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2.연중 제27주간 목요일                                                         말라3,13-20ㄴ 루카11,5-13

 

 

참 좋은 영적 탄력

-한결같은, 끊임없는 기도와 믿음의 삶-

 

 

"새벽부터 넘치도록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항상 즐겁고 기쁘게 하소서."(시편90,14)

 

날마다 새롭게 확인하는 제 신원입니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예수님파 '주님의 전사' 가톨릭의 수도사제이다." 일기쓰듯 하는 강론입니다. 오늘 역시 만세육창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압도적 승리로 끝났습니다. 선거혁명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한국사회가 얼마나 역동적 사회인지 희망을 읽습니다. 새벽 읽은 어느 열심한 자매가 보내준 카톡 메시지도 신선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헛된 것에 목숨 걸고 집착을 하는지요. 주님의 기도 열심히 바치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하루하루 강물같이 흐르는 시간입니다. 모두가 다 지나갑니다. 하느님 빼놓고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엊그제 10월10일 ‘아흔여섯 최장수 현역 문인 김남조 마리아 막달레나(1927-2023)’ 시인이 별세했습니다. 모든 일간 신문에서 큰 지면을 할애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은 가톨릭 대표적 여류시인입니다. 10년전 인터뷰 기사와 만93세 때 낸 시집 “사람아, 사람아”란 시인의 끝시집에 나오는 “사랑, 된다” 시 전문을 인용합니다.

 

“80년을 살고 나니까 생명이라는 것의 갸륵함을 느낀다. 사람은 물론이고,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곤충일지라도 몸이라는 작은 우주 안에 신기한 맥동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주어진 시기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사랑 안 되고

 사랑의 고백 더욱 안 된다면서

 긴 세월 살고 나서

 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

 이즈음에 이르렀다 

 사막의 밤의 행군처럼

 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

 그 이슬같은 희망이

 내 가슴 에이는구나

 사랑 된다

 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

 된다 다 된다.”

 

이 시집에서 시인의 다음 말을 통한 고백도 심금을 울립니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시를 구걸하는 사람이다. 시여 한평생 나를 이기기만 하는 시여”, 저는 ‘시’대신 ‘하느님’으로 바꿔 읽습니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하느님을 구걸하는 사람이다. 하느님이여 한평생 나를 이기기만 하는 하느님이여” 분명 시인은 이렇게 고백했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는 저절로 기도하기 마련입니다. 김남조 시인의 시는 거의가 기도시처럼 느껴집니다. 그의 뒤엉킨 생을 읽는 키워드는 단연코 ‘사랑’ 그리고 ‘사랑’입니다. 기도는 테크닉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는 저절로 기도하고 시를 씁니다. 사실 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가을은 기도의 계절이요 누구나 시인이 되는 계절입니다. 9월 순교자 성월은 기도로 끝났고 지금 10월은 묵주기도 성월, 11월은 위령성월입니다. 비단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해야 사람이,  사랑이 됩니다. 사랑하라 사람입니다. 그러니 기도해야 사랑이요 사람이 됩니다. 어제 복음은 주님의 기도였고, 오늘은 기도와 믿음의 삶에 대한 자세입니다. 끊임없이 간청하라는 비유 마지막 예수님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사람이 벗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줄곧 졸라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줄 것이다.” 

 

좌절하지 말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집요하게 청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거룩한 뻔뻔함은 얼마든 좋습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그대로 예수님의 심중을 반영합니다. 역시 한결같이, 끊임없이 청하라는, 끊임없이 시도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이것은 기도의 자세이자 믿음의 자세이고 삶의 자세입니다. 끝까지, 살아있는 그날까지 이렇게 살아야 참 좋은 영적탄력에 영적건강입니다. 그러니 탓할 것은 하느님도 그 누구도 아닌 나입니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좌절하는 나입니다. 제 좋아하는 단골 용어도 생각납니다.

 

“넘어지는 게 죄가 아니라, 자포자기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게 죄다.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참 신자의 삶이요 이래야 영적 탄력이 살아난다.”

 

육신의 탄력이 떨어져도 열정이 식어 영적 탄력이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영적탄력의 척도는 백절불굴의 믿음이요 희망이요 사랑의 열정입니다. 이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끊임없는 하느님 사랑의 표현인 기도입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도 멋지고 용기백배 힘을 줍니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다 더 주시겠느냐?”

 

최고의 참 좋은 선물이 성령이요, 이 성령이 지칠줄 모르는 열정의 원동력이 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성령의 선물입니다. 이런 성령의 사람들, 영적탄력 좋은 기도와 믿음의 사람들은 결코 말라키 예언서에 나오는 불신자들처럼 무엄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것은 헛된 일이다. 만군의 주님의 명령을 지킨다고, 그분 앞에서 슬프게 걷는다고 무슨 이득이 있느냐? 이제 우리는 거만한 자들이 행복하다고 말해야 한다, 악을 저지르는 자들이 번성하고, 하느님을 시험하고도 화를 입지 않는다.”

 

하느님을 떠나 희망을 잃어 버렸을 때, 영적탄력을 잃어 버렸을 때, 완전히 부정적 비관적 인생관이요 회복불능의 좌절 절망 상태로의 전락입니다. 참으로 말라키 예언서 마지막 부분, 심판과 구원이 확연히 드러나는 상황이 더욱 우리를 분발케 하여 한결같은, 끊임없는 기도와 믿음의 삶을 살도록 부추깁니다.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라.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 그날은 그들에게, 뿌리도 가지도 남겨두지 않으리라.”

 

오늘이 그날입니다. 언젠가 그날이 아니라 오늘 여기부터 시작된 심판이자 구원입니다. 오늘 여기서부터 천국을 사는 이도 있고 연옥을 또 위 상황같이 지옥을 사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의 묘사는 얼마나 고무적인지요!

 

 “그러나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리라.”(말라키3,20ㄴ). 

 

바로 주님을 경외하여 한결같이, 끊임없이 사랑의 기도와 믿음의 삶에 충실한, 영적탄력 좋은 이들에게 오늘부터 주어지는 축복의 현실이요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하느님, 우리 주의 어지심이,

 우리 위에 내리옵소서.

 우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주소서.

 우시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주소서."(시편90,1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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