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4.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로마5,12.15ㄴ.17-19.20ㄴ-21 루카12,35-38



'깨어있음’이 답이다.

-행복하여라, 주님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제 집무실 안 눈에 잘 띄는 곳에 붙혀 놓고 보는 경구가 바로 “늘 깨어 있어라!”입니다. 깨어 있기 위해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수행생활의 궁극 목표도 바로 오늘 지금 여기 '깨어있음'입니다. 깨어 있을 때 진정 살아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과연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12,35).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지금 여기 살고 있는 모든 믿는 이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발목까지 늘어지는 겉옷 자락을 올려 띠로 묶는 것은, 즉시 일할 수 있는 자세를, 파스카 축제를 지낼 때에 취하는 여행자의 자세를, 메시아를 기다리는 자세를 뜻합니다. 


기다림의 대상이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기다림의 기쁨, 기다림의 행복입니다. 기다림, 그리움 참 고운 말마디입니다.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라 우리는 그리운 주님을 기다립니다. 주님을 기다리기에 깨어 있는 우리들입니다.


“깨어있음은 은총입니다. 깨어있음은 찬미입니다. 깨어있음은 감사입니다. 깨어있음은 빛입니다. 깨어있음은 투명함입니다. 깨어있음은 기도입니다. 깨어있음은 기다림입니다. 깨어있음은 그리움입니다. 깨어있음은 목마름입니다. 깨어있음은 아픔입니다. 깨어있음은 개방입니다. 깨어있음은 침묵입니다. 깨어있음은 들음입니다. 깨어있음은 순종입니다. 깨어있음은 겸손입니다. 


깨어있음은 집중입니다. 깨어있음은 순수입니다. 깨어있음은 일치입니다. 깨어있음은 평화입니다. 깨어있음은 기쁨입니다. 깨어있음은 축복입니다. 깨어있음은 주님의 현존입니다. 깨어있음은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깨어있음은 희망입니다. 깨어있음은 사랑입니다. 깨어있음은 준비입니다. 깨어있음은 회개입니다. 깨어있음은 모두입니다.”


마치 '깨어있음 예찬' 같습니다. 깨어있음은 한결같이 모두 주님을 향하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이들은 새벽을 사랑합니다. 목말라 눈떴고 눈뜨면 목말랐던, 아픔으로 눈떴고 눈뜨면 아팠던 새벽의 기억도 새롭습니다. 이럴 때면 본능적으로 주님을 찾습니다. 주님을 기다리기에, 주님을 목말라하기에, 주님을 그리워하기에 늘 깨어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깨어있을 때 깨끗한 마음이 되고 깨달음도 뒤따릅니다. 깨어있을 때 환상도, 유혹도 죄도 들어오지 못합니다. 깨어있을 때 내적일치로 마음의 평화와 안정입니다. 깨어있을 때 영육의 치유와 건강입니다. 깨어있을 때 죄도 짓지 않습니다. 깨어있지 않고 영혼이 잠들어 있을 때 온갖 유혹이, 분심이, 죄가, 어둠이 스며들어 내적 분열을 일으킵니다. 


오늘 제1독서 로마서에서 아담과 그리스도의 비교가 의미심장합니다. 제가 보기에 아담은 깨어있지 않은 잠들어 있는 영혼을 상징하고, 그리스도는 활짝 깨어있는 영혼을, 참으로 살아있는 영혼을 상징합니다. 깨어있는 이들이 진정 그리스도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범죄로 모든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듯이,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어 생명을 받습니다.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로마5,18-19).


아담과 그리스도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아담과 그리스도는 우리의 두 가능성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깨어있을 때 빛과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닮아갑니다. 깨어있지 않을 때 우리는 언제든 죄의 악순환에 허덕이는 아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저절로 깨어있음이 아닙니다. 새삼 깨어있음의 훈련이 필요함을 깨닫습니다. 요즘 널리 행해지고 있는 집중적 영성훈련과도 같은 향심기도, 비움기도, 명상기도 등 온갖 종류의 기도 역시 깨어있는 삶을 목표로 합니다. 우리 수도형제들이 매일 평생 꾸준히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바치는 시편과 미사의 공동전례기도 역시 깨어 살기위한 영성훈련이기도 합니다.


깨어있는 있는 영혼들이 진정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깨어있을 때 허상이나 환상은 걷히고 걱정도 두려움도 불안도 사라집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주님과 함께 단순투명하고 자유로운 삶을 삽니다. 주님은 복음 말미에서 다시 우리 모두 깨어 살 것을 촉구하십니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루카12,38).


주님은 깨어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 모두에게 온갖 축복을 가득 내려 주십니다. 


“당신을 찾는 이는 모두, 당신 안에서 기뻐 즐거워하리이다. 당신 구원을 갈망하는 이는 언제나 외치게 하소서. ‘주님은 위대하시다.’”(시편40,17).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94 믿음의 여정 -“다 이루어졌다.”(요한19,30)-2024.4.9.화요일 베네딕도회 전 수석아빠스(2000-2016) 노트커 볼프 아빠스(1940.6.21.-2024.4.2.) 사도10,34-36.37ㄱ.42-43 요한5,24-29 프란치스코 2024.04.09 110
3393 순종과 비움의 여정과 순교영성 -마리아 성모님의 삶-2024.4.8.월요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4.04.08 126
3392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깨어나라, 감사하라, 찬미하라- 자비하신 주님을!2024.4.7.부활 제2주일(하느님 자비의 주일) 프란치스코 2024.04.07 121
3391 무지(無知)에 대한 답(答)은 “진리(眞理)이신 주님과 ‘만남의 여정’뿐이다”2024.4.6.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4.06 118
3390 내 희망 “그리스도 살아 계시다!(Christ is Alive!)”2024.4.5.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4.04.05 112
3389 “어떻게 살 것인가?” -주님의 참사람이 되어-2024.4.4.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4.04 113
3388 파스카의 기쁨, 파스카의 여정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 “평생 날마다 주님 ‘파스카의 꽃’으로 삽시다!” ​​​​​​​2024.4.3.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4.04.03 121
3387 부활하신 주님과 “만남과 회개의 여정” -만남, 회개, 치유-2024.4.2.부활 팔일 축제내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4.04.02 127
3386 예수님 부활 -사실인가? 또는 가짜뉴스인가?- “주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2024.4.1.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4.01 125
3385 “축하합니다!” -예수님 부활 만세, 우리들 부활 만세- “우리의 생명이신 그리스도”2024.3.31.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 프란치스코 2024.03.31 114
3384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우리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2024.3.30. 파스카 성야 프란치스코 2024.03.30 191
3383 어떻게 살아야 하나? 예수님처럼 -주님의 섬김의 종답게, 순종의 대사제답게, 진리의 왕답게-2024.3.29.주님 수난 성금요일 프란치스코 2024.03.29 152
3382 참 사람의 영원한 본보기 “그리스도 예수님” -예닮의 여정-2024.3.28.목요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3.28 149
3381 주님의 제자가 되어 -“예수님 처럼, 예수님 따라 살기”-2024.3.27.성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4.03.27 124
3380 “나는 누구인가?” -너는 나의 종, 너에게서 나의 영광이 빛나리라-2024.3.26.성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4.03.26 142
3379 주님의 종 - 예수님 알기, 예수님 살기, 예수님 닮기-2024.3.25.성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3.25 113
3378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하느님 중심의 한결같은 신망애(信望愛)의 삶- "배워라, 비워라, 닮아라"2024.3.24.주님 수난 성지 주일 프란치스코 2024.03.24 123
3377 “우연은 없다”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다-2024.3.23.사순 제5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3.23 152
3376 하느님 중심의 삶 -내적 힘의 원천인 말씀과 믿음-2024.3.22.사순 제5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4.03.22 122
3375 떠남의 여정 -늘 새로운 시작-2024.3.21.목요일 사부 성 베네딕도(480-547) 별세 축일 프란치스코 2024.03.21 11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