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 토요일      성 대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330-391) 기념일

                                                                                                  1요한2,22-28 요한1,19-28


                                                                           “당신은 누구요?”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십시오-


성인들의 축일 미사를 드릴 때 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위로와 평화를 느낍니다. 성인들의 생몰生沒연대를 확인하며 성인들이 산 햇수와 제 산 햇수를 비교해 보며 마음을 추스립니다. 영원한 희망의 표징이자 삶의 이정표 같은 성인들의 존재입니다. 중요한 것은 산 햇수가 아니라 주님과의 우정입니다. 


성탄과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미국에 거주하는 조카 글라라를 비롯하여 모두 네 통의 친필 카드를 받았습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수십통을 받았는데 요즘은 카톡과 문자메시지가 친필카드를 대체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노자매의 한지에 정성껏 그리고 쓴 ‘늘 곁에 있고 싶은’이란 친필 시화詩畫에 잠시 흥분, 감격했습니다. 


-넉넉하고 편안하기가 

 여름 뙤약볕 아래

 큰 그늘 같은 분이시다.


 투명하고 자연스럽기가

 흰모래 자갈돌위

 맑게 흐르는 시냇물 같은 분이시다


 그분곁에 있으면

 나무향기 싱그럽고

 고요히 물흐르는 소리 들린다.


 늘 곁에 있고 싶은

 곁에 있어도 

 늘 새롭고 그리운 분이시다-


저를 지칭한 헌시獻詩로 착각했는데 잠시 기억을 거슬러 보니 주님을 생각하며 쓴 제 소망이 담긴 자화상自畵像 같은 옛 자작시였습니다. 누구나 소망하는바 이런 주님을 닮는 것이요 이런 주님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주님은 고립단절된 섬같은 분이 아니라 이웃에 활짝 열려있는 중심같은 분이십니다. 우리 역시 주님 안에 머무를 때 활짝 열린 중심이 됩니다. ‘주님 안’이 우리의 영원한 정주처定住處요 하늘나라입니다. 이래야 정처定處없이 떠돌지 않습니다.


“그분께서 기름부으심으로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십니다. 기름부음은 진실하고 거짓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그 가르침대로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그러니 이제 자녀 여러분,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1요한2,27ㄴ-28ㄱ).


주님 안에 머무를 때 비로소 안정과 평화입니다. 텅 빈 허무가 아니라 텅 빈 충만의, 성령 충만의 삶입니다. 주님께서 나타나실 때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주님의 재림 때에 주님 앞에서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습니다. 사실 늘 주님 안에, 주님 곁에 머무르면서 주님과 우정을 깊이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길도, 자존감 높은 삶을 살 수 있는 길도 주님 안에 머물러 주님과 우정의 사랑을 깊이하는 길뿐입니다. 바로 성인들이 보여 주신 삶의 모범입니다. 세례자 요한에 대한 다음 물음은 우리 모두를 대상으로 합니다.


“당신은 누구요?”

세례자 요한의 다음 대답이 참 통쾌, 상쾌, 유쾌합니다. 예수님과의 깊은 영적 우정을 반영합니다. 예수님 안에서 자신의 신원을, 정체성을 발견하고 확신한 '참 겸손하고 아름다운 영혼' 세례자 요한입니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외치는 이의 소리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주님은 세례자 요한 만이 아니라 우리 믿는 이들의 존재이유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주님 안에 머물러야 깨달아 알게 되는 나의 참모습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의 우정을 날로 깊게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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