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1.연중 제27주간 목요일                                                                             갈라3,1-5 루카11,5-13

 

 

항구恒久하고 간절懇切한 기도가 답이다

-영적 탄력彈力, 근력筋力의 비결-

 

 

요즘 계속되는 루카복음은 주님의 기도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주님 말씀을 경청하는 마리아에 이어 어제는 주님의 기도가 주제였고, 오늘은 항구히 기도하라고 가르치는 비유, 그리고 온전한 신뢰심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청하라는 권면으로 이어집니다. 앞부분 친구의 청을 들어주는 사람의 비유의 결론 부분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사람이 벗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줄곧 졸라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 예전 가난한 시골집에서처럼 당시 이스라엘 시골집 역시 방 하나에서 식구가 다 잠을 잤다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친구의 청이라 해도 한 밤중에 식구들의 잠을 깨우며 일어나 친구의 청을 들어주기는 정말 괴롭고 싫었을 것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주님의 강조어법입니다. 여기 ‘그가 줄곧 졸라 대면’의 직역은 ‘그의 끈기 때문에’입니다. 사람이 이럴진대 끈기있게 기도하면 하느님은 더욱 더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의로우실뿐 아니라 아버지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결론은 끈기있게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결국은 우리의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신뢰 부족을 의미합니다. 참으로 항구하고 간절한 기도가 답임을 깨닫습니다. 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에 이어지는 다음 말씀도 같은 맥락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르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우리 모두를 향한 항구하고 간절한 기도의 자세뿐 아니라, 믿음의 자세, 삶의 자세를 가르쳐 줍니다. 자주 흥겹게 부르는 가톨릭 성가 40장도 생각납니다.

 

“구하시오/받으리라, 찾으시오/얻으리라

 두드리시오/열리리라.”

 

백절불굴의, 칠전팔기의 자세로 청하고 찾고 문을 두드리라는 것입니다. 기도는, 믿음은, 삶은 감정이나 기분이 아니라 이런 항구하고 간절한 자세입니다. 좋든 싫든 관계없이 항구하고 간절한 마음과 의지로 청하고 찾고 문을 두드리자는 것입니다. 이 또한 겸손의 과정이요 비움의 과정입니다.

 

세상에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으며,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주겠습니까? 우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것을 잘 주시겠습니까? 

 

기도하면 할수록 기도는 그대로 이루어져 우리 삶의 실재가 됩니다. 우리가 아버지를 닮아감으로 결국은 예수님처럼 될 것입니다. 예수님 그분을 더욱 ‘분명히’ 알게 되고, 그분을 더 ‘친밀히’ 사랑하게 되고, 그분을 더 ‘가까이’ 따르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탄력좋은 믿음의 자세가 필수적임을 봅니다. 아주 예전 제가 많이 강조했던 주제가 영적 탄력입니다. 믿음은, 기도는 바로 탄력입니다. 누르면 곧장 튀어나오는 용수철처럼 좌절함이 없이 다시 곧장 튀어 나와 청하고 찾고 두드리자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 삶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영적전쟁의 수행중에 이런 탄력좋은 기도와 믿음과 삶의 자세는 얼마나 절대적인지요. 바로 이런 삶의 자세에서 탄생된 제 자작 좌우명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입니다. 도도히 흐르는 강처럼, 한결같은 항구한 기도와 믿음과 삶의 자세를 표현하고 있는 좌우명 시입니다.

 

아무리 모든 것을 다 지녔어도 ‘주님의 전사’가 전의戰意를 상실하고 기도와 믿음 생활에 소홀하여 영적탄력을, 믿음의 탄력, 희망의 탄력, 사랑의 탄력을 상실하면 영적전쟁의 승리는 불가능합니다. 세상에 무기력, 무감각, 무의욕보다 영성생활에 큰 재앙도 없습니다. 

 

항구히 기도해야 감사, 감동, 감탄의 삼감三感이며, 항구히 기도하지 않으면 삶의 선물은 짐으로 변하고 절망, 실망, 원망의 삼망三望이 뒤따릅니다. 하여 이런 영적 탄력을, 영적 근력을 잃지 않기 위해, 감정에 기분에 치우치지 않고 일과표의 삶의 궤도에 충실하라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영성생활은 순전히 습관입니다. 평생, 매일,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감정따라 기분따라 살지 않고 일과표의 삶의 궤도 따라 살기에 좋은 습관의 형성이요 한결같은 영적탄력의 유지입니다. 이런 삶의 궤도에 충실할 때 끊임없이 청하고 찾고 두드리는 삶의 습관화, 생활화가 가능해집니다. 

 

바로 이것이 현실적 지혜입니다. 저는 감히 일과표의 준수에 구원이 있다고 말합니다.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주고 균형과 조화로운 삶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수도형제들의 항구한 삶의 비결 역시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일과표의 시스템 따라 삶의 궤도에 항구하고 충실하기에 비로소 정주서원의 실현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참 좋은 선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오늘 복음이 분명 답을 줍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하느님 선물중의 선물이 성령입니다. 성령은 모두입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은혜 그 자체입니다. 진정 청할 보물은 성령의 선물뿐입니다. 성령 따라 살 때 저절로 찬미와 감사의 삶이요, 분별의 지혜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뜻에 따라 최선, 최상, 최고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정말 성령 따라 살 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느님의 뜻 따라 살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무지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새삼 무지에 대한 답은 성령뿐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갈라디아 신자들은 물론 우리가 받은 성령을 환기시킵니다.

 

“여러분은 율법에 따른 행위로 성령을 받았습니까? 아니면, 복음을 듣고 믿어서 성령을 받았습니까? 여러분은 그렇게 어리석습니까? 성령으로 시작하여 육으로 마칠 셈입니까?”

 

성령을 잃으면, 다시 무지의 어리석음에 사로잡힙니다. 간절하고 항구히 기도할 때, 항구히 복음을 듣고 믿을 때 참 좋은 선물, 성령을 받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착해서 우리 안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 성령이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를 통해서 일하시도록 우리를 개방하는 만큼 우리는 착합니다. 모두가 성령의 은총이요 열매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참 좋은 성령을 선물하시어 우리 모두 성령충만한 삶을 살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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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8.10.11 07:45
    기도는,믿음은, 삶은 감정이나 기분이 아나라 백절불굴의, 칠전팔기의 항구하고 간절한 자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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