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13.연중 제15주간 화요일                                                           탈출2,1-15ㄴ 마태11,20-24

 

 

 

회개悔改의 여정旅程

-무지無知에 대한 답은 회개悔改뿐이다-

 

 

 

“가난한 이들아, 하느님을 찾아라. 너희 마음에 생기를 돋우어라.”(시편69,33)

 

오늘의 화답송 후렴 역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어제 오랜만에 예약 방문한 분에게 거의 한시간 반동안 면담고백성사를 드렸습니다. 흡사 성경이야기를 듣는 듯, 경청하는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습니다. 치매에 걸려도 살아 온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사람에게 나중까지 남는 것은 욕심뿐임을 확인했습니다. 식욕食慾, 성욕性慾, 물욕物慾, 바로 밥, 성, 돈 욕심이 근원적임을 깨닫습니다. 물론 명예욕, 권력욕도 있습니다.

 

이래서 하느님 중심의 삶이 필연입니다. 다 사라지고 남는 것은 하느님이요 믿음뿐이야 맞는 것입니다. 이래야 품위있는 노년이요 비록 치매에 걸려도 고운 치매입니다. 그러니 사람이 문제라면 하느님은 답이 됩니다. 아무리 찾고 물어도 하느님 만나지 못하면 답이 없습니다. 끝까지 방황과 혼란이요 안정과 평화도 없습니다.

 

이래서 회개입니다. 끊임없는 회개의 여정을 살아야 합니다. 인간의 근원적 질병인 무지無知와 허무虛無에 대한 답도 끊임없는 회개뿐입니다. 참으로 회개를 통해 온갖 탐욕을 하느님만을 찾는, 진리와 지혜를 추구하는 성인聖人이 되고자 하는 청정욕淸淨慾으로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참으로 회개를 통해 하느님을 찾아 만날 때 회개와 겸손이요 찬미와 감사요 마음의 순수와 열정입니다. 날로 주님을 사랑하여 알고 닮아가면서 참 나의 인식도 깊어짐으로 무지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인생의 궁극 목표입니다. 세례 받았다 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빛의 자녀가 아니라 끊임없는 회개의 여정을 통해 날로 주님을 닮아갈 때 비로소 하느님의 자녀가, 빛의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말그대로 평생여정의 평생과제입니다.

 

회개를 통해 무지의 눈만 열리면 온통 하느님의 기적이요 선물이자 회개의 표징들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기적이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도 회개를 통한 무지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을 꾸짖기 시작합니다. 어제 바오로 수사님 기일미사 마태복음은 ‘행복하여라’ 행복선언으로 시작됐는데, 오늘은 ‘불행하여라’ 불행선언으로 시작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주님의 육성을 듣는 듯 참 실감있게 와 닿습니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 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날에는 티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소돔 땅이 너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숨쉴틈 없이 단숨에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주님 말씀입니다. 늘 새롭게 와닿는 우리 독자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예나 이제나 변함없는, 반복되는 인간 무지의 내적현실입니다. 과연 인간의 진보가 가능한지 때로 회의가 들 때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은 회개뿐이 답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바로 회개하지 않으면 우리 삶의 자리가 코라진이, 벳사이다가, 카파르나움이, 티로가, 시돈이, 소돔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별난 고을들이 아니라 타락과 부패, 탐욕, 사치, 낭비의 고을들을 상징하는 명칭들입니다. 기후위기로 인류의 종말이 일컬어지는 작금의 현실은 실천으로 입증되는 회개가 참으로 절박한 시대입니다. 

 

‘성인병의 80%가 육식 때문이다. 건강 채식하세요!(Go vegan!)’ 어제 읽은 기사도 생각납니다. 기후위기의 주범중 하나도 과도한 육식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코로나의 전파로 어제 12일부터 수도권은 2주간 강력한 거리두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또한 강력한 회개의 표징입니다. 전국민이 2주간 피정하는 마음, 회개하는 마음으로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연은 없습니다.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참으로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눈이 열려 밝아진 이들은 곳곳에서 회개의 표징들을 발견합니다. 오늘부터 제1독서는 탈출기의 시작으로 주인공 모세의 새로운 등장입니다. 어제로써 창세기의 야곱과 요셉과 그 형제들의 이야기를 끝내고 탈출기의 모세를 통해 새로운 구원의 역사를 펼치시는 하느님의 열정과 부지런하심이 놀랍습니다. 

 

탈출기, 엑소더스Exodus 영어 말뜻 그대로 끊임없는 엑소더스, 탈출의 여정은 그대로 회개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우리 삶은 안주와 나태로부터 벗어나 늘 새롭게 시작하는 엑소더스, 탈출의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 하느님의 이런 모습 또한 회개의 표징이 됩니다. 모세는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 독자들의 회개의 눈으로 보면 하느님의 구원 섭리 중에 있는 모세임을 깨닫게 됩니다. 또 하나의 고유한 성서인 우리 삶도 똑같습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하느님 구원 섭리 안에 있는 우리들이요, 당장은 몰라도 지난 날들을 뒤돌아 보면 굽이굽이 하느님 은총의 발자취를 깨달아 알 것입니다.

 

그러니 깨어 주님과 함께 회개와 겸손, 찬미와 감사, 순수와 열정의 마음으로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것입니다. 제가 날마다 새벽 강론을 쓰는 시간은 ‘기도하는 시간, 회개하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제 강론을 읽는 분들도 이런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참된 수행자修行者가 되어 회개의 여정, 탈출(엑소더스)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오늘 너희는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마라.”(시편95,7.8). 아멘.

 

  • ?
    고안젤로 2021.07.13 06:42
    " 사랑하는 주님, 주님주신 말씀 대로 저희가 세상속에 얽매이기보다 주님을 향해 깨어 주님과 함께 회개와 겸손, 찬미와 감사, 순수와 열정의 마음으로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것입니다. "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35 하느님을 찾는 평생 여정 -순례자巡禮者이자 구도자求道者인 우리들-2020.1.5.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0.01.05 137
934 사유하라! -예수님이 답이다-2019.6.15.연중 제10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15 137
933 영원한 평생 배경이자 도반이신 예수님 -주님과의 우정友情-2019.4.11.사순 제5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4.11 137
932 삶과 전례의 일치 -버림, 따름, 보상-2019.3.5. 연중 제8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3.05 137
931 주님과 만남이 구원이다 -치유의 구원-2019.1.23.연중 제2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1.23 137
930 내 삶의 문장의 주어는 누구인가? -내 삶의 성경책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2018.12.24. 대림 제4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24 137
929 무지無知의 악惡 -약藥은 예수님뿐이다-2018.3.8. 사순 제3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3.08 137
928 세상을 이기는 사람 -영원한 생명-2018.1.6. 주님 공현 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8.01.06 137
927 귀가歸家 준비 -하느님이 미래이자 희망이다-2017.11.22. 수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26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11.22 137
926 영적 탄력 -믿음, 희망, 사랑-2018.8.8. 수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1170-122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8.08 137
925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두려움에 대한 답은 예수님뿐이다-2018.8.7.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8.07 137
924 기도가 답이다 -기도와 교회 공동체-2017.10.28. 토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1 프란치스코 2017.10.28 137
923 어떻게 살아야 하나?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2017.6.13. 화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1195-123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06.13 137
922 우리 삶에서 무엇이 본질적인가? -주님과 사랑의 일치- 2017.5.17. 부활 제5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7.05.17 137
921 사랑이 답이다 -율법의 완성은 사랑-2017.3.22. 사순 제3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7.03.22 137
920 끝은 늘 새로운 희망의 시작 -우리 하나하나가 "요셉"이자 “임마누엘”입니다- “깨어있음, 경청, 순종”2023.12.18.월요일 12월18일 프란치스코 2023.12.18 136
919 참행복 -주님과 우정의 사랑-2022.6.4.부활 제7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2.06.04 136
918 믿음의 훈련 -다윗, 세례자 요한-2022.2.4.연중 제4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2.02.04 136
917 일고초려一顧草廬 -주님의 간절하고 겸손한 사랑-2021.12.20.월요일 12월20일 1 프란치스코 2021.12.20 136
916 무지의 병病 -회개와 겸손, 지혜가 약藥이다-2021.10.12.연중 제28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10.12 136
Board Pagination Prev 1 ...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 129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