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17. 부활 제5주간 수요일                                                                                    사도15,1-6 요한15,1-8



우리 삶에서 무엇이 본질적인가?

-주님과 사랑의 일치-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에서 흡사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보는 것 같습니다. 새는 좌우의 두 날개로 하늘을 납니다. 한 날개로는 하늘을 날 수 없습니다. 좌우의 발로 걸어가고, 좌우의 눈으로 보고, 좌우의 귀로 듣듯이, 좌우는 둘이자 하나입니다. 


보수와 진보간에는 늘 긴장이 있기 마련입니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둘 다 필요하며 살아있는 교회의 표지입니다. 그것은 분열이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입니다. 결정적인 것은 양편의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에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심각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 독서에서 그런 대화의 시작을 봅니다.


그렇다면 오늘 사도행전에서의 문제는 무엇입니까? 

할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 없다는,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주의자들인 유다 크리스천들의 주장에서 시작된 문제입니다. 그러나 개종한 이방인 크리스천들에게 할례를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이 바로 안티오키아 교회의 바오로와 바르나바 두 사도입니다.


하여 이 문제를 의논하기위해 바오로와 바르나바와 다른 몇 사람들의 신자가 대표로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과 원로들에게 파견되었고.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의견을 나누고자 제1차 교회 공회의가 시작되었으며 그 결과는 내일 독서에서 나올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유리한 위치에서 이 문제를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물어야 할 것이 ‘우리 삶에서 과연 무엇이 본질적인가?’하는 물음입니다. 바로 강론 제목입니다. 보수와 진보가 필히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정말 개종한 이방인들도 모세의 관습에 따라 할례를 받아야 구원을 받을 수 있겠는가? 정말 솔직하게 보수든 진보든 정말 이것이 하느님의, 예수님의 생각이겠는가 물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도 접근 방식은 똑같습니다. 매사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법과 규칙, 관례를 고려해야겠지만 궁극의 판단의 잣대는 주님의 생각, 주님의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는 보수파도 진보파도 아닌 예수님파라 할 수 있습니다.


율법의 완성은 사랑입니다. 분별의 잣대는 사랑입니다. 이런 주님 사랑의 눈으로 보면 결론은 자명해집니다. 무엇이 사람들을 자유롭게 행복하게 하는지 사랑의 잣대로 보면 확연해 집니다.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이 바로 주님의 사랑이며 이런 사랑이 바로 분별의 잣대가 됩니다. 


얼마전의 경우도 생각납니다. 열 한 분이 5월 성모성월 아름다운 부활축제시기에 여기 주님의 집 수도원에 피정을 왔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고백성사를 보지 못해 성체를 모시지 못하겠다 하기에 영 마음의 편치 않아 모시라 강권하여 모셨습니다. 미사가 끝난후 파견에 앞서 잠시 말씀드렸습니다.


“예수님 잔치집에 와서 밥먹지 않으면 예수님 너무 사운해 하십니다. 먹지 않다니 말이 됩니까? 중죄가 아니라면 우선 성체를 모신후 고백성사를 보십시오.”


주님의 사랑을 지닐 때 진짜 올바른 분별입니다. 어떻게 이런 사랑을 지니고 살 수 있을까요? 바로 오늘 복음 말씀이 답을 줍니다. 예수님파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이야 말로 분별의 잣대입니다. 예수님과 일치가 깊어질 수록 정말 올바른 분별입니다. 모두를 자유롭게,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15,4-5).


주님과 우리의 상호내주의 일치를 이야기합니다. 주님과 상호내주의 사랑의 일치를 이룰 때 비로소 올바른 분별이요 열매 풍성한 삶입니다. 보수와 진보가 창조적 사랑의 일치를 이루는 자리 역시 바로 주님 사랑 안에서 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주님과 상호내주의 일치의 기도는 그대로 응답된다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요한15,7).


주님께 무엇을 청하기전 주님과 일치의 삶을 살고 있는지 우선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주님과 사랑의 일치, 바로 이것이 우리 삶에서 본질적인 것입니다. 이런 주님과 관상적 일치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의 활동, 사랑의 열매들입니다. 우리 삶의 궁극의 목적은 아버지의 영광입니다. 우리가 주님과 사랑의 일치로 많은 열매를 맺어 주님의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우리 아버지께서도 영광스럽게 되십니다. 


바로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과 우리의 상호내주 사랑의 일치를 통해 우리의 모든 소원을 이뤄주시고 열매 풍성한 삶을 통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십니다. 날마다 주님과 상호내주 사랑의 일치에 미사은총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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