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4.29. 수요일(인보성체수도회 피정지도 9일째)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1347-1380) 기념일

                                                                                                                                 사도12,24-13,5ㄱ 요한12,44-50


                                                                                    삶의 좌표

                                                                            -주님과 함께하는 삶-


묵상 중 언뜻 떠오른 주제는 '삶의 좌표'였습니다. 과연 나는 언제나 제자리에서 주님과 함께 하는 삶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주님과 함께 할 때, 주님의 뜻에 따라 순종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의미있는 참 나의 삶입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참 복받은 내적부요의 사람들입니다. 우리 '삶의 좌표'인 교회의 보물들인 무수한 성인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인성녀들의 기념미사를 봉헌할 때 마다 마음이 새롭습니다. '아, 사람이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우리 삶의 좌표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성인들입니다. 제가 성인성녀들의 미사를 봉헌할 때 마다 우선 확인하는 것이 생몰(生沒)연대요 성인들이 산 햇수와 제 나이와의 비교입니다. 우선 모든 성인성녀들이 예외없이 '죽었다'는 평범 자명한 사실이 위로와 평화를 줍니다.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고 죽음을 통해 내 삶의 좌표를 새로이 확인하게 됩니다.


오늘 기념하는 시에나의 가타리나 성녀는 1347년-1380년 까지 사셨으니 지금부터 약 630년전 분이며 산햇수는 33세 예수님과 똑같습니다. 지상 나이는 33년 짧은 햇수지만 시공을 초월하여 주님 안에서 영원히 살고 계신 성녀입니다. 성덕의 잣대는 '얼마나'의 산 햇수가 아니라, '어떻게' 주님과 함께, 주님과 하나되어 살아있는가에 있음을 봅니다. 주님과 함께 하나되어 살 때 비로소 시공을 초월한 지금 여기서 이미 영원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뒤 안산시 단원구에서 '치유공간 이웃'을 운영하고 있는 정혜신, 이명수 부부의 특강에서 몇 대목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나는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극복이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트라우마는 옛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판이 다 깨진 상처이기 때문에 극복할 수 없습니다. 이전에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극복이나 치료가 아니라, 우리는 '이 시간을 통과한다.'라 말합니다. '치유공간 이웃'에서의 치유의 기본원리는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종교 영역에 계신 분들이 현장에서 '엄마'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삶의 진리입니다. 우리 역시 매일 이 시간을 통과합니다. 바로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신비가 의미하는 바입니다. 죽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끊임없이 이 시간을 통과하면서 치유되고 변형되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우리의 엄마 같은 역할을 해 주시는 고마운 분이 하느님 아버지시며 주님이신 성령입니다.


오늘 복음과 말씀에서도 이런 진리가 잘 들어납니다. 어제 복음 마지막 구절 예수님의 말씀은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요한10,30).' 였습니다. 아버지께 파견 받아 아버지와 완전히 하나되어 사신 예수님이셨습니다. 다음 복음 말씀도 이를 분명히 합니다.


"내가 스스로 말하지 않고,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친히 나에게 명령하셨다. 나는 그분의 명령이 영원한 생명임을 안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씀하신 그대로 하는 말이다.“(요한12,49-50).


우리 삶의 좌표중의 좌표가 이런 부활하신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세상에 파견 받은 우리들 역시 삶의 좌표인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과 하나되어 살 때 비로소 충만한 삶, 영원한 삶, 참 나의 실현임을 깨닫습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날마다 여기 지금 이 시간을 통과하며 파스카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사도행전 독서에서도 주인공은 바르나바와 사울이 아니라 주님의 성령임을 깨닫습니다. 성령에 파견 받아 성령과 함께 성령 따라 순종의 삶을 사는 자유인 바르나바와 사울입니다. 사도행전 다음 대목이 이를 입증합니다.

'성령께서 파견하신 바르나바와 사울은 셀레우키아로 내려간 다음, 거기에서 배를 타고 키프로스로 건너갔다.“


성령따라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살 때 비로소 행복한 자유인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 성령으로 충만케 하시어 세상의 빛으로 파견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9 섬김의 영성 -질그릇 안에 담겨 있는 보물-2017.7.25. 화요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 프란치스코 2017.07.25 110
1378 섬김의 여정 -하느님 중심의 삶-2022.3.16.사순 제2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2.03.16 214
1377 섬김의 여정 -종(servant)과 섬김(service)의 영성-2023.7.25.화요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프란치스코 2023.07.25 359
1376 섬김의 여정 -순교 영성, 파스카 영성, 섬김의 영성-2022.9.16.금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학자(+25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9.16 217
1375 섬김의 여정 -섬김이 답이다-2018.7.25. 수요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07.25 120
1374 섬김의 여정 -섬김의 모범이신 그리스도 예수님-2022.9.3.토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540-604) 축일 프란치스코 2022.09.03 391
1373 섬김의 여정 -내적 깊이의 본질적 삶-2021.8.21.토요일 성 비오 10세 교황(1835-1914)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8.21 102
1372 섬김의 삶-2016.4.21. 목요일 성 안셀모 주교 학자(1033-1109)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04.21 191
1371 섬김의 삶 -한결같되 늘 새롭게-2016.9.3. 토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540-604) 축일 프란치스코 2016.09.03 242
1370 섬김의 사명, 섬김의 직무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2018.2.28. 사순 제2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2.28 261
1369 섬김의 사랑,섬김의 권위 -너희는 모두 형제다-2021.3.2.사순 제2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3.02 141
1368 섬김의 사랑, 섬김의 여정, 섬김의 학교 -성덕의 잣대-2021.4.29.목요일 시에나의 성녀 카타니라 동정 학자(1347-1380)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4.29 114
1367 섬김의 사랑, 구원의 사랑-2015.7.25. 토요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프란치스코 2015.07.25 222
1366 섬김의 배움터-2015.5.27. 연중 제8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05.27 189
1365 섬김의 공동체, 섬김의 리더십 -여정, 중심, 기도, 섬김-2019.8.5.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8.05 124
1364 섬김과 환대 -섬김의 주님, 환대의 주님-2018.4.26. 부활 제4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4.26 143
1363 섬김과 나눔의 위대한 지도자들을 본받읍시다 -모세, 예수, 프란치스코 교황- 2023.8.7.연중 제18주간 월요일 ​​​​​​​ 프란치스코 2023.08.07 337
1362 섬김과 겸손-회개의 열매-2016.2.23. 사순 제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2.23 152
1361 섬기는 사람-2016.7.11. 월요일 유럽의 수호자 사부 성 베네딕도 아빠스(480-547)대축일 프란치스코 2016.07.11 249
1360 선한 목자 주님을 공부합시다 -너그럽고 자비하신 주님을!-2017.8.23.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2 프란치스코 2017.08.23 120
Board Pagination Prev 1 ...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