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7.부활 제2주일(하느님 자비의 주일)

사도4,32-35 1요한5,1-6 요한20,19-31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깨어나라, 감사하라, 찬미하라-

자비하신 주님을!

 

 

지금 4월 부활축제가 계속 펼쳐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토는 어디나 파스카의 봄꽃들 만개한 하늘나라 지상천국입니다. 그러나 국민현실은 어려움의 절정입니다. 새삼 이번 4.10일 총선이 나라의 명운(命運)이 달린 얼마나 절박한 선거인지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어느 젊은 정치인이 선거유세시 목이 터져라 외친 말마디가 마음 깊이 와 닿습니다.

 

“이대로 둬서는 대한민국 다 죽는다!”

"우리나라 진짜 큰일났다!"

 

살아야 합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하면서 아름답게 잘 살라고 부활축제가 계속되고 있는 오늘 부활 제2주일은 하느님 자비의 주일입니다. 모두가 하느님 자비를 닮아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나라 천국을 살라고 하느님께서 선물하신 하느님 자비의 주일입니다. 자비와 지혜는 함께 갑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 신자들은 자비로운 마음, 지혜로운 정신으로 난국의 현실을 잘 타개해 나갈 수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대희년을 지내던 2000년 4월30일 부활 제2주일 사백주일에, 하느님 자비를 선포하는 임무를 위임받았던 폴란드 출신의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를 성인품에 올렸고 전 세계 교회는 2001년부터 해마다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 자비의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자비의 사도라 일컫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파우스티나 수녀의 성지에서의 1997년 6월중 강론은 지금 들어도 공감이 갑니다.

 

“역사상 어느 시대나 그렇지만 지금같이 위태로운 시대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인간 양심이 심하게 세속화될수록, 자비라는 말의 의미 자체를 느끼지 못하게 될수록, 하느님에게서 떠나 자비의 신비에 거리를 두면 둘수록, 교회는 큰 소리로 자비의 하느님께 호소할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교회와 인류의 걱정을 자비로우신 그리스도께 의탁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어느때보다 하느님 자비의 체험과 삶이 절박한 때입니다. 참으로 하느님 자비를 배우고 공부하여 우리 모두 자비의 사람이 되어야 할 작금의 시대입니다. 방금 흥겹게 부른 “가,나,다”해가 동일한 화답송 후렴이 우리 모두 자비의 사람이 되어 살도록 고무합니다. 오늘 하루뿐 아니라 평생 화살기도 노래로 끊임없이 바쳐도 참 좋은 시편구절입니다.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좋으신 분을, 

 영원도 하시어라, 그 사랑이여.”(시편118,1)

 

어제 일간신문에서 읽은 어느 번역가의 말마디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완벽한 번역은 없다, 다만 아름다움을 옮길 뿐이다.”, 저는 번역대신 삶과 강론을 넣어 읽도 그대로 통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완벽한 삶은, 완벽한 강론은 없다, 다만 아름다움을 옮길 뿐이다.” 어떻게? 사랑입니다. 

 

하느님 자비는, 사랑은 어김없이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파스카의 봄철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그대로 하느님 자비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자애가 온땅에 가득하네” 얼마전 시편 화답송도 생각납니다.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196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대중가요도 생각납니다.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

 아무리 못생긴 아가씨도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

 사랑을 하면은 꽃이 펴요, 사랑을 하면은 꽃이펴요.

 아무리 못생긴 호박꽃 아가씨도 사랑을 하면은 꽃이 펴요.”

 

사랑을 하면은 꽃이 피고 예뻐지고 아름다워짐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웃어보셔요. 얼굴인지 꽃인지 구별하기 힘듭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닮아갈수록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2007년, 17년전 파스카의 봄철 이맘때쯤 썼던 “아름다운 사람들이여!”라는 시를 나눕니다.

 

“동안거(冬安居)를 끝낸 겨울 나목들 

 잎눈들, 꽃눈들 파스카의 주님 사랑에 활짝 열려 피어나니

 오, 찬란한 태양, 

 광활한 창공(蒼空), 

 모두들 깨달은 꽃나무 각자(覺者)가 되네!

 내 존재의 미소(微小)함, 공허(空虛)함

 깨달음으로부터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찬미와 감사

 웃음같기도, 눈물같기도 한

 꽃같은 깨달음이여, 새롭게 열리는 세상이여,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아름다운 삶은 우리의 의무이요 책임이요 권리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닮아 사랑할 때 아름다운 삶, 행복한 삶입니다. 바로 자비하신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을 잘 키우고 보존하는 것입니다.

 

첫째,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 교회 공동체입니다.

부활하신 주님 중심의 일치의 공동체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의 공동체입니다. 참으로 이상적 교회 공동체의 모델이요 2000년 동안 공동체 운동에 샘솟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이상적 유토피아 공동체로 공산주의도 여기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바로 여기에 가장 근접한 공동체가 자발적 사랑의 공산주의 공동체인 수도공동체이고 그 빛나는 모델이 지금 여기 성 요셉 수도공동체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 사도행전의 참 아름다운 사랑의 교회공동체입니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모두 은총을 누렸다.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

 

바로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이런 공동체를 키워주고 보존해 줍니다. 공동체 성립의 핵심 요소를 알려줍니다. 한마음 한뜻, 공동소유, 공동체의 중심인 부활하신 주님, 사랑과 정의가 실현된, 빈부의 격차가 사라진 공평과 평등이 실현된 하늘 나라 교회공동체입니다.

 

둘째,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 평화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참 좋은 우선적 선물이 평화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임재(臨在)와 더불어 두려움의 벽은 평화의 활짝 열린 문이 됩니다. 참으로 교회공동체, 수도공동체의 평화는 이 주님의 평화에 기반합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이 말마디에 ‘항상’을 덧붙여 “평화가 항상 너희와 함께!”말하고 싶습니다. 무려 오늘 복음에 세 차례나 나오는 주님의 참 좋은 말마디입니다. 제자들은 평화의 주님을 뵙고 몹시 기뻐했다니, 평화와 함께 주어지는 기쁨임을 깨닫습니다. 주님 주시는 평화와 기쁨의 선물입니다. 주목할 바, 이 모든 선물은 공동체가 함께 할 때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회의론자, 이성주의자, 토마와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이 오늘 복음의 절정입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토마의 전광석화 반응의 고백이 우리에게는 참 좋은 배움이 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주님이자 하느님이신 예수님이라니 얼마나 멋지고 놀라운 고백인지요! 이어지는 말씀은 우리의 부족한 믿음을 부끄럽게 하면서 분발케 하고 우리의 믿음을 고무합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오늘 마지막 복음 말씀이 믿음과 생명이 얼마나 깊이 결속되어 있는지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참 엄중한 진리가 믿음과 함께 가는 생명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사람은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우리가 믿고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는 것이 최상의 축복입니다. 제2독서 요한 사도의 믿음에 대한 말씀도 귀한 가르침이 됩니다.

 

“세상을 이긴 그 승리는 바로 우리 믿음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사람입니다.”

 

셋째,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 성령입니다.

주님 선물중의 선물이 참 좋은 성령의 선물입니다. 성령은 사랑이자 진리입니다. 그러니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도 성령뿐입니다. 성령없는 인간은 반쪽의 인간일뿐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구원의 문입니다. 성령께 마음을 열면 누구에게나 선사되는 성령의 선물이요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하느님께서 창세기에서 사람을 창조하실때 진흙으로 만든 몸에 생명의 숨을 불어 넣어 살아있는 사람이 되게 하시듯 우리에게 숨을 불어 넣으시며 우리를 살리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성령의 은총으로 가능한 용서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으로부터 평화의 선물과 더불어 용서의 성령을 선물로 받고 세상에 파견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 자비의 사도, 평화의 사도, 성령의 사도, 용서의 사도로 각자 삶의 자리로 파견되는 우리들입니다. 자비의 사도로 살라고 수도원 형제들의 숙소 명칭도 “자비의 집”이며, 피정오신 분들은 평화의 사도로 살라고 피정집 명칭은 “평화의 집”입니다. 

 

혼자 독점하라 주신 선물이 아니라 서로 나누라 주신 선물입니다. 자비도 평화도 성령도 용서도 나눠야 서로 삽니다. 자비하신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그 자녀도 사랑합니다. 그러니 사랑의 나눔입니다. 자비하신 주님의 참 좋은 선물에 대한 응답은, 자비하신 주님을 닮는 길은 감사와 찬미, 겸손과 온유, 사랑과 나눔입니다. 바로 이런 이들이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들이고 모두 세상을 이깁니다.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세상을 이기게 하시고, 부활하신 주님 중심의 참 좋은 하늘 나라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 주시며, 날로 자비하신 하느님을 닮아가는 “하닮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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