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7.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아모8,4-6.9-12 마태9,14-17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늘 새로운 시작,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늘 새로운 시작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오늘로서 제1독서 아모스 예언서는 ‘이스라엘의 회복’이라는 희망의 약속으로 끝납니다. 바로 다음 대목에서 착안한 강론 제목입니다.


“보라. 그 날이 온다. 주님의 말씀이다. 밭가는 이를 거두는 이가 따르고, 포도 밟는 이를 씨뿌리는 이가 따르리라. 산에서 새 포도주가 흘러 내리고, 모든 언덕에서 새 포도주가 흘러 넘치리라.”


오늘이 바로 그 날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새 에덴 천국을 살아야 합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 날입니다. 날마다 새 포도주 복음을 담아 살아내야 할 새 부대의 새 날입니다. 심판 예고로 시작해서 구원의 희망으로 끝나는 희망의 예언자 아모스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둘 다 보존된다.’ 오늘 복음의 결론인 데, ‘새 포도주’란 말마디가 아모스 예언서에 다시 나오니 참 신기합니다. 새 포도주가 상징하는 바 주님과 함께 하는 흥겹고 기쁜 삶입니다. 바로 오늘 새 날의 새 부대에 가득 담긴 은총의 새 포도주를 마시며 기쁘게 천국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예수님과 아모스는 결코 창백한 금욕 수행자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천국을 앞당겨 사셨던 참 자유로우셨던 분들이셨습니다. 참으로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던 분들이었습니다. 


‘춘풍추상春風秋霜’, 청와대 여민관에 걸려있다는 액자의 글귀가 생각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봄바람(春風)처럼 관대하고, 자기 일에 대해서는 가을 서릿발(秋霜)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남에게는 부드럽고 관대하게, 그러나 나에게는 철저하고 엄격하게’ 참으로 위대했던 이들의 공통적 특징입니다.


얼마전의 깨달음도 새로웠습니다. 어느 좋은 분이 편리한 바지를 선물했습니다. 보기는 좋은 데 입어보니 너무 꽉쪼여 답답해 한나절 입다 벗어 버리고 넉넉하고 헐렁하고 편안한 바지로 갈아입으니 얼마나 자유롭고 편안하던지요. 


순간, ‘아 이런 꽉쪼인 금욕수행은 아니 되겠다. 기본에 충실하되 좀 넉넉하고 헐렁하고 편안해야 되겠구나! 나에게는 엄격하더라도 남에게는 넉넉하고 편안하게 해야 겠다.’는 생각이 깨달음처럼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이런 넉넉하고 헐렁하고 편안한 옷처럼 개인이나 공동체도 그랬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수행자체가 목적은 아닌 것입니다. 모든 수행의 잣대는 사랑입니다. 자유롭게 하는 사랑의 수행이어야지 수행자체가 목적이 된 부자유롭게 하는 수행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서로 경쟁하라 있는 수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식의 예가 적절합니다. 결코 예수님은 단식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분별의 지혜에 따른 자발적 사랑의 단식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웃에 드러나지 않는 감쪽같은 수행의 올바른 단식을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주님은 자기를 만족시키는 자기 중심의 단식 수행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의 겸손한 단식 수행을 권하십니다. 모든 수행의 원리입니다. 예전 어느 장상의 ‘먹고 겸손한 것이 먹지 않고 교만한 것보다’ 낫다 한 말도 생각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요한 제자들의 속이 훤히 보이는 물음입니다.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 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자기들과 비교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마치 단식자체가 목적이 된 듯 보입니다. 결코 비교, 판단할 수 없는 수행입니다. 수행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자비의 은총으로 구원받습니다. 마치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꽉쪼인 옷을 입은 듯 답답해 보이는 반면, 예수님과 그 제자들은 넉넉하고 헐렁한 옷을 입은 듯 참 자유로워 보입니다.


남 판단하지 않는 수행이어야 합니다. 참으로 나도 너도 자유롭게 하는 겸손한 사랑의 수행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답변이 참 적절합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느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단식의 거부가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축제인생을 맘껏 즐기고 단식의 때가 되면 그 때 단식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이어 이들의 경직된 사고방식을 바꿀 것을, 발상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바로 새 포도주의 복음 은총을 담을 수 있도록 날마다 새 부대의 새 날에 새 마음과 새 의식의 새 포도주를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있어야 시대의 흐름에 낙오되지 않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새 날의 새 마음 부대에 새 포도주의 은총을 가득 담아 주시어 우리 모두 ‘오늘 바로 그 날’의 구원의 기쁨을, 늘 새로운 시작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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