주간 월요일                                                                 야고1,1-11 마르8,11-13

 

 

예닮의 여정

-무지에 대한 답은 예수님뿐이다-

“행복하여라, 지혜로운 이들!”

 

 

“Every human person is a precious gift of God”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귀한 선물이다)

 

어느 책 서문, 교황님의 지극한 평범한 서두 말씀이 새롭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예수님뿐입니다. 무지의 어둠을 없애는 말씀의 빛, 하느님이 지혜인 예수님입니다. 부단히 자기를 넘어 예수님을 닮아가는 자아초월의 여정, 예닮의 여정을 통해 참으로 존엄한 품위의 사람, 지혜로운 사람, 자유로운 사람, 행복한 사람, 부요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 됩니다. 바로 이것이 믿는 이들의 삶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진정한 부자는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것이 가장 적은 사람입니다. 예수님만으로 행복한 사람이 진정 부자입니다. 아주 오래전 써놓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던 시가 생각납니다. 이 시로 한달간은 행복했습니다. 24년전 짧은 자작시인데 방금 생각이 났습니다.

 

“민들레꽃

 외롭지 않다

 

 아무리

 작고 낮아도

 

 샛노란 마음

 활짝 열어

 

 온통

 하늘을 담고 있다”-2000.4.20.

 

아마도 수도 형제들 다 엠마오 산보 떠나고 수도원 집을 지키던 부활절 다음날 썼던 시일 것입니다. 하늘을 담아, 하늘을 닮아 행복한 부자처럼 보이는 작고 낮게 위치한 땅에 바짝 붙어있는 하늘을 가득 담고 있는 샛노란 민들레꽃이었습니다. 교회학자 성인 축일에는 이들의 지혜를 기립니다. 학식은 물론 지혜의 원천이신 주님께 뿌리내린 지혜로운 진리의 연인들이 진짜 교회학자들입니다. 교회학자 축일시 다음 독서는 늘 고무적입니다.

 

“나는 지혜를 욕심을 채우려고 배우지 않았다. 이제 그것을 아낌없이 남에게 주겠다. 지혜는 모든 사람에게 한량없는 보물이며 지혜를 얻은 사람들은 지혜의 가르침을 받은 덕택으로 천거를 받아 하느님의 벗이 된다.”(지혜7,13-14)

 

하닮의 여정, 예닮의 여정중 주님과 깊어가는 우정과 더불어 주님의 벗이, 지혜로운 사람이 됩니다.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는 사부 성 베네딕도의 말씀입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성규4,47)

 

이와 더불어 내 삶의 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일년사계로 압축할 때 어느 시점에 위치해 있겠는가 점검하는 것입니다.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하면 아마도 해지는 죽음의 시간을 오후 6시로 할 때 오후 4:30분, 일년사계로 압축하면 초겨울쯤 되지 않겠나 수차례 인용하여 나눴던 예화입니다. 이런 수행이 참으로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삶의 환상이나 거품, 교만이나 집착이 말끔히 걷힌 본질적 깊이의 투명한 삶을 살게 합니다. 인생휴가 얼마 안남았는데 새삼 무슨 휴가인가 하는 생각에 이미 휴가를 접은지 수십년이 지난 수도생활입니다. 얼마전 써놓은 “인생휴가”라는 시입니다.

 

“아버지의 집에서

휴가나온/인생인데

남은 휴가/얼마/안남았는데

지상에서의 삶자체가/날마다/휴가인데

죽으면 영원한 휴가인데

새삼 웬 휴가?

날마다/휴가처럼 사네”-2023.8.9.

 

어제 읽은 성염(요한 보스코) 교수 부인 전순란 자매의 글이 생각나 인용합니다. 

-‘요즘 보스코가 마루에 피어난 꽃들을 부쩍 오랫동안 들여다본다. 꽃을 좋아했어도 좀 낯선 버릇이라 “무슨 일이죠?” 물으니, “남은 날이 적어지니까 풀꽃 하나도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지 몰라. 보고 볼수록 신비롭기만 하거든.”  이 대답, 열심히 눈에 담아 놓았다,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씀드릴 준비중인가 보다.’-

 

우리 옛 선비들도 참 지혜로운 성인급의 학자들이 참 많았습니다. 오늘 다산 정약용 요한의 글도 마음에 와닿습니다. “읽기 버거운 책이 누구에게나 한 권쯤 있다. 독서는 그와 마주하는 경험이라야 한다.” 제게는 평생 독서의 대상인  성경이 이에 속합니다. “위로는 성현(聖賢)을 뒤따라가 짝할 수 있고, 아래로는 백성(百姓)을 깊이 깨우칠 수 있으니, 독서야 말로 우리 인간이 해야 할 본분이다.” 다산의 <여유당 전서>에 나오는 글입니다. 무지에 대한 해결책으로 평생독서와 평생공부를 참 많이 강조한 다산입니다.

 

참으로 인간의 고질적 마음의 병이 무지입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나를 모르는 무지의 병에는, 죄에는, 악에는 답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지혜의 주님과 무지의 바리사이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눈이 있어도 무지에 눈멀어 방금 4천명을 먹이신 주님의 기적의 하늘 표징을 목격하고도, 예수님 당신 자체가 하늘의 표징임을 모르고 시험하려 유혹하는 바리사이들에게 깊이 탄식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 자체가 빛나는 하늘의 표징이요 눈만 열리면 오늘 지금 여기서도 무수히 발견되는 하늘의 표징들인데 새삼 무슨 표징이 필요하겠는지요! 이들 무지한 이들을 버려두신 채 지체없이, 단호히 당신 삶의 여정에 오르는 예수님의 분별의 지혜가 빛납니다. 오늘 제1독서 야고보서에서도 예닮의 여정에 충실했던 야고보 사도의 지혜가 보석처럼 빛을 발합니다. 시련과 관련된 인내와 지혜와 믿음에 대한 가르침이 빈부(貧富)에 대한 가르침이 마음 깊이 각인됩니다.

 

“갖가지 시련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 여러분의 믿음이 시험을 받으면 인내가 생겨납니다. 그 인내가 완전한 효력을 내도록 하십시오. 그러하면 모든 면에서 모자람 없이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래서 한결같은 정주의 믿음, 정주의 인내를 통한 존엄한 인간 품위의 삶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지혜가 모자라면 하느님께 청하십시오. 그러면 받을 것입니다. 결코 의심하는 일 없이 믿음을 가지고 청해야 합니다. 의심하는 사람은 바람에 밀려 출렁대는 바다 물결과 같습니다. 이런 두 마음을 품은 사람은 어떠한 길을 걷든 안정을 찾지 못합니다.”

 

갈림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믿음으로 한결같이 항구히 주님께 청할 때 선사되는 지혜의 선물입니다. 하느님의 지혜이신 주님과 날로 깊어지는 예닮의 여정도 실현됩니다. 빈부에 초연함도 탁월한 지혜입니다. 

 

“비천한 형제는 고귀해졌음을, 부자는 비천해졌음을 자랑하십시오. 부자는 풀꽃처럼 스러질 것입니다. 해가 떠서 뜨겁게 내리쬐면, 풀은 마르고 꽃은 져서 그 아름다운 모습이 없어져 버리니 바로 부자가 자기 일에 골몰하다가 그렇게 될 것입니다.”

 

많이 지녀서 부자가 아니라 필요한 것이 적을수록 부자입니다. 무욕의 지혜입니다. 최소한도의 의식주에 주님만으로 행복하고 부유한 자가 빈부를 초월한,  무지의 탐욕에서 해방된 참 부자요 복자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예닮의 여정에 항구할 때 주님을 닮아 참으로 아름답고 지혜롭고 자유롭고 행복한 존엄한 인간 품위의 삶의 실현이겠습니다. 제 좋아하는 예닮기도 한 대목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주님, 당신은 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생명, 저의 사랑, 저의 희망,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당신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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