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2. 화요일 주님 봉헌 축일                                                                           말라3,1-4 루카2,22-40


                                                                            봉헌생활의 축복

                                                           -“제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오늘 2월2일은 예수님께서 탄생하신지 40일째 되는 날로, 아기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되신 것을 기념하는 참 좋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며칠전 2월이 시작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란 예감이 든다 했는데 오늘 주님 봉헌 축일의 빛이 2월을 환히 밝히는 느낌입니다. 말 그대로 빛으로 봉헌되신 주님의 날이자 봉헌의 삶을 사는 우리 수도자의 날입니다. 오늘은 프란치스코교황께서 선포하신 봉헌생활의 해(2014.11.30.-2016.2.2.)가 끝나는 마지막 날이니, 올 해 봉헌생활의 날은 참 각별합니다.


세상에 봉헌이란 말보다 아름답고 빛나는 말은 없습니다. 봉헌의 기쁨, 봉헌의 행복, 봉헌의 축복, 봉헌의 기도, 봉헌의 사랑, 봉헌의 아름다움, 봉헌의 빛, 봉헌의 믿음 등 끝이 없습니다. 봉헌은 우리 삶의 의미이자 존재이유입니다. 봉헌의 빛이 허무의 어둠을 몰아내고 주님의 빛으로 충만한 삶을 살게 합니다.


한 번의 봉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봉헌의 삶을 사는 우리들입니다. 마침내 마지막 장엄하고 아름다운 봉헌이 죽음의 봉헌입니다. 오늘 강론 제목은 ‘봉헌생활의 축복’입니다. 


첫째, 기쁨의 선물이 바로 봉헌생활의 축복입니다.

세상에 봉헌의 기쁨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주님을 찬미하는 기쁨, 주님께 감사하는 기쁨,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 등 봉헌의 기쁨은 끝이 없습니다. 바로 주님은 영원한 기쁨의 샘이심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기쁨은 주님의 빛입니다. 기쁨의 빛으로 빛나는 주님이십니다. 영성의 진정한 표지 역시 기쁨입니다.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누가 저에게 무슨 기쁨으로 사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지체없이 대답합니다.


“하느님 찬미의 기쁨으로 삽니다.”


찬미의 기쁨으로 표현되는 봉헌의 기쁨입니다. 주님을 섬기는 학원인 수도원에서 봉헌의 삶을 사는 수도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대답일 것입니다. 


둘째, 깨어있음의 선물이 봉헌생활의 축복입니다.

종파를 초월하여 모든 종교의 궁극 목표도 깨어있음입니다. 깨어있을 때 진정 살아있다 할 수 있습니다. 기쁘면 저절로 깨어있기 마련입니다. 막연한 깨어있음이 아니라 주님을 향한 깨어있음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기위해, 주님의 얼굴을 뵙기위해, 찾아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깨어있음입니다. 깨어있음 자체가 바로 기도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 기쁨 중에 깨어 기도하는 우리들입니다. 


셋째, 더불어 삶의 선물이 봉헌생활의 축복입니다.

나혼자 봉헌의 기쁨이 아니라 더불어의 봉헌이 공동체를 기쁨의 빛으로 가득채웁니다. 요즘 세상에서도 널리 회자되는 말마디가 더불어입니다. 더불어 민주당, 더불어 잘 살자는 경제민주화등 더불어보다 중요한 말마디도 없습니다.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기쁨의 샘이신 주님을 중심으로 더불어의 수도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우리들입니다. 더불어 나누고 섬기는 봉헌의 삶을 살 수록 배가 되는 기쁨입니다. 오늘 복음의 시메온만 항구한 봉헌의 삶을 산 것이 아니라 더불어 안나도 있음을 봅니다. 서로 이심전심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을 나눴음이 분명합니다. 


넷째, 주님과 만남의 선물이 봉헌생활의 축복중의 축복입니다. 

주님의 구원을 항구히 깨어 기다렸던 시메온과 안나입니다. 성전에서 봉헌되시는 주님을 팔에 안고 찬미의 노래를 바치는 시메온입니다. 말라키 예언자의 말씀이 마침내 주님을 기다리는 오늘 봉헌생활의 날에 실현되었습니다.


“보라,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너희가 좋아하는 계약의 사자, 보라, 그가 온다.”


이 거룩한 주님 봉헌 축일 미사중 봉헌되시는 주님을 팔에 안고 시메온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며, ‘제 눈으로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주님과의 만남을 기쁨으로 고백하는 우리들입니다. 


봉헌생활의 기쁨, 봉헌생활의 축복입니다. 비단 수도자들뿐 아니라 믿는 이들 모두가 봉헌의 삶으로 불림받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봉헌의 삶이 우리를 정화淨化하고 성화聖化하여 날로 주님을 닮게 합니다. 그러니 우리 삶은 ‘봉헌奉獻의 여정旅程’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주님 봉헌 축일 미사를 통해 은제련사와 정련사처럼, 영적 레위인들인 우리를 깨끗하게 하시고 금과 은처럼 정련하시여, 우리 모두 주님에게 의로운 제물을 봉헌하게 하십니다. 마지막으로 봉헌의 사랑과 기쁨을 노래한 오래 전(1998년12월) 써놓은 ‘늘 당신의 무엇이 되고 싶다’라는 자작시를 나눕니다.


-당신이 꽃을 좋아하면

 당신의 꽃이 


 당신이 하늘을 좋아하면

 당신의 하늘이 


 당신이 별을 좋아하면

 당신의 별이 


 되고 싶다

 늘 당신의 무엇이 되고 싶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33 하느님 중심의 정주 영성과 믿음의 -한결같이,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한 삶-2024.2.8.연중 제5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8 145
3332 하느님 중심의 마음 관리 “회개의 여정, 자아초월의 여정”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부단한 선택-훈련-습관'의 평생과제이다 2024.2.7.연중 제5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7 156
3331 “하느님은 어디에서 사시는가?” -존엄한 품위의 우리 안에, 우리와 더불어- “우리가 바로 성전입니다”2024.2.6.성 바오로 미키(1564-1597)와 25위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2.06 132
3330 우리 영혼의 본향(本鄕)이신 예수님 -집에서 집을 그리워함- (homesick at home)2024.2.5.월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231-25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2.05 148
3329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예수님처럼” -찬미의 전사, 복음의 전사, 기도의 전사-2024.2.4.연중 제5주일 프란치스코 2024.02.04 147
3328 지도자들은 물론 사람들의 필수 덕목 -섬김과 배움, 자비와 지혜-2024.2.3.연중 제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3 128
3327 봉헌의 여정 -한결같은 하느님 중심의 삶-2024.2.2.금요일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프란치스코 2024.02.02 140
3326 하느님 나라의 꿈의 실현 “소유가 아닌 존재론적(存在論的), 시적(詩的)인 복음 선포의 삶“ 2024.2.1.연중 제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1 119
3325 내 소중한 삶의 성경책 ‘렉시오 디비나’하기 -날로 썩어가는 부패인생이 아닌, 날로 익어가는 발효인생을 삽시다- “끈임없는 기도와 회개, 배움의 겸손한 삶”2024.1.31.수요일 성 요한 보스코 사제(1815-188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1.31 151
3324 하느님 중심의 믿음 -믿음의 여정, 믿음의 훈련, 믿음의 전사- “하루하루 ‘믿음으로’ 살았습니다”2024.1.30.연중 제4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30 156
3323 지상 천국의 온전한 삶 -하느님 중심의 정주(定住)와 믿음과 사랑-2024.1.29.연중 제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9 156
3322 온전하고 건강하고 거룩한 삶을 삽시다 -“찾으라, 들어라, 섬겨라”-2024.1.28.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프란치스코 2024.01.28 124
3321 믿음의 여정 -기도와 회개와 함께 가는 믿음-2024.1.27.연중 제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7 123
3320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 삶의 리듬 -친교의 관상, 선교의 활동-2024.1.26.금요일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1.26 147
3319 회심의 여정 -안으로는 회심의 제자, 밖으로는 선교의 사도 -2024.1.25.목요일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프란치스코 2024.01.25 136
3318 하느님 중심의 삶 -내 삶의 성경 ‘렉시오 디비나’하기-2024.1.24.수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1567-1622)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1.24 143
3317 하느님 중심의 한가정, 참가족, 참사람 -“하느님의 뜻을 실행합시다”-2024.1.23.연중 제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3 132
3316 주님의 평생 전사 -주님과 함께 영적승리의 삶을 삽시다-2024.1.22.연중 제3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2 161
3315 회개(悔改)의 여정, 귀가(歸家)의 여정 -‘하느님의 나라’ 꿈과 실현- 프란치스코 2024.01.21 76
3314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제대로 미치면 성인, 잘못 미치면 폐인”2024.1.20.연중 제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0 11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