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22.연중 제24주간 금요일                                                                 1티모6,2ㄹ-12 루카8,1-3

 

 

선교 여정중인 

교회 공동체 삶의 기본 원리들

-중심, 비전, 치유, 섬김-

 

 

 

"하느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시편51,12)

 

"네 근심 걱정을 주님께 맡겨드려라.

 당신이 너를 붙들어 주시리라.

 의인이 흔들리게 버려둘리 없으리라."(시편55,23)

 

 

오늘 루카복음은 3절까지로 짧고 참 특이합니다. 여자들이 예수님의 활동을 도우며 그 일행을 따라 다닙니다. 당시 여자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바로 곁에서 추종하는 일은 팔레스티나에서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크게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었습니다. 당시만 그런게 아니라 오늘날도 이런 남자들과 여자들이 혼성된 무리들이 예수님을 따라 다니면 주위의 시선들을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저는 오늘 복음을 통해 공동체 삶에 대한 묵상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강론 제목을 “선교 여정중인 교회 공동체 삶의 기본 원리들”로 했고, 그 원리들은 “비전, 중심, 치유, 섬김”으로 나눠봤습니다. 연상되어 떠오른 것이 9년전 산티아고 순례 여정이었습니다. 순례 여정중 저절로 남성과 여성들의 혼성 공동체가 이뤄졌고 숙소에서도 함께 했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비전과 목표가 뚜렷했기에 국적, 인종, 언어, 성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순수했고 일치된 모습이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산티아고 순례”라는 목표로  순수한 마음이 하나로 통하니 저절로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진리를 찾는 구도자들의 공동체요, 서로 마음이 통하니 시종일관 따뜻하고 부드럽고 평화로운, 서로 돕는 우호적인 분위기였습니다.

 

함께 모였다고 공동체가 아니라, 공동체가 바라보는 비전과 중심이 선명하고 새로울 때 비로소 참된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공동체나 오늘 우리 교회 공동체 역시 그 비전과 중심은 한결같이 똑같습니다. 바로 다음 복음의 첫절에서 중심과 비전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

 

바로 공동체의 중심은 “예수님”이요 비전은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예수님 중심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그 공동체 자체가 하느님 나라의 실현입니다. 이런 중심과 비전이 뚜렷했기에 복음 선포의 선교 공동체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음을 봅니다. 이미 선교는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순례 여정중의 남성과 여성의 혼성 선교 공동체였던 것입니다. 

 

참으로 모두가 바라보는 일치의 중심인 예수님의 뚜렷한 존재와 하느님 나라의 생생한 비전이 공동체 삶의 핵심적 요소가 됨을 봅니다. 이는 우리 수도공동체는 물론 미사봉헌하는 교회공동체를 통해서도 그대로 입증됩니다. 이 거룩한 미사전례중 우리는 일치의 중심인 파스카 예수님을 바라보며 하느님 나라의 비전을 현실화합니다. 

 

말그대로 미사전례를 통해 하느님 나라의 실현이요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가 되어 각자 삶의 자리로 파견됩니다. 새삼 우리 역시 순례 여정중인 선교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열두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랐고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합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복음을 전하면서 살아갈 때 자연스럽게 뒤따른 치유의 은총입니다. 이런면에서 미사전례보다 우리의 치유에 도움에 되는 수행은 없을 것입니다. 말그대로 힐링의 가톨릭 교회요 힐링의 가톨릭 교회 전례라는 것입니다. 정말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남으로 하느님 나라의 체험과 더불어 영육의 치유, 힐링입니다.

 

그러니 예수님 “중심”과 하느님 나라의 “비전”의 실현과 더불어 “치유”의 은총입니다. 그리고 치유에 이은 “섬김”입니다. 치유를 완벽하게 보완하는 섬김의 활동입니다. 메타노니아 회개에 이은 코이노니아 친교, 그리고 마지막 정점을 이루는 것이 디아코니아 섬김입니다.  예수님과 열두제자의 선교활동이 원활할 수 있음은 치유받은 부인들의 한결같은 충실한 섬김 때문임을 다음 복음 마지막 대목이 입증합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이에 대한 주석을 소개합니다. 때로 수도원 주방 봉사하는 자매들을 연상하면 그 이해가 확연해집니다. ‘시중들었다는 것은 주로 음식을 대접했다는 뜻이다. 부인들이 예수님 일행을 따라다닌 것은 당대 관습을 고려할 때 파격적이다. 사실 예수님 시대 이스라엘에서는 남녀가 공공연히 이야기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여자들을 스스럼없이 대하셨다.’ 

 

일체의 스캔들 없이 참으로 남녀 모든 제자들 공동체의 일치의 중심이었던, 예나 이제나 일치의 중심을 이루시는 파스카 예수님이셨습니다. 바로 이런 일치의 중심이신 주님의 은총이 공동체 성장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오늘 제1독서 티모데오 1서는 건강한 교회공동체 형성에 좋은 가르침을 줍니다. 

 

첫째,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건전한 말씀과 신심에 부합되는 가르침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만해져 아무것도 깨닫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논쟁과 설전에 병적인 열정을 쏟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시기와 분쟁, 중상과 못된 의심과 끊임없는 알력이 나와, 정신이 썩고 진리를 잃어버린 사람들 사이에 번져갑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체험이지만 주님의 진리를 벗어나 이단에 빠질 때 겪는 어려움이요 역시 초대교회 바오로 사도의 체험을 반영합니다. 

 

둘째, 자족할줄 아는 신심을 지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며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합시다. 바오로 일행의 세상사에 초연한 참 자유로운 이탈의 모습들입니다. 예수님 중심과 하느님 나라의 비전에 충실할 때 저절로 무욕의 초연한 삶임을 깨닫습니다.

 

셋째, 부자를 부러워하지 않음이요 돈을 사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거의 해당되지 않지만 세상에서 살아가는 교회공동체 형제자매들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자들은 파멸과 멸망에 빠뜨리는 유혹과 올가미와 어리석고 해로운 갖가지 욕망에 떨어집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충격적입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악의 뿌리이며, 돈을 따라 다니다가 믿음에서 멀어져 방황하며 많은 아픔을 겪습니다. 예나 이제나 돈 욕심을 자제함이 참으로 영적 건강에 절대적임을 봅니다.

 

넷째 충고가 최종적이요 결정적입니다. “하느님의 사람”이라 칭하며 바른 삶을 권하는 내용이 좋아 그대로 인용합니다. 바로 비오로 사도가 티모테오는 물론 교회공동체에 몸담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유익한 가르침입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중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당부하시는 말씀입니다. 역시 우리 신자들의 신원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예수님파 “주님의 용사(勇士)들”임을 새롭게 확인합니다. 

 

“하느님의 사람이여, 그대는 이러한 것들을 피하고, 그 대신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 믿음을 위하여 훌륭하게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십시오.”(1티모6,11-12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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