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8. 화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1170-1221) 기념일 

민수12,1-13 마태14,13-21



겸손의 여정, 비움의 여정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참 아름다운 삶이 겸손한 삶, 비움의 삶입니다. 매사 겸손의 수련, 비움의 수련으로 삼아 살아갈 때 비로소 영적 성장과 성숙의 삶입니다. 하여 진정한 영적여정은 겸손의 여정, 비움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방영성에서도 특히 강조되는 것이 바로 겸손입니다. 몇 대목을 인용합니다.


‘장로들의 가르침은 대부분 교만을 극복하고 진정한 겸손과 연민을 발전시킬 수 있기위한 영적수행의 형태들이다. 진정한 겸손없이는 영성도 없다. 그것은 자명한 이치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이 세상 것들로 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장로는 이것을 케노시스, 즉 비움이라 불렀다.’


‘계시되는 비밀이 무엇이든 그것은 어떤 비밀스런 교의에 대한 지성적 지식의 결과가 아니다. 그들은 깊은 회개와 겸손을 통해 마음의 정화의 결과로 위로부터 오는 것이다.’


새삼 회개의 여정은 겸손의 여정임을, 회개는 겸손과 함께 가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성인들은 하느님의 연인이라 하는데 성인들의 특징 역시 회개와 겸손입니다. 하느님을 닮아갈 때 자기 비움의 겸손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아는 것이 바로 겸손이요 지혜입니다. 그러니 마음의 병인 무지의 병의 치유에 회개와 겸손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습니다. 


저는 이런 면에서 수도원의 일과표를 회개와 겸손의 시스템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끊임없는 기도가 중심이 된 일과표의 시스템이 우리를 자연스럽게 회개와 겸손의 삶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찬미와 감사의 전례기도를 통해 주님을 만나 기쁨과 평화를 선사받고 주님을 닮아 날로 온유해지고 겸손해 지는 우리들입니다.


분별력뿐 아니라 겸손 역시 모든 덕의 어머니라 합니다. 둘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겸손에서 나오는 분별의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민수기의 모세야 말로 겸손의 모델입니다.


‘그런데 모세라는 사람은 매우 겸손하였다. 땅 위에 사는 어떤 사람보다도 겸손하였다.’


오늘 민수기에서 보다시피 문제는 미르암과 아론이 모세를 시기함에서 시작됩니다. 시기 역시 자기를 모르는 무지의 표현입니다. 하느님은  친히 겸손한 모세의 보호자가, 대변자가 되어 아론과 미르얌의 무지를 일깨우십니다.


“나의 종 모세는 다르다. 그는 나의 온 집안을 충실히 맡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입과 입을 마주하여 그와 말하고, 환시나 수수께끼로 말하지 않는다. 그는 주님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너희는 어찌하여 두려움도 없이 나의 종 모세를 비방하느냐?”


하느님 친히 겸손한 모세를 방어하십니다. 실로 겸손한 자가 천하무적의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교활한 악마들조차 진정 겸손한 자를 유혹할 수 없다 합니다. 하느님 앞에 늘 깨어있을 때 겸손입니다. 예수님 역시 하느님을 닮아 온유하고 겸손했던 분이셨습니다. 다음 대목이 예수님의 겸손의 비밀이 어디 있는지 보여줍니다.


‘군중을 돌려 보내신 뒤, 예수님께서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저녁 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에 계셨다.’


기적을 체험한 군중은 열광했고 예수님은 이런 열광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분별의 지혜를 발휘해 조용히 산으로 물러나십니다. 이를 일컬어 노자는 공성이불거功成以不居, 공을 이루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고 떠나라 하십니다. 마침내 기도중에 깨어 있는 겸손한 예수님이셨기에 멀리 파도에 시달리던 제자들을 구해내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물위를 걸어오시며 ‘나다’란 하느님의 이름으로 당신을 드러내신 예수님의 고백입니다. 바로 이 말씀은 우리 수도원 십자로 중앙 예수부활상을 받치고 있는 바위판에 새겨진 말씀입니다. 참으로 겸손에서 샘솟는 용기요 무지로 인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깨어 지금 여기를 살게 합니다. 


문제는 내 안에 있고 답은 주님 안에 있습니다. 주님을 떠날 때 무지의 어둠이요 주님과 함께 있을 때 무지로부터의 해방에 온유와 겸손입니다. 마태복음 마지막 말씀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런 주님을 잠시 잊었던 배안의 제자들이었고 주님은 물에 빠져드는 베드로를 구해 내시며 그의 믿음 약함을 질책하십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말씀하신 후 제자들 공동체 배에 오르시자 바람은 그쳤다 합니다. 공동체의 중심에 주님을 모실 때 비로소 공동체의 일치요, 안정과 평화임을 깨닫습니다. 진정 겸손한 사람은 그대로 하느님 은총의 통로가 됩니다. 병든 이들은 예수님의 옷자락 술에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 청했고,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는 복음 후반부의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한 현재로 지금 여기 현존하시는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를 구원하시고 당신의 온유와 겸손을 닮게 하십니다.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편51,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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