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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20.부활 제7주간 목요일                                                 사도22,30;23,6-11 요한17,11ㄷ-19

 

 

 

“아빠, 아버지!”

-항구하고 간절한 기도-

 

 

 

인간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입니다. 하느님 없이는 인간 물음에 대한 답도 없습니다. 그래서 기도입니다. 아빠, 아버지이신 하느님과의 대화와 소통인 기도입니다. 기도하는 사람, 바로 사람의 정의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기도이며 기도는 우리의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영혼의 호흡呼吸같고 식食이자 약藥같은 기도입니다. 기도 없는 영혼은 살아있다 하나 실상 죽은 영혼입니다. 어제 수요일 교황님의 일반 알현 시간에 있었던 ‘기도에 있어 어려움을 극복하기’란 요지의 가르침을 나눕니다.

 

-첫째, 분심(distractions)이다. 분심은 기도나 모든 일에 있어서 공통적 체험이다. 그 자체는 죄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 복음의 항구함의 가치를 껴안아야 한다. 언제 오실지 모를 예수님을 기다리며 깨어 있어야 하고 가까이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집중해야 한다.

 

둘째, 건조함(aridity)이다. 기도해도 좋은 것도 없고 기쁨도 열심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도중에 건조함은 분심과 다르며 언제나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런 영적 건조함을 허락하신다. 이런 때 우리는 “순수한 믿음(pure faith)”에 의존해야 한다.

 

셋째, 무기력함(acedia)이다. 아케디아라 부르는 무기력함은 기도에 대한 진정한 유혹이며 믿는 이들 모두에게 일반적인 것이다. “느슨해진 수행생활, 깨어있음의 이완, 마음의 어수선함”이란 침체상태를 의미한다. 그것은 일곱가지 치명적 죄중 하나로 자만심의 결과이며, 영혼의 죽음에로 인도할 수 있다.

 

넷째, 기도에 항구함(perseverance in prayer)이다. 기도중 열심과 좌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항구해야 하고 언제나 걸어야 한다(always keep walking). 모든 성인들이 이런 어둠의 골짜기를 통과했다. 맛없는 삶, 무관심한 기도에 대한 그들의 투쟁에 관해 들을 때 좌절해서는 안된다. 바로 이런 때 우리는 기도중에 항구히 머물러야 함을 배워야 한다. 신자들은 결코 기도를 멈춰선 안된다!

 

비록 욥처럼 하느님께 불평하고 반항할지라도 우리는 이런 황량한 시간이 끝나갈 무렵 하느님은 대답을 주실 것을 안다. 하느님은 우리의 거칠고 쓰라린 체험들도 아버지께 대한 사랑으로 간주하여 한데 모으실 것이며 이들을 믿음의 행위, 기도로 여기실 것이다.-

 

얼마나 위로와 격려, 평화를 주는 기도에 관한 교황님의 자상하고 다정한 가르침인지요! 그러니 심기일전 다시 일어나 초보자의 자세로, 초발심의 자세로 기도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오늘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고별기도의 마지막에 속합니다. 자신을 위한 기도, 제자들을 위한 기도에 이어 오늘은 우리 믿는 이들 모두를 위한 기도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바는 아버지라는 호칭입니다. 원래 예수님이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호칭은 아람어 ‘아빠’입니다. 본디 어린이가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는 데 이는 매우 정다운 호칭입니다. 유다인들은 예나 이제나 절대로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예수님만이 처음으로 하느님을 그렇게 불렀고 그 영향으로 제자들이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나 그리스도인들이 기도할 때 아빠 호칭을 사용했습니다. 예수님께는 엄마 호칭만큼이나 친밀하고 정다운 호칭이 아빠였던 것입니다. 어제 읽은 글귀가 생각납니다.

 

“엄마,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단어가 또 있던가. 이렇게 오래도록 울림을 간직한 언어가 있었던가. 대부분 사람들에게 ‘엄마’는 가장 친밀한 호칭이고,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르게 되는 단어일 것이다.”

 

바로 이런 엄마 호칭 대신 아빠란 정다운 호칭을 하느님께 사용한 예수님은 얼마나 하느님과 친밀한 결속 관계에 있는지 짐작이 갑니다. 어느 동방 수도자는 주님의 기도중 아버지란 호칭만 나와도 목이 메어 더 이상 기도를 못했다는 데 저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마침 어제 제 형님들을 사랑했던 80대 초반의 순수한 감성을 지닌 관철 사촌 형님의 메시지를 받고 감동하여 울컥했던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이제 순서대로 하느님께로 갔으면 하는데 가는거야 하느님이 부르시는대로 가겠지만 흑석동 국립묘지에 가면 20살에 전장에서 죽은 넷째댁 용철 형님이 생각나고 내가 좋아하는 일곱째댁 이철二澈 형님은 왜(?) 그리 일찍 가셨는지 갈 때 마다 운답니다. 일철一澈 형님은 6년을 같이 살았으니 친형님과 같고 너무 고생만 하다 갔기에 또 눈물이 납니다.”

 

저역시, 어머니에 이어 한없이 선량善良했던 형님들 생각만 하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고백한 예수님이십니다. 정많은 젊은 사제가 십자가 아래서 찍은 하느님의 재롱둥이 같은 자기 사진과 함께 제의를 입은 제 사진에 주님의 기도를 편집한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유난히 “아빠” 칭호를 좋아하는 사제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빠! 아버지! 아빠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빠의 나라가 오게 하시고 아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예수님의 고별기도 중 아버지를 아빠로 바꿔부르면 훨씬 다른 친밀감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예수님의 간절한 소망은 우리 모두가 아빠이신 하느님과 당신 안에서 모두 하나되기를 바라는 것뿐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를 아빠로 바꿔 읽어 봅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빠, 아빠께서 제안에 계시고 제가 아빠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주십시오. 아빠께서 저에게 주신 영광을 저도 그들에게 주었습니다. 우리가 하나인 것처럼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빠께서 저를 보내시고, 또 저를 사랑하셨듯이 그들도 사랑하셨다는 것을 세상이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빠, 아빠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도 제가 있는 곳에 저와 함께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 창조 이전부터 아빠께서 저를 사랑하시어 저에게 주신 영광을 그들도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우리 위한 간절한 사랑이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습니다. 예수님의 소원이 그대로 응답되어 주님 사랑 안에 하나되어 이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사랑의 일치 공동체 자체보다 더 좋은 복음선포도 없을 것입니다. 일치의 사랑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미사보다 더 좋은 하느님의 선물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 어느 종교에 2000년 이상 면면히 거행되어온 이처럼 좋은 미사전례가 있겠는지요!

 

어제로서 사도행전의 바오로의 감동적인 고별사는 끝났고 계속되는 예루살렘에서의 시련입니다. 그대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수난시 겪었던 일의 반복처럼 보입니다. 바오로가 이런 시련과 고난의 와중에도 당당할 수 있었음은 순전히 항구한 기도를 통한 주님과의 일치에서 기인함을 깨닫습니다.

 

“형제 여러분, 나는 바리사이며 바리사이의 아들입니다. 나는 죽은 이들이 부활하리라는 희망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그대로의 고백이지만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부활도 천사도 영도 없다는 사두가이들과 이를 인정하는 바리사이들과의 격렬한 논쟁 싸움을 야기시켰고 그 덕분에 바오로는 위기를 모면하고 살아납니다. 그날 밤, 주님께서 바오로 앞에 서시어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너는 예루살렘에서 나를 위하여 증언한 것처럼 로마에서도 증언해야 한다.”

 

늘 기도중에 늘 주님과 함께 살았던 ‘기도의 달인達人’, 바오로 사도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주님과 일치의 관계는 헤아릴 수 없이 깊었을 것입니다. 즉시 연상되는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16,33ㄷ) 구절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 날로 깊어지는 우정友情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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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5.20 08:58
    사랑하는 주님, 주님주신 말씀대로 항구한 믿음을
    향한 끝없는 기도가
    우리의 삶을 많이 변화 시킬것입니다

    평상시 아빠에게 하는것처럼
    기쁜일도 슬픈일도 어쩔땐 항변두
    해보고 생활속에서 일어난것들을
    아빠와 함께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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