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14.사순 제2주간 토요일                                         미카7,14-15.18-20 루카15,1-3.11ㄴ-32

 

 

 

자비하신 아버지를 배워 닮으십시다

-사랑, 회개, 배움, 닮음-

 

 

 

오늘 새벽 성무일도 독서의 기도시, 시편136장은 1절부터 26절까지 “주님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매절마다 반복된 후렴이 새로웠습니다. 그대로 오늘 복음 말씀과 일치합니다. ‘아버지의 집’이라 일컫는 수도원 본관의 명칭, ‘자비의 집’이 새롭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어느 수도영성의 대가인 트라피스트 수도승과의 인터뷰 마지막 문답에 공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당신이 베네딕도 규칙에서 가장 좋아하는, 혹시 모토로 삼고 있는 구절이 있습니까?”-

-“음, 예, 아마도 다음 구절일 것입니다. ‘제72장 수도승들이 가져야 할 좋은 열정에 대하여’중 5절 말씀, ‘형제들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며’입니다”.-

 

수도공동생활을 오랜 한 수도승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체험적 진리일 것입니다. 이 구절에 대한 다음 주석입니다. 

 

“베네딕도는 형제들의 육체적인 약점들뿐 아니라 품행상의 약점들을 여기에 포함시킴으로서 공동체 생활 안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점들을 함축하고 있다. 각자의 건강, 성격, 취미, 인간성, 기질, 판단력, 지성들의 차이에서 느끼게 되는 서로의 어려운 점들은 타고난 것일 수도 있고 몸에 밴 습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서로 참아주는 데는 지극한 인내가 요구된다.”

 

하여 현명한 영적지도자는 알아도 모르는 체, 봐도 못본 체 거룩한 바보처럼, 지혜로운 바보처럼 참고 견디며 처신하라는 권고도 있습니다. 사실 수도공동생활을 오래한 수도승들은 인간 심리에 정통한 심리학은 물론 ‘인내의 대가’, ‘인내의 달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형제들의 약점을 끝까지 지극한 인내로 기다리며 참아주는 것이 실제적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사랑은 결코 낭만적 감상적 사랑이 아니라 그대로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은 실천적 사랑입니다. 참으로 자비하신 아버지께 대한 절대적 신뢰와 사랑이 있을 때 이런 사랑이 가능합니다. 또 인터뷰 기사중 나누고 싶은 성 요한 23세 교황에 관한 일화입니다. 교황님은 매일 잠자리에 들기전 경당에 들려 하느님께 아뢰었다 합니다.

 

-“교회는 하느님 당신의 것이지 내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당신이 보살펴 주십시오, 저는 잠자러 갑니다.”하고 아뢰었다 합니다. 그 인터뷰에 응한 수도승 역시 이 일화를 수도생활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했습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어느 목사의 고백입니다. 중학교 3학년쯤 계속 말썽을 피웠을 때 새벽 잠결에 들었던 울며 기도하는 어머니의 음성이 결정적 회개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지쳤고 포기했습니다. 하느님 이 자식은 당신 것이니 당신이 알아서 책임지십시오.” 요지의 어머니의 기도였다 합니다.

 

바로 위 교황님과 목사님의 기도와 흡사한 오늘 제1독서의 미카 예언자의 기도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당신 백성들을 ‘보살펴 주십시오’, 기도하는 미카예언자입니다. 참으로 자비하신 아버지 마음에 정통한 미카 예언자입니다.

 

“그분은 분노를 영원히 품지 않으시고, 오히려 기꺼이 자애를 베푸시는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고, 우리의 허물들을 모르는 체해 주시리라.”

 

오늘 시편 103장 화답송 후렴과 이어지는 고백과 일치합니다. 참으로 우리가 평생 배우고 찬미하고 감사해야 할 자비로우신 아버지임을 새롭게 확인합니다.

 

“주님은 자비롭고 너그러우시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내 안의 모든 것도 거룩하신 그 이름 찬미하여라.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마라.”

 

참으로 ‘머리mind’가 아닌 ‘마음heart’으로 평생 매일 끊임없이 바치는 진정성 가득한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고백기도가 우리의 회개를 촉발시켜 ‘회개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해주고 날로 자비롭고 너그러우신 하느님 아버지를 배워 닮아가게 합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믿는 이들에게 부여된 유일한 삶의 과제입니다.

 

오늘 복음은 ‘되찾은 아들의 비유’라 부르지만, 하느님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는 ‘아버지 사랑의 비유’라 부를 수 있습니다. 참으로 복음중의 복음입니다. 세상 어느 종교에서 이렇게 실감있게 묘사되는 자비하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들을 때마다 늘 새롭고 감동적입니다. 그대로 우리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같습니다. 

 

작은 아들도, 큰 아들도 그대로 우리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초점은 이 두 아들을 ‘있는 그대로’ 지극한 인내로 끝까지 참고 기다리며 견디는 아버지의 감동적인 사랑에 있습니다. 결코 두 아들의 잘못을 책하거나 추궁하지 않고 사랑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작은 아들을 결정적으로 회개에로 이끈 것은 아버지의 다음 사랑의 외침이었을 것입니다.

 

“어서 가장 좋은 옷을 가져다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발을 신겨 주어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아라. 먹고 즐기자.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도로 찾았다.”

 

아마 이런 자비하신 아버지의 체험의 기억은 작은 아들에게 평생 각인되어 끊임없는 회개의 원천이 되었을 것입니다. 회개해서 용서가 아니라 용서의 사랑이 회개를 촉발시킴을 깨닫습니다. 이어 아버지는 자신의 자비로운 처사에 분노하는 큰 아들을 다독이며 당신의 기쁨에 동참할 것을 호소합니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것이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니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역시 작은 아들을 대할 때처럼, 큰 아들의 옹졸하고 편협함에 서운해 하거나 꾸짖는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참으로 무력한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큰 아들의 반응은 그대로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며 큰 아들같은 우리들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복음에서 큰 아들의 반응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지만 제가 볼 때에 아마 큰 아들은 곧 회개하여 마음을 되돌려 작은 아우 귀환의 환영잔치에 참여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의 자비하신 아버지의 두 아들을 보면서 자신의 신원을 깊이 생각했을 것입니다. 바로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은 아들 예수님말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우리는 저절로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아갈 것입니다. 자비하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파스카의 예수님은 이 은혜로운 미사잔치를 마련해 주시어 회개한 우리 모두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날로 자비하신 아버지를 배워 닮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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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3.14 11:57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에게 지금의 어렵고 힘든 사순시기에도
    천상의 말씀으로 저희를 지켜주심에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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