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7. 금요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1207-1231) 기념일

지혜13,1-9 루카17,26-37



무지無知의 병

-지혜가 약藥이다-



오늘 제1독서 지혜서 단락의 소주제는 ‘자연숭배의 어리석음’입니다. 이어지는 단락의 소주제 역시 ‘우상숭배의 어리석음’으로 같은 맥락입니다. 모두 인간의 무지의 어리석음이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오늘 제1독서 첫구절에서 강론 제목을 착안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무지가 그 안에 들어찬 사람들은 본디 모두 아둔하여 눈에 보이는 좋은 것들을 보면서도 존재하시는 분을 보지 못하고 작품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그것을 만든 장인을 알지 못한다.’(지혜13,1).


무지의 어리석음이 병입니다. 무지의 병에는 지혜가 약입니다. 하느님을 모르면 저절로 나도 모르기 마련이며 이런 하느님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것이 무지의 병입니다. 무지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교만과 탐욕입니다. 이와 반대로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아갈수록 지혜롭고 겸손한 사람이 됩니다. 이어지는 마지막 구절도 무지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추궁追窮합니다.


“그러나 그들이라고 용서받을 수는 없다. 세상을 연구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을 아는 힘이 있으면서 그들은 어찌하여 그것들의 주님을 더 일찍 찾아내지 못하였는가?”(지혜13,8-9).


피조물의 웅대함과 아름다움으로 미루어 보아 그 창조주 하느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지에 눈이 가려 창조주 하느님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지혜는 주님의 선물입니다. 지혜로운 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주님을 찾는 길 하나뿐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지혜의 빛이 무지의 어둠을 밝힙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세상 종말에 대해 말씀하시며 무지가 문제임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또한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그와 똑같을 것이다.”(루카17,27-30).


기도하고 일하라 했습니다. 일만있고 기도는 없습니다. 땅만있고 하늘은 없습니다. 현실만있고 이상이 없습니다. 사람만있고 하느님은 없습니다. 활동만있고 관상은 없습니다. 이런 순전히 현세 지상적 육적 삶에는 구원이 없습니다. 완전히 지혜가 결핍된 어리석은 무지의 삶입니다. 반복되는 무지의 역사입니다. 흡사 음울한 예언처럼 들립니다.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 오늘날의 불길한 현실을 보면, 물과 불로 멸망했던 세상이 다음 번에는 무얼로 멸망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문제가 무지에서 기인한 끝없는 탐욕에 있음을 봅니다. 무지가 지혜의 눈을 가렸습니다.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심고, 짓고 온통 외적이고 육적인 세상 일과 관련된 것이요, 관상적 영적 삶의 추구는 참 빈약해 보입니다. 무지가 지혜의 눈을 가렸기 때문이요, 존재의 기쁨이 아닌 소유의 쾌락에 깊이 중독된 까닭입니다.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루카17,32).

세상 재물에 집착하여 뒤돌아 보다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를 반면교사로 삼아 주님을 따라 무욕과 이탈의 지혜롭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두 구절이 시사하는바 심오합니다. 주님은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확신에 넘치는 어조에 이어 두 비유를 드십니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17,34ㄴ-35).


지혜로운 사람은 깨어있는 사람입니다. 똑같은 외적환경에서도 내적 삶은 판이했음을 봅니다. 데려간 사람은 깨어 있어 하느님과 자기를 알았던 지혜로운 사람이었을 것이고, 버려진 사람은 탐욕에 하느님과 자기를 잊고 살았던 어리석은 무지의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똑같은 환경중에도 전자는 천국을 살았고 후자는 지옥을 살았음이 분명합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가 모여드는 것처럼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인자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주님이 내림來臨하시는 곳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무지의 어둠을 밝혀 주시어 우리 모두 깨어 지혜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63 하느님 나라의 여정 -“하루하루 날마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2023.12.1.연중 제34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3.12.01 171
3262 버림과 따름, 믿음의 여정 -제자이자 사도의 삶-2023.11.30.목요일 성 안드레아 사도(1세기 초반-1세기 중반) 축일 프란치스코 2023.11.30 168
3261 하느님의 궁극의 승리 -너희는 인내로서 생명을 얻어라-2023.11.29.연중 제34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3.11.29 156
3260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파거불행(破車不行), 노인불수(老人不修)- 오늘 지금 여기를 살라2023.11.28.연중 제34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3.11.28 166
3259 나는 누구인가? -자기인식의 겸손과 지혜, 자유와 행복-2023.11.27.연중 제3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11.27 152
3258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을 사랑하고 섬깁시다 -“하루하루, 날마다, 늘, 끝까지. 한결같이, 평생을”-2023.11.26.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3.11.26 150
3257 희망의 여정 -죽음은 새로운 삶의 시작-2023.11.25.연중 제3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3.11.25 145
3256 성전정화 -성전정화의 일상화- “하루하후, 날마다, 평생-”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1795-1839)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1마카4,36-37.52-59 루카19,45-48 프란치스코 2023.11.24 158
3255 주님 평화의 전사 -평화사랑, 평화훈련, 평화습관-2023.11.23.연중 제33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3.11.23 146
3254 성화(聖化)의 여정 -성인(聖人)이 되는 것은 우리의 거룩한 소명(召命)이다-2023.11.22. 수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23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11.22 158
3253 예수님의 참가족, 한가족이 된 우리들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함께” -성모님 예찬-2023.11.21.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11.21 165
3252 개안(開眼)의 여정 -날로 좋아지고 지혜로워지는 삶-2023.11.20.연중 제33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11.20 157
3251 참 행복한 삶 -사랑하라, 깨어 있어라, 책임을 다하라-2023.11.19.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프란치스코 2023.11.19 141
3250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 -기도, 믿음, 삶-2023.11.18.연중 제3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3.11.18 145
3249 사랑과 지혜 -무지에 대한 답은 주님이시다- 프란치스코 2023.11.17 154
3248 정주(定住)의 지혜 -지혜 예찬(禮讚), 지혜를 사랑합시다-2023.11.16.목요일 성녀 대(大) 젤투르다 동정(1256-1302)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11.16 159
3247 온전한 치유와 구원의 삶 -겸손과 지혜, 찬양과 감사의 믿음-2023.11.15.연중 제32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3.11.15 151
3246 귀가(歸家)의 여정 -종(servant)과 섬김(service)의 삶-2023.11.14.연중 제3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3.11.14 151
3245 무지에 대한 답은 지혜다 -지혜의 사랑, 지혜의 훈련, 지혜의 습관-2023.12.13.연중 제32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11.13 156
3244 지혜로운 삶 -깨어 준비하며 기다리는 삶-2023.11.12.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프란치스코 2023.11.12 156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