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8.대림 제4주일                                                      이사7,10-14 로마1,1-7 마태1,18-24

 

 

 

영원한 롤모델 성 요셉

-배려와 존중, 침묵과 경청, 겸손과 순종-

 

 

 

"영원한 하늘의 빛 떠올라 있고, 구원의 아침샛별 반짝이나니

 찬란한 천상빛이 우리를 불러 천국의 시민되라 초대하시네."

 

대림시기 제2부(12.17-24) 아침성무일도시 찬미가 5절이 아름다워 나눕니다. 우리 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은 참 행복합니다. 큰 산같은 두분의 성인, 즉 성 요셉과 성 베네딕도를 배경의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원 로고에서 불암산佛巖山 큰 산봉우리 둘이 흡사 두 성인을 상징하는 듯 싶습니다. 오늘 복음의 주인공은 성 요셉이고 마치 오늘이 성 요셉 축일처럼 생각됩니다. 오늘 대림 제4주일, 마음 안팎을 환히 비추는 대림 촛불 넷이 주님 오심이 임박함을 알리며 마치 성 요셉 축일을 경축하는 듯 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에 앞서 참 좋은 아버지 요셉을 마련해 놓으신 하느님의 배려가 놀랍습니다. 어제 “오! 지혜(O Sapientia)”로 시작됐던 M후렴에 이어 12월18일, “오! 하느님(O Adonai)”으로 시작되는 M후렴도 좋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을 은연중 보여주는 성 요셉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오! 하느님이여 이스라엘 집안을 다스리시는 분이여, 불타는 가시덤불 속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시고, 산에서 그에게 당신 법을 주셨으니, 오소서, 팔을 펴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성 요셉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두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수차례 인용했지만 늘 새롭습니다. 영원한 롤모델인 성 요셉을 참으로 흠모하는 마음에서 쏟아 놓은 고백시입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는

아버지 불암산 앞에 서면

 

저절로 경건 겸허해져 모자를 벗고

큰 절을 올린다

 

있음 자체만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불암산의 품으로 살 수는 없을까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만으로 늘 행복할 수는 없을까

불암산처럼!”-2000.11.17.

 

이와 더불어 그보다 한참뒤에 쓴 “저녁 불암산”도 제가 좋아하는 짧은 시입니다.

 

“아,

크다

깊다

고요하다

저녁 불암산!”-2007.12.

 

그대로 성 요셉을 상징하는 듯한 수도원 배경의 불암산입니다. 제 집무실에는 어느 아픈 자매가 깊은 신심으로 6개월에 걸쳐 그린 “크고 깊고 고요한” 산같은 모습의 성 요셉의 초상화도 늘 바라볼 수 있도록 비치되어 있습니다.

 

첫째, 성 요셉은 배려와 존중의 큰 마음을 지닌 ‘큰 산’같은 분입니다.

참으로 큰 산같은 연민의 사람 성 요셉입니다. 오늘 복음 서두 말씀이 바로 이런 넉넉하고 자비로운, 배려하고 존중하는 성 요셉의 큰 마음이 정말 잘 드러납니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전에 마리아가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얼마나 침착하고 지혜로운 대응인지요! 추호도 흥분이나 분노를 감지할 수 없습니다. 성 요셉의 관심은 오로지 마리아의 안전이였습니다. 감쪽같이 마리아를 살려내고 지켜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마음은 더 큽니다. 바로 그 절체절명의 순간 하느님의 결정적 개입이 이뤄집니다.

 

둘째, 성 요셉은 침묵과 경청의 깊은 사랑을 지닌 ‘깊은 산’같은 분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전폭적 신뢰와 사랑을 받은 침묵과 경청의 사람, 성 요셉입니다. 경청을 위한 침묵이요, 요셉이 침묵중 경청한 후 조용히 헤어질 마음을 굳혔을 때, 꿈에 주의 천사가 나타납니다. 필경 성 요셉은 깊은 고뇌중에 밤샘 기도에 돌입했음이 분명합니다. 바로 그 순간 하느님은 당신 천사를 통해 개입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이 얼마나 요셉을 신뢰했는지 당신의 속내를 다 드러내십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참으로 탄생할 아기 예수님이 얼마나 고귀한 분인지 그 심오한 의미가 잘 드러납니다. 예수는 본디 ‘주님께서 구원하신다’를 뜻하는 히브리 말 이름인 여호수아가 줄어서 된 예수아를 그리스말식으로 음역한 것입니다. 다윗의 자손이자 성령으로 잉태된 참으로 심오한 예수님의 신원입니다. 바로 제2독서 로마서의 바오로 사도의 고백과 일치합니다.

 

“그분께서는 육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셨고, 거룩한 영으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하시어, 힘을 지니신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확인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바로 이런 고백과 일치되는 신비로운 비밀이, 육으로는 다윗의 후손이고 영으로는 하느님의 아드님인 예수님의 고귀한 신분이 은밀히 요셉에게 전달된 것입니다. 이처럼 요셉은 하느님의 전폭적 신뢰를 받은 침묵과 경청의 사람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예수님의 신적 기원을 알았기에 요셉은 참으로 예수님을 헌신적으로 돌봤을 것입니다. 

 

셋째, 성 요셉은 겸손과 순종의 고요한 믿음을 지닌 고요한 산같은 분입니다.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정수유심靜水流深, 심수무성深水無聲).’ 성 요셉이 바로 그러합니다. 참으로 좋은 산은 ‘높은 산’이 아니라 ‘깊은 산’이라 합니다. 겸손과 순종의 고요한 믿음을 지닌 성 요셉은 참 ‘깊은 산’같은 분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심중을 정확히 알아챈 성 요셉은 군말없이 순종으로 응답합니다. 얼마나 충실한 주님의 종인지요! 겸손과 순종으로 빛나는 성인의 믿음입니다. 얼마나 하느님과 깊은 내적 일치의 삶이었는지 깨닫습니다. 이런 성 요셉을 통해 제1독서의 이사야 예언의 실현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었습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이사7,14).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를 뜻합니다. 

 

얼마나 은혜로운 이름, 임마누엘인지요! 마침내 요셉의 순종의 믿음으로 마리아를 통한 임마누엘 구원자 예수님이 탄생할 수 있었으니, 성 요셉은 하느님께 대한 우리 인류의 자부심같은 존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믿는 이들 삶의 영원한 롤모델 성 요셉입니다.

 

참으로 크고 깊고 고요한 불암산 같은 성 요셉입니다.

1.배려와 존중의 큰 산같은 마음의 사람,

2.침묵과 경청의 깊은 산같은 사랑의 사람,

3.겸손과 순종의 고요한 산같은 믿음의 사람, 성 요셉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 은총이 우리 모두 날로 주님을 닮은 이런 사람으로 변모시켜 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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