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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29. 토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예레1,17-19 마르6,17-29


                                                                                            연대의 힘


오늘 우리는 복된 요한 세례자의 천상 탄일을 기리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의인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천상탄일입니다. 의인의 수난과 죽음 배경에는 언제나 ‘주님의 십자가’가 배경하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수난과 죽음은 그대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예표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억울하고 어처구니 없는 수난과 죽음입니다. 악의 승리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사면초가의 상황속에서 마침내 악에 의해 희생된 순교자 세례자 요한입니다. 도대체 하느님은 어디에 계신가, 하느님의 침묵은 무엇을 뜻하는지 묻게 됩니다. 오늘날도 여전히 계속되는 의인들의 수난이요 죽음입니다.


하느님은 언제 어디에나 계십니다. 하느님의 침묵은 하느님의 눈이요 하느님의 귀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 들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은 어떤 형태로든 당신의 때에 개입하십니다. 결국은 믿음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반응이 전혀 복음에 언급되지 않지만 믿음으로 악의 세력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하느님의 뜻에 충실했음이 분명합니다.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목숨을 내놓은 참으로 어려운 충언입니다. 헤로디아의 원한을 사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간교하고 대담하기가 흡사 악인의 DNA를 타고난 헤로디아같습니다.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인정한 헤로데는 경솔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새삼 악의 평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헤로데가 우유부단함으로 악의 도구가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깨어 있어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지 않으면 누구나의 가능성입니다. 


제 나름대로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에서 보낸 공문에 따라 세월호 희생자들을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데 봉헌할 때마다 참으로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안타까운 젊은 이들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형제들의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이 흡사 주님의 십자가처럼, 가슴 깊이 새겨진 아픈 상처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연대의 힘은 하느님의 힘입니다. 악의 세력에 견뎌낼 수 있는 것도 연대의 힘입니다. 하느님과 연대하고 이웃과 연대하는 것입니다. 이어져 연결되면 살고 끊어져 단절되면 죽습니다. 우리의 손은 위로 하느님께 기도하며 하느님과 연대하라 있는 손이며 이웃의 손을 잡아주며 이웃과 연대하라 있는 손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는 바로 연대의 원리를 보여줍니다. 의인들의 수난과 죽음의 중심 바로 거기에 십자가의 주님이 계십니다.


‘그 뒤에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무덤에 모셨다.’


하느님과는 물론이고 제자들과 깊이 연대했던 요한의 삶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제자들과는 물론 예수님과의 연대를 통해 세례자 요한의 영성은 오늘 우리에게 까지 계승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과 독서의 예레미야가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하느님은 악에 포위된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예언자 예레미야의 손을 잡아 주십니다. 주님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십니다. 그러니 우선적인 것이 항구하고 치열한 기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연대입니다.


“너는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나, 내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말하여라. 너는 그들 앞에서 떨지 마라.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오늘 내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예레미야뿐 아니라 오늘 하루의 영적전쟁에 앞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한 주님과의 연대가 내적 힘의 원천입니다. 요한이 진리와 정의를 위하여 순교할 수 있었음도 바로 주님과 연대의 힘이였음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과 깊이 연대함으로 우리 모두에게 순교적 의로운 삶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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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아빠 2015.08.29 06:57
    신부님 말씀 감사히 읽고 갑니다.
    신부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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