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4.1.사순 제5주간 수요일                                                 다니3,14-20.91-92.95 요한8,31-42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아브라함의 참 자손-

 

 

 

봄이 되면 생각나는 ‘봄길’이라는 정호승의 시가 있습니다. 어제도 이 ‘봄길’이란 시가 신문 한 면을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의 사진과 더불어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도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봄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

 

이런 봄길로 상징되는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랑의 사람이, 진리의 사람이 진정 자유인입니다. ‘진리의 연인’이라 명명되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진리의 협력자’로 일컬어지기를 원했던 베네딕도 16세 전임 교황 역시 자유인이었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바 자유인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 말하는 참 자유는 우리가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참으로 이런 자유를 선물로 받은 사람은 생사를 초월하여 봄길같은 사랑의 사람이 되어 참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유를 희구합니다. 자유의 종류도 참 많고 거짓, 가짜 자유도 많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자유는 오직 하나 아드님 예수님을 통해서 주어진 하느님으로부터의 선물인 참 자유입니다. 

 

이런 참 자유를 선물로 받을 때 참 행복과 평화와 기쁨이 있고 참 사랑의 사람이 되어 살 수 있습니다. 진정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참나의 실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런 자유인이야 말로 아브라함의 참 자손이요 진정 위대한 인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주님 말씀이, 주님 자신이 바로 진리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이십니다. 새삼 진리의 말씀은 인간의 본질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주님 말씀 안에 머물러 푹 젖어 살 때 주님의 제자가 되어, 진리이신 주님과 하나가 되어 비로소 진리를 깨닫고 자유롭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진리의 말씀에 대한 사랑은 참 자유의 관건임을, 참 자유인은 믿는 모든 이의 소명召命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진리의 말씀에 대한 깨달음의 은총이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진리의 말씀을 깨달아 알아 갈수록 우리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며, 하여 우리 영적 삶의 여정은 ‘진리의 여정’, ‘깨달음의 여정’, ‘자유의 여정’이라 칭할 수 있겠습니다. 

 

“너희가 내 말안에 머무르면(If you remain in my word)”이란 표현도 좋았지만 어제 읽은 영어 표현도 참신했습니다. “너희가 내 말을 네 집으로 만든다면(If you make my word your home)”, 얼마나 친근감 있고 참신합니까!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했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내 영혼의 집이, 가정이 될 때 주님의 제자가 되고 진리를 깨달아 자유로워질 것이니 참으로 충만한 행복일 것입니다. 참으로 이 말씀의 집을, 가정을 못 찾아, 또 바로 가까이 지금 여기 영혼이 머물 영혼의 집인 말씀 안에 정주하지 못하고 방황, 표류하는 영적 ‘홈리스(homeless)인 노숙자露宿者’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바로 우리의 근원적 두려움과 불안도 여기에 기인함을 봅니다. 

 

연목구어緣木求魚란 말이 생각납니다. 자유를 찾지만 자유를 찾지 못하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 가까이 있는 자유의 집인 진리의 말씀을 놔두고 떠나, 엉뚱한 곳에서 찾기 때문이니 이 또한 인간의 무지를 반영합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이 우리의 참 자유가 선물임을 더욱 분명히 합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죄의 종이다. 종은 언제까지나 집에 머무르지 못하지만, 아들은 언제까지나 집에 머무른다. 그러므로 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는 정녕 자유롭게 될 것이다.”

 

죄의 종은 바로 그 영혼이 말씀의 집에 정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이지만 아들은 바로 언제나 말씀의 집에 머무릅니다. 바로 이 아드님 예수님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면 우리 또한 주님과 함께 말씀의 집에 머무르게 되어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진리이신 아드님 예수님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참 자유인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다니엘서의 타오르는 불가마 속에서도 건재했던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가 참 자유인을 상징합니다. 참으로 철저히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았고 하느님 진리 안에 깊이 정주했던 세 청년이었습니다. 타오르는 불가마 속에서 세 청년 외에 또 하나의 불가사의의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주님의 현존, 주님의 천사였습니다. 

 

바로 진리이신 주님께서 함께 할 때 영육의 건강이요 참 자유인임을 깨닫습니다.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의 하느님 찬미의 고백이 참으로 통쾌합니다. 진리의 증거자 세 청년의 승리요 참 자유의 원천이신 하느님의 승리입니다.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의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그분께서는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자기들의 하느님을 신뢰하여 몸을 바치면서까지 임금의 명령을 어기고, 자기들의 하느님 말고는 다른 어떠한 신도 섬기거나 절하지 않은 당신의 종들을 구해 내셨다!”(다니엘3,95).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참으로 자유롭게 하시어 당신 진리의 연인이, 진리의 협력자가 되어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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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4.01 07:24
    사랑하는 주님, 지금의 사순시기에서 부족한 저희가 오늘 주님 말씀으로 세상속에 흔들리지 않고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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