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3. 주님 공현 전 화요일                                                                               1요한2,29-3,6 요한1,29-34



인간은 ‘하느님의 자녀子女’이다

-결코 소모품消耗品이 아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결코 소모품이 아닙니다.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세례 받은 신자뿐만 아니라 깊이 들여다 보면 외관外觀에 상관 없이 인간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오늘날의 시대는 디지털 시대, 인스탄트 시대, 소모품 시대입니다. 소모품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사람들도 소모품消耗品이, 상품商品이 된 시대입니다.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가 도달한 부정적 현실입니다.


친지에게 선물로 받아 10여년 이상 쓰던 집무실의 고풍古風스런 벽시계를 바꿨습니다. 시계방에 가서 수선해 쓰려하니 수선하는 것보다는 하나 새로 사라했습니다. 얼마전 멀쩡하던 프린터기도 고장이 나 수선을 문의했더니 사는 게 낫다 하여 새로 샀습니다. 하여 우리 원장이 손수 보기 참 심플한 벽시계를 사다 걸어줬습니다. 고풍스런 아날로그식 벽시계에서 최신식 디지털식 벽시계로 바뀐 기분입니다.


“쓰시다가 수명이 다하면 또 하나 사세요.”

“아, 시계도 소모품이군요.”


어제 원장과 주고 받은 문답입니다. 과연 소모품시대입니다. 대량 공장식 사육으로 인해 이제 닭이라는 생명체도 공장의 물품이 된 생명경시의 절정에 도달한 시대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도 여기서 시작됐다 합니다. 육식肉食을 줄이는 대대적 생태적生態的 회개의 실천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제 대부분의 물품들도 소모품이 된 시대입니다. 절약, 절제의 미덕도 사라진, 무엇이든 쓰다 버리는 대량소비시대입니다. 


문제는 알게 모르게 이런 사고방식이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에게까지 미친다는 무서운 사실입니다. 사람들조차 소모품이 되어가는 시대입니다. 다 쓰면 버리는 소모품의 물품처럼 취급되는 시대입니다. 하여 젊고 능력있는 젊은이들을 선호하고 좀 나이들면 소모품처럼 취급되다 요양원에 버려지면 완전 폐품처리된 느낌입니다.


이건 아닙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내적으로 성장, 성숙해야 하는 하느님의 작품이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결코 상품이나 소모품이 아닌 하느님의 자녀로서 끝까지 아끼고 돌봐야 하는 존엄한 품위의 인간 존재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음이 축복이자 기회입니다. 각자 또한 어떤 처지에서도 고결한 품위의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옛 교회의 교부들은 가난하고 단순한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여 소비주의에서 해방되는 것이야말로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지혜롭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았습니다. 교부들은 한 목소리로 빚에 기대지 않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권고합니다. 한 소쿠리 밥과 한 표주박 물로도 즐거움을 잃지 않는 풍요로운 가난을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 품위의 원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영의 눈'이 활짝 열린 세례자 요한의 환호입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나는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하늘에서 내려 오시어 저분 위에 머무르시는 것을 보았다.---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증언하였다.”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말마디가 미사중 성체를 모시기 전 일제히 시선을 모으게 하는 사제의 권고와 우리의 응답입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사제의 권고는 오늘의 복음에, 우리의 응답은 바로 복음의 백인대장의 겸손한 말마디에 근거함을 알게 됩니다. 바로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주님의 성체를 모심으로 하느님의 자녀임을 새롭게 확인하는 우리들입니다. 사도 요한의 제1독서 말씀도 은혜롭습니다.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입니다.”


아, 이 말씀이 우리 삶의 궁극의 목표를 보여주는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분을 점점 닮아가 마침내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되어 그분처럼 되는 그날의 기쁨을 희구希求하는 복된 존재들인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그분께 이런 희망을 두는 우리들은 모두, 그리스도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자신도 순결하게 함으로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품위를 견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무엇보다 만나는 모든 이웃을 하느님의 자녀로서 존중하고 배려하며 보살핍니다. 


매일 거행하는 이 거룩한 미사는 고귀한 인간 품위의 원천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소모품이 아닌 당신의 귀한 작품이자 자녀임을 확인시키십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네. 그분은 당신을 받아들이는 모든 이를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네.”(요한1,14.12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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