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11. 연중 제5주간 화요일                                                  1열왕8,22-23.27-30 마르7,1-13

 

 

 

사람이 성전聖殿이다

-사람의 전통(인습)이 아닌 하느님의 계명을-

 

 

 

참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이 사람입니다.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사람이지만 현실에서는 참 소홀히 함부로 다뤄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잘 들여다 보면 사람 하나하나가 인재人材입니다. 얼마전 몇 년 만에 수도원을 찾은 분이 한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수도원에 뭐 볼것이 있습니까? 앞에는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고---, 주변도 옛만 못합니다. 아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수사님들이 있었습니다. 수사님들이 늘 여기 이 자리에 있기에 꼭 고향집에, 아버지의 집에 온 것 같습니다. 기도하는 수사님들이 없다면 불암산도 수도원 건물도 참 공허하고 무의미해 보일 것입니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아무리 명산대찰(名山大刹)이라도 고승高僧이 없으면 참 허전할 것입니다. 아무리 전통이 좋고 자연환경이 좋고 건물이 좋은 수도원도 그 안에 수도자가 없다면 참 공허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수도원에 전통이, 자연이, 건물이 살아 빛나는 것도 거기 사람이, 수도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사람이야말로 살아있는 보물입니다. 

 

오늘 복음은 조상들의 전통에 대한 논쟁입니다. 사람들의 전통과 하느님의 계명간의 충돌입니다. 사람들의 전통에 가려 하느님의 계명을 망각한, 본말전도의 현실을 예리하게 집어 내는 예수님이십니다. 사람의 현실을, 본질을 직시하는 예수님이십니다. 사람들의 전통, 즉 인습의 노예들이 된 소위 ‘꼰대’가 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인습을 어긴 예수님 제자들의 행태에 대해 예수님께 묻습니다.

 

“어째서 당신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판별의 잣대는 사람들의 전통이 아니 하느님의 계명입니다. 하느님의 계명은 살아 있는 사람을 항상 우위에 둡니다. 예수님의 답변이 정곡을 찌릅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입니다. 역시 예수님께서는 좋아하시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

 

사람들의 전통을 지키다 보면 남는 것은 전통이고 사라진 것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있고 전통이 있지, 전통이 있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전통은 부단히 하느님의 계명에 의해 검증받아야 합니다. 지켜야 할 본질적인 것은 사람의 전통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명입니다. 

 

식사전에 손을 씻는 일은 인습을 따르는 일이지 하느님을 섬기는 일과는 무관합니다. 인간의 전통은 코르반 서원문이지만 하느님의 계명은 부모를 섬기라는 계명입니다. 결국 하느님의 계명은 구체적 사람 사랑의 실천임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조상들의 전통인 인습에 치우치다 보니 꼰대가 되고 하느님의 계명이, 살아있는 사람의 현실은 완전히 증발된 것입니다. 사람이 빠진 성대한 성전 건물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바로 이점을 제1독서의 솔로몬은 잊었습니다. 사실 사람들의 전통이나 외적 건물들은 본질적인 것이 아닙니다. 본질적인 것은 하느님의 계명이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사람을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이 얼마나 본질적으로 중요한지, 참으로 땅이나 건물에 투자하는 것보다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본질적인지 깨닫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솔로몬의 긴 기도입니다. 참으로 성대한 성전을 완성해 놓고 자기도취하여 감격에 벅차 드리는 기도입니다. 마침 오늘 말씀에 대한 주석이 이를 날카롭게 지적하여 그대로 인용합니다.

 

-솔로몬의 “어찌 하느님께서 땅 위에 계시겠습니까?” 물음에 창세기는 “그렇다(YES)!” 대답한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사람들이기에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with us), ’우리 안에(within us)’ 계신다. 솔론몬의 성전처럼 거룩한 장소도, 바리사이들이 손을 씻는 것과 같은 거룩한 수행들 모두도 인격의 거룩한 존엄성과 비교할 때는 빛을 잃어 창백해 진다. 바로 하느님의 계명이 선포하고 보호하는 것이 인격의 거룩한 존엄성이 아닌가!”

 

얼마나 고무적인 본질 직시의 주석인지요! 진짜 거룩한 성전은 건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계명이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도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하여 이레네오 성인은 ‘살아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이다.’ 갈파했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존엄한 품위의 인간이기에 화답송 시편의 부르짖음은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만군의 주님, 당신 계신 곳 사랑하나이다! 주님의 뜨락을 그리워하며, 이 영혼 여위어 가나이다. 살아계신 하느님을 향하여, 이 몸과 마음 환성을 올리나이다.”

 

바로 이런 살아계신 하느님이 목말라, 배고파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거룩한 살아있는 성전’임을 새롭게 깨닫게 하시고 당신을 닮은 ‘존엄한 품위의 인간’으로 살게 하십니다. 

 

“주 하느님, 당신 법에 제 마음 기울게 하소서. 자비로이 당신 가르침을 베푸소서.”(시편119,36). 아멘.

 

 

 

  • ?
    고안젤로 2020.02.11 06:38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가 주님의 자녀로 선택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러기에 세상속에서 주님닮은 모상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살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68 우리의 평생 과제이자 목표 -하느님을 닮아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2020.2.23. 연중 제7주일 1 프란치스코 2020.02.23 160
1567 하느님 -자연과 인간의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答-2019.10.15.화요일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1515-1582)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10.15 160
1566 사랑은 분별의 잣대 -영적靈的일수록 현실적現實的이다-2019.9.7.연중 제22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9.07 160
1565 어린이 같은 사람이 됩시다 -경외fear와 섬김serve- 여호24,14-29 마태19,13-15 1 프란치스코 2019.08.17 160
1564 놀라움과 신앙 -거룩한 공동체 전례의 고마움-2019.8.2.연중 제17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8.02 160
1563 하느님 나라를 꿈꾸는 우리들 -절망은 없다-2018.3.2. 사순 제2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3.02 160
1562 비움의 여정 -순교적 삶-2018.9.15. 토요일 고통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9.15 160
1561 참 자유롭고 부요하고 행복한 사람들 -하느님 아버지 중심의 삶-2018.6.20.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6.20 160
1560 나의 멘토는 누구인가?-네적시야內的視野의 심화深化와 확장擴張-2016,12,10 대림 제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6.12.10 160
1559 기도와 삶-2015.8.3.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5.08.03 160
1558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영적 승리의 삶- “모세처럼, 예수님처럼 사세요!”2024.3.14.사순 제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3.14 159
1557 정주(定住)의 지혜 -지혜 예찬(禮讚), 지혜를 사랑합시다-2023.11.16.목요일 성녀 대(大) 젤투르다 동정(1256-1302)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11.16 159
1556 은혜로운 영적훈련 사순시기 -회개, 기도, 단식, 자선-2022.3.2.재의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2.03.02 159
1555 죄를 짓지 마십시오 -끊임없는 기도와 말씀공부, 회개의 삶-2022.2.24.연중 제7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2.02.24 159
1554 하느님 중심의 삶 -"기도, 사랑, 지혜, 용기"-2022.1.5.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2.01.05 159
1553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 -탈속脫俗의 아름다움-2021.11.11.목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316- 397)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11.11 159
1552 하늘 나라의 삶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2021.9.21.화요일 한가위 ​​​​​​​ 1 프란치스코 2021.09.21 159
1551 참 삶, 참 행복 -“사랑하라, 찾아라, 만나라, 선포하라”-2021.7.22.목요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프란치스코 2021.07.22 159
1550 자비롭고 지혜로운 사람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와 믿음뿐이다-2021.3.4.사순 제2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3.04 159
1549 참나(眞我)의 꽃자리 삶 -순결과 진실-2020.9.7.연중 제23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07 159
Board Pagination Prev 1 ...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