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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1.수요일 12월21일                                                                  아가2,8-14 루카1,39-45

 

 

영적 우정

-주님과 나, 나와 너-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환호하여라.

 주님께 새로운 노래를 불러라.”(시편1과 3ㄱ)

 

오늘 화답송 후렴입니다. 혼자의 구원은 없다는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지론입니다. 따로와 함께의 여정이요 구원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5월3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이 생각납니다. 반가운 이들의 방문을 대할 때 드렸던 ‘오늘은 형제님(자매님)의 방문 축일입니다’라는 덕담이 생각납니다. 

 

참 좋은 도반들의 방문은 빈손으로와도 구원의 방문처럼 반갑고 흡사 도반들의 방문 축일처럼 즐겁고 기쁩니다. 어제도 여러분의 방문을 받고 그랬습니다. 

 

제가 산티아고 순례 여정후 참 많은 강론 주제로 사용한 말마디가 “삶의 여정”입니다. 짧기도 하지만 때로 길게 여겨지는 삶의 외롭고 쓸쓸한 여정에서 제가 특히 강조하는 것이 도반이요 도반과의 영적 우정입니다. 

 

여기서 저는 두 도반의 예를 들곤 합니다. 눈에 보이는 영적 도반인 사람과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늘 우리와 함께 하는 영적 도반이 주님입니다. 언젠가 사라질 사람 도반과는 달리 인생 여정 다하는 날까지 영원히 함께 하는 동반자同伴者이자 반려자伴侶者이 주님이십니다. 그러니 주님과의 영적 우정이 참으로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런 영적 우정의 도반 관계의 관점에서 볼 때 오늘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제1독서는 애인의 창가에서 벌어지는 감미로운 에로스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이성간의 열렬한 사랑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교부들은 이런 사랑의 관계를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간의 사랑으로, 또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으로 견주어 해석했습니다. 

 

십자가의 요한, 대 데레사, 이냐시오 로욜라 같은 신비가들은 주님과 우리의 사랑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영원한 연인처럼 마치 에로스적 사랑의 감미로 체험한 신비가들이었습니다. 이는 우리의 사부 베네딕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수도생활과 신앙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써 하느님의 계명들의 길을 달리게 될 것이다.”(성규 마리말49)

 

참으로 잘 성숙한 사랑의 수도자에 대한 묘사입니다. 이러면 정결 문제는 저절로 해소될 것입니다. 오늘 아가서중 창가에서 연인을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은 얼마나 가슴 설레고 황홀해 보이는 지요!

 

“내 연인의 소리!

보셔요, 그이가 오잖아요.

산을 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넘어 오잖아요.

나의 연인은

노루나 젊은 사슴같답니다.

보셔요, 그이가 우리 집 담장 앞에 서서

창틈으로 기웃거리고

창살 틈으로 들여다 본답니다. 

내 연인은 나에게 속삭이며 말했지요.

내 연인은 나에게 속삭이며 말했지요.

“나의 애인이요,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세상에 이런 이성간 연정戀情의 사랑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쓰다보면 오늘 제 1독서뿐 아니라 아가서 전체를 써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흡사 대림시기 우리 영혼들이 오매불망 그리워 찾아 오시는 우리의 영원한 연인 주님을 상징한다 싶습니다. 주님을 그리워하는 이상으로 우리 영혼이 그리워 보고 싶어 찾아 오시는 대림시기 우리 주님, 임마누엘 예수님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영적 도반이자 영원한 연인이신 주님과의 날로 깊어가는 영적 우정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오늘 복음의 두 영적 도반인 엘리사벳과 마리아의 사랑의 만남은 얼마나 황홀한 아름다움인지요! 두분간의 영적우정에 앞서 전제되는 주님과의 영적 우정입니다. 마리아가 곤궁중에 찾아 나선 영적 도반 엘리사벳입니다. 여러분도 마음 답답할 때 언제나 위로와 격려를 찾아 나설 도반은 있는지요?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은 동시에 영원한 영적 도반인 태중의 세례자 요한과 태중의 예수님과의 만남을 뜻합니다. 감격에 벅차 성령으로 충만한 엘리사벳의 기쁨의 환호입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마리아의 십년 체증이 활 풀렸을 것입니다. 흡사 주님의 계약궤 앞에서 기쁨에 넘처 덩실덩실 춤추던 다윗이 생각납니다. 마리아야 말로 주님을 모신 계약궤와 같습니다. 바로 이 앞에서 다윗처럼 엘리사벳 태중의 아기 요한이 기쁨에 겨워 뛰놀았던 것입니다. 

 

동병상련입니다. 이렇게 영원한 도반인 주님 안에서 이렇게 만남으로 마리아와 엘리사벳은 서로 큰 위로와 격려의 구원을 받았을 것이며, 둘간의 영적 우정은 날로 깊어졌을 것이고 동시에 예수님과 요한 세례자의 영적 우정도 깊어졌을 것입니다. 현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전임 베네딕도 16세 교황간의 영적 우정도 잔잔한 감동입니다. 지난 토요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도 16세 교황 그분을 ‘성인’으로, ‘위대한 영성생활의 사람’으로 묘사한다. 그분을 자주 방문하여 만날 때 마다 나는 그분의 투명한 시선에 의해 덕성이 함양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분은 좋은 유머 감각을 지닌 분이고 맑고 밝은 분이며 아주 살아 있는 분이다. 그분은 부드럽게 말씀하시고 대화도 잘 따라 잡으신다. 나는 그분의 명석明晳함에 감동한다. 그분은 ‘큰 분(a great man)이시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의 우정은 물론 눈에 보이는 형제자매 도반들과의 영적 우정도 날로 깊이해 주십니다. 대림2부, 다섯 번째 12월21일 M후렴 “오! 샛별이여(O oriens)”로 강론을 마칩니다.

 

“오 샛별이여, 찬란한 광채이시요. 정의의 태양이시요, 오시어 죽음의 땅과 어둠속에 앉아있는 우리를 비추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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