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8.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지혜6,12-16 1테살4,13-18 마태25,1-13

 

 

 

깨어 있는 삶, 슬기로운 삶

-주님과 우정의 사랑을 날로 깊이 하는 삶-

 

 

 

아침 성무일도 즈카르야 후렴곡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한밤중에 소리가 들렸도다. 신랑이 오시니 어서들 마중 나가자.”

과연 한밤중에 주님이신 신랑이 오실 때, 깨어 준비하고 있다가 영혼의 등불 환히 켜들고 맞이할 수 있을런지요?

 

오늘은 연중 제32주일이자 평신도 주일입니다. 이제 전례력으로 한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마침 오늘 복음 ‘열처녀의 비유’는 11월 위령성월 연중 마지막 시기에도 적절합니다. 복음 서두 말씀이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그때에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하늘 나라는 누구나에게 활짝 열려 있는 현실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살아야 하는 하늘 나라입니다. 열처녀에게 똑같이 열려있는 하늘 나라이지만 각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불림 받은 사람은 많지만 선택된 사람은 적습니다. 불림받았다 하여 천국입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늘 나라를 살기 위해서는 슬기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나는 어느쪽입니까?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고,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언젠가 오실 주님을 대비해 평소 기름을 충분히 준비해 놓고 있었던 슬기로운 처녀들이었습니다. 언젠가 갑자기의 구원도, 하늘 나라도 없습니다. 지금 여기서부터 누려야 할 구원이요 하늘 나라입니다.

 

어떻게? 늘 충분히 기름을 마련하는 삶입니다.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에서 제 책임을 다하며 사랑과 섬김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또 바로 주님을 사랑하고 찾듯 지혜를 사랑하고 찾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 찾고 만나야 하는 지혜이신 주님이십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지혜를 찾는 모든 이들을 상징합니다.

 

오늘 제1독서 지혜서는 온통 지혜를 사랑하라, 지혜를 갈망하라. 지혜를 찾으라는 권고입니다. 지혜를 찾는 삶이 슬기로운 삶이며 지혜는 찾는 이에게 자기를 드러냅니다. 의인화된 지혜가 상징하는 바 그대로 주님이십니다.

 

“지혜를 깊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완전한 예지다. 지혜를 얻으려고 깨어 있는 이는 곧바로 근심이 없어진다. 지혜는 자기에게 맞갖는 이들을 스스로 찾아 돌아 다니고, 그들이 다니는 길에서 상냥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그들의 모든 생각 속에서 그들을 만나 준다.”

 

주님은 사랑이자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주님을 사랑하면 저절로 지혜로워질 수 뿐이 없습니다. ‘주님을 찾는 사람’이자 ‘사람을 찾는 주님’이십니다. 지혜이신 주님 역시 당신을 찾는 우리를 매일 끊임없이 찾아 오십니다. 어떻게 지혜이신 주님을 찾는 데 지칠줄 모르는 열정을 지닐 수 있을까요? 화답송 후렴 시편 처럼 늘 주님을 목말라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당신은 저의 하느님. 저는 새벽부터 당신을 찾나이다, 제 영혼 당신을 목말라하나이다. 물기 없이 마르고 메마른 땅에서, 이 몸은 당신을 애타게 그리나이다.”

 

주님을 목말라 하는 영적 갈증이 부단히 지혜이신 주님을 찾고 만나게 합니다. 한 두 번의 만남이 아니라 매일 평생 죽을 때 까지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주님을 만나야 살 수 있는 영혼입니다. 하여 주님과의 살아 있는 만남을 위해 평생 매일 끊임없이 공동전례 기도 수행에 항구하고 충실한 수도자들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사랑이자 궁극의 희망입니다. 참으로 주님께 궁극의 희망을 둘 때 깨어 열렬히 주님을 찾습니다. 무슨 희망입니까? 주님 재림의 희망입니다. 언젠가 결정적으로 오실 주님을 기다리기에 깨어 열정적으로 주님을 사랑하며 살게 합니다. 기다릴 희망과 사랑의 주님이 계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행복이 되는지요! 바오로 사도도 테살로니카 교우들에게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중이니 희망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처럼 슬퍼하지 말라 하십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의 주님 재림후의 현실에 대한 마지막 말씀 역시 큰 위로와 희망이 됩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늘 주님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말로 서로 격려하십시오.”

 

이뿐만 아닙니다. 미사경문중 주님의 기도후에 이어지는 기도문도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재림의 주님께 궁극의 희망을 두게 합니다.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 한평생 평화롭게 하소서. 주님의 자비로 저희를 언제나 죄에서 구원하시고 모든 시련에서 보호하시어, 복된 희망을 품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

 

얼마나 아름답고 위로가 되는 내용인지요! 그렇습니다. 복된 희망을 품고 재림의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들입니다. 결정적 주님의 재림에 앞서 자비하신 주님은 날마다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그러니 매일매일이 주님 재림의 날입니다. 하여 우리를 찾아 오시는 재림의 주님, 늘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과 우정의 사랑을 날로 깊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것이 매일 등잔에 기름을 마련하는 슬기로운 삶입니다. 

 

주님 재림에 임박해, 죽음에 임박해 내 영혼의 등잔에 기름이 떨어졌다면 얼마나 암담하고 절망적일까요? 수행의 기름도 젊고 힘있을 때 많이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 죽는 그날까지 매일매일 내 책임을 다하며 영혼의 등잔에 신망애信望愛의 기름은 충분한지 꼭 확인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결코 누구의 기름을 빌릴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내 매일매일의 신망애 실천의 수행을 통해 축적해야할 내 영혼의 기름이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이점에서 실패했습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하늘 나라 잔치에 입장했고 문은 닫혔습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입니다. 때가 되어 문이 닫히면 모두가 끝입니다. 이와 비슷한 체험은 일상에서 간혹 겪습니다. 순간 잠들었다 깨어 보니 성전에서 공동전례기도는 끝나 문이 닫혔을 때 얼마나 황당하던지요. 

 

공동전례기도는 다음 기회가 또 주어지지만 마지막 죽음이나, 주님 재림의 날엔 아무리 후회해도 늦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리석은 처녀들과 주님과의 대화가 참 충격적이요 마음 서늘하게 합니다. ‘주인’을 ‘주님’으로 바꾸면 더 실감있게 와닿을 것입니다.

 

“주님, 주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평생 주님을 섬기며 살아 왔다 자부하는 데 ‘나는 너를 알지 못한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다면 얼마나 마음 아픈 충격이겠는지요! 나혼자 나 좋을 대로 주님 향한 짝사랑은 아닌지 주님과 사랑관계를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참으로 사랑하십시오. 주님 사랑 공부도 평생 공부입니다. 주님의 뜻을 깨달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주님 사랑의 표현이요 주님은 이런 우리를 사랑하고 더욱 깊이 우리를 알게 될 것입니다. 

 

아무도 나를 몰라 줘도 주님은 나를 사랑하시고 알아 주신다면 이보다 행복하고 든든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고 아는 것보다 주님은 더욱 우리를 사랑하시고 알아 주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 우정의 사랑을 날로 깊게 하십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당부 말씀입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25,1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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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11.08 07:45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에서 제 책임을 다하며 사랑과 섬김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또 바로 주님을 사랑하고 찾듯 지혜를 사랑하고 찾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 찾고 만나야 하는 지혜이신 주님이십니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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