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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21.사부 성 베네딕도(480-560) 별세 축일                                      창세12,1-4 요한17,20-26

 

 

 

떠남의 여정

-참 좋은 선물, 거룩한 죽음-

 

 

 

우리 삶은 떠남의 여정입니다. 하루하루 떠남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하루하루 잘 떠날 때 아름다운 삶이요 마지막 거룩한 죽음입니다.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전 강복도 감미롭습니다.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하루하루 날마다 죽음의 떠남이요 또 새롭게 시작하는 새날이니 결국 하루하루 파스카의 신비를 살아가는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하루하루 잘 떠날 때 마지막 떠남인 죽음도 잘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죽음은 무에로의 환원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환이자 지상 삶에서 천상 삶으로의 옮겨감을 뜻합니다. 예전에 써놨던 ‘죽음’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땅위를 덮고 있는 고운 단풍잎들

두려워하지 마라

죽음은 

귀환이다

해후다

화해다 

구원이다

‘수고하였다. 내 안에서 편히 쉬어라.’

들려오는 자비로운 아버지의 음성.”-1998.11.10

 

그렇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충실히 섬겨온 이들의 마지막 떠남인 죽음은 끝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에서의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언젠가 갑작스런 선종의 죽음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잘 떠날 때 마지막 잘 떠나는 죽음입니다. 

 

참 좋은 선물이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입니다. 공동체에 평화와 일치의 선물을 남기고 떠나는 아름답고 거룩한 좋은 선종의 죽음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습니다. 바로 오늘 별세 축일 미사를 봉헌하는 베네딕도 성인이 죽음이 그러합니다. 성 그레고리오 교황은 베네딕도 전기에서 성인의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을 다음처럼 묘사합니다.

 

‘그분은 임종하시기 엿새 전에 당신을 위해 무덤을 열어 두라고 명하셨다. 곧이어 그분은 열병에 걸리셨고 심한 열로 쇠약해지기 시작하셨다. 병세는 날로 심해져서 엿새째 되던 날 제자들에게 당신을 성당으로 옮겨 달라고 하셨다. 그분은 거기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영하심으로써 당신의 임종을 준비하시고, 쇠약해진 몸을 제자들의 손에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기도를 하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두시었다.’(베전37장2절)

 

그대로 아름답고 거룩했던 삶의 요약이 이런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입니다. 이렇게 임종 기도로 마지막 떠남인 죽음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큰 축복이겠는지요! 성인의 전 삶과 죽음을 요약한 오늘 라틴어에서 우리 말로 번역된 부속가 내용도 은혜로워 전문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새빛 선물 가져오는 위대하온 지도자를 기념하는 안식일.

성총聖寵받은 그 영혼이 노래하는 찬미가는 마음속에 울리네.

 

동쪽길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성조聖祖 용모 감탄 울려 퍼지네.

태양같은 생명으로 많은 후손 얻은 그는 아브라함과 같도다.

 

작은 굴에 있는 그를 까마귀의 복사로써 엘리야로 알리네.

강물에서 도끼 건진 성분도를 엘리사 예언자로 알도다.

 

무죄 덕행德行 요셉같고 장래일도 알아내니 야곱처럼 알도다.

그의 생각 지극하여 예수님의 영복소永福所에 우리 인도하소서.”

 

풍부한 내용에 노래로 하면 얼마나 흥겨운지 모릅니다. 베네딕도 성인처럼 이런 아름답고 거룩한 사랑의 삶에 이런 아름답고 거룩한 사랑스런 죽음의 축복입니다. 참으로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요 이런 선종의 은혜보다 큰 축복은 없습니다. 

 

죽음은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순전히 하느님 은총의 소관이요, 우리가 할 일은 하루하루 날마다 주님과 이웃을 충실히 섬기며 떠남의 여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창세기의 아브라함과 복음의 예수님이 떠남의 모범을 보여 줍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주님의 복이 되어 떠남의 여정에 충실했던 아브라함의 면모가 참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아브라함처럼 하루하루 주님의 복을 나누며 떠남의 여정에 충실할 때 마지막 복된 떠남인 선종의 죽음일 것입니다. 과연 이웃에게 주님 복이 되어, 사랑과 평화의 복이 되어 살고 있는지 성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오늘 요한복음 17장에서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앞둔 예수님의 간절한 고별기도가 흡사 유언처럼 느껴집니다. 평생 제자들은 물론 믿는 이들의 일치를 위해 헌신했던 아름답고 거룩했던 예수님 삶의 모습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저는 이들만이 아니라 이들을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빕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주님을 믿는 모든 이들이 당신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해 달라는 유언과 같은 기도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유언과 같은 고별기도를 통해 십자가와 수난과 죽음을 준비하십니다. 우리에게도 좋은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물음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물음으로 직결됩니다. 바로 아름답고 거룩한 삶과 죽음을 위한 좌우명을 마련하여 하루하루 날마다 깨어 떠남의 여정에 충실하며 살자는 것입니다. 제 좌우명은 자주 인용했던 다음 고백기도문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하루하루 날마다 이렇게 살 때 아름답고 거룩한 선종의 죽음도 선물처럼 주어지리라 믿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한결같이 하루하루 떠남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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