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5. 대림 제2주간 금요일                                                       이사48,17-19 마태11,16-19

 

 

배움의 여정(旅程)

-무지에 대한 답은 하느님의 지혜이신 예수님뿐이다-

 

 

“주님이 오시니 마중나가자. 주님은 평화의 임금이시다.”(복음 환호송)

 

대림시기 매일미사 전례문이 참 아름답고 깊습니다. 본기도부터 영성체후 기도까지 내용이 주옥처럼 빛납니다. 지난 12월12일은 멕시코의 과달루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87세 노령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터뷰 기사중 전임 베네딕도 16세 교황과의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선종한지 오래된 느낌인데 작년 2022년 12월31일에 선종한 전임 교황입니다.

 

“나의 건강은 좋아지고 있다. 나는 사임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라는 제하에 계속된 다음 전임 교황과의 이어지는 우정에 대한 고백입니다.

 

“나와 교황 베네딕도와의 관계는 매우 가까웠다. 때때로 나는 그분께 상의하러갔다. 위대한 지혜를 지닌 그분은 나에게 그분의 의견을 주곤 하셨다. 그러나 그분은 나에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너는 네가 생각한 것을 안다’ 그리고 그분은 그것을 나의 손에 놓아 주셨다. 

그분은 언제나 나를 도왔으며, 이점에 있어 참 관대하셨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모습도 잊지 못한다. 그분의 의식이 또렸했으나(lucid) 더 이상 말씀하시지 못했고 나의 손을 꼭 잡았다.  

그것은 아름다운 작별이었다. 3일후 그분은 돌아가셨다. 교황 베네딕도는 위대한 분이셨고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을 때 ‘충분하다(enough)’ 말할 용기를 지녔던 참으로 겸손하고 단순한 분이셨다. 나는 이분을 숭배한다(admire).”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참 진솔한 고백입니다. 얼마나 교황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우정의 관계, 우정의 여정인지 깨닫습니다. 우리 삶은 배움의 여정입니다. 두분의 주님 안에서 아름다운 우정을 통해서 우리는 또 우정을 배웁니다. 평생 주님의 섬김의 배움터인 수도원에서 살아가는 평생 학인인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배움과 섬김”, 제가 좋아하는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이런 평생 배움의 학인들에게 경청과 겸손은 필수덕목입니다. 수도자의 두 특질(特質)은 “하느님께 대한 갈망”과 “배움에 대한 사랑”이란 아름다운 정의도 잊지 못합니다. 어찌 수도자뿐이겠습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구도자들의 공통적 자질일 것입니다. 어제 어느 유명한 물리학자의 인터뷰 기사도 생각납니다.

 

“생명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자로 되어있지만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다.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이니, 지금까지 지구밖에서 생명이 발견되지 않았다. 우주 전체를 통해 보면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생명이야말로 부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물리학자의 눈으로 죽음을 바라보면 생명은 더없이 경이(驚異)롭고 삶은 더욱 소중(所重)하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은, 생명은 참으로 경이롭고 신비롭고 소중합니다. 한편 하느님을, 파스카의 신비를, 생명의 신비를 모르는 무지에 눈먼 물리학자의 그 많은 지식이 참 허무하고 빈약하게 느껴집니다. 새삼 하느님 믿음의 은총이 얼마나 고마운지 깨닫습니다. 위대한 겸손한 대학자가 되려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더욱 하루하루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배움의 여정에 충실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배움중의 배움이 하느님 공부요 참나의 공부요 평생 과정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탄식하는 세대는 말그대로 무지한 세대입니다. 배움의 여정에 참으로 소홀했을 때 살아있는 사람이라 볼 수 없는, 편견으로 굳어진 완고한 사람, 공감과 배려 감각이 사라져 반응할줄 모르는 무감각한 사람이 됩니다. 예나 이제나 반복되는 무지한 세대입니다.

 

“이 세대를 무엇에 비기랴?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가슴을 치지 않았다.’”

 

편견으로 굳어져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자 제멋대로 마귀들렸다 하며 예수님이 와서 먹고 마시자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며 굳어진 편견의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 또한 무지의 병입니다. 깨어 배움의 여정에 소홀할 때 누구나 이런 무지한 꼰대가 될 가능성입니다. 그러니 희노애락 온 감정을 담아 깨어 찬미감사 기도를 바치는 공동전례은총이 무지의 병에 대한 참 좋은 치유제이자 예방제임을 깨닫습니다. 다음 말씀이 오늘 복음에 빛을 던집니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

 

무지에 대한 답은 하느님의 지혜인 예수님뿐입니다. 예수님의 전생애가 하늘나라의 실현이자 지혜의 발현입니다. 지혜의 빛이자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신 파스카의 예수님과 날로 깊어지는 우정관계가 무지에 대한 궁극의 답입니다. 제1독서 이사야 말씀은 그대로 오늘 복음에 대한 답이 됩니다. 우리의 무지를 일깨우는 영원한 스승이자 주님이신 예수님 말씀처럼 들리는 다음 말씀이 참 아름답고 은혜롭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이는 생명의 빛을 얻습니다.

 

“나는 주 너의 하느님, 너에게 유익하도록 너를 가르치고, 네가 가야할 길로 너를 인도하는 이다. 아, 네가 내 계명들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너의 평화가 강물처럼, 너의 의로움이 바다 물결처럼 넘실 거렸을 것을. 네 후손들이 모래처럼, 네 몸의 소생들이 모래알처럼 많았을 것을, 그들의 이름이 내 앞에서, 끊어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았을 것을.”

 

작금의 한국 현실에 대한 비판같기도 합니다. 저출산이 한국보다 심각한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후손들이 모래알처럼 많아지기는커녕 지금같은 추세라며 현재 5171만명 인구는 50년후 2072년에는 2천만이 감소한 3017만. 100년후에는 4천만이 감소한 1085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 봤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대한민국의 소멸입니다. 성소자가 없어 사라져가는, 문닫는 수도원의 이치와 똑같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여자라 했습니다.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면 결국 사회도 사라지듯 여자인 교회가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들을 끊임없이 낳지 않으면 교회나 수도원도 사라지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입니다.

 

말 그대로 희망이자 꿈이요, 길이자 빛이요, 생명이자 진리인 하느님을 잊고 무지와 탐욕의 늪에 빠진, 깊이 병든 사회 현실을 반영합니다. 기후위기와 더불어 총체적 위기에 처한 세계요 저출산의 대한민국은 특히 그러합니다. 일본은 세자녀 이상 둔 가정의 아이들은 나라에서 대학까지 완전 무상 교육시켜 준다 합니다. 새삼 깨어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배움의 여정에 충실한 경청과 겸손, 배움과 섬김의 평생학인으로 정진해야 할 대림시기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지혜의 빛이신 주님을 모심으로 우리 모두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 배움의 여정에 충실하도록 도와주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밤낮으로 그 가르침을 되새기는 사람.”(시편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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