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2. 목요일 주님 봉헌 축일(봉헌생활의 날)                                                          말라3,1-4 루카2,22-40



봉헌奉獻이 허무虛無에 대한 답이다

-봉헌의 축복祝福-



‘봉헌이 허무에 대한 답이다.’ 말씀 묵상 중 떠오른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봉헌 말고 허무에 대한 다른 답은 없습니다. 빛이 어둠에 대한 답이듯이 봉헌이 허무에 대한 답입니다. 결국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습니다. 내가 싸워야 할 궁극의 적은 나입니다. 나와의 싸움에 봉헌보다 더 좋은 무기도 없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새롭게 자신을 주님께 봉헌할 때 나와의 싸움에서도 승리입니다.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영어로는 ‘Presentation of the Lord’인데 우리의 ‘봉헌’이란 말마디의 느낌을 맛볼 수 없습니다. 봉헌의 사랑, 봉헌의 기쁨, 봉헌의 축복, 봉헌의 아름다움, 봉헌의 거룩함입니다. 봉헌은 믿는 이들의 삶의 의미입니다. 봉헌은 우리 삶의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상에 봉헌보다 아름다운 말마디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등장 인물들은 모두가 봉헌생활의 모범입니다.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봉헌합니다.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 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 기록된 대로 봉헌을 실천하는 예수님의 부모입니다. 예수의 부모인 요셉, 마리아 역시 아기와 함께 자신을 봉헌하는 경건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시메온 노인 역시 봉헌생활의 모범입니다. 그는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고, 성령께서 늘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합니다. 봉헌생활에 충실하고 항구한 이에게 늘 함께 하는 주님의 성령이요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마침내 봉헌의 사람인 시메온은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그대로 말라키 예언대로 성전에서 봉헌되는 아기 예수님을 만나 두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끝기도를 마치며 바치는 그 유명한 ‘시메온의 노래’입니다. 이 찬미가를 마치면 장상의 강복을 받고 하루를 끝내고 시메온처럼 평화로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듭니다. 장상의 강복의 기도 역시 아름답습니다.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바로 하루 봉헌생활을 마감하면서 바치는 참 아름다운 시메온의 노래입니다. 날마다 하루를 마치며 바치는 시메온 노래와 장상의 강복 기도의 은총이 분명 언젠가 아름다운 선종善終의 죽음을 맞이하게 할 것입니다. 시메온은 예수님의 부모를 축복하고,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봉헌되는 아기 예수 아기에 대한 미래 모습을 알려 줍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봉헌의 기쁨만 있는 게 아니라 봉헌의 아픔도 있습니다. 마리아뿐만 아니라 수도자들은 물론 봉헌의 삶을 사는 모든 믿는 이들이 겪는 봉헌의 기쁨이자 봉헌의 아픔입니다. 봉헌의 아픔을 압도하는 봉헌의 기쁨이 삶의 허무를 몰아내 날마다 생명의 빛 넘치는 삶을 살게 합니다. 나와의 싸움에 지칠줄 모르는 내적힘을 제공해 줍니다. 봉헌의 기쁨과 아픔의 삶의 리듬중에 날로 깊어져 주님을 닮아가는 우리의 삶입니다.


시메온에 이은 한나라는 예언자 역시 봉헌생활에 항구하고 충실했던 결과 성전에서 봉헌되는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축복을 누립니다. 여든 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내면서,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합니다. 마침내 아기 예수님을 만난 한나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예수 아기의 소식을 전합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시메온과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두 '정주定住의 대가大家', 봉헌의 노인들이 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룹니다. 새삼 하느님 찬미와 하느님 감사는 봉헌생활의 두 핵심 요소임을 깨닫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를 통해 봉헌의 삶을 새롭게 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그는 은 제련사와 정련사처럼 앉아, 레위의 자손들을 깨끗하게 하고, 그들을 금과 은처럼 정련하여, 주님에게 의로운 제물을 바치게 하리라.”(말라3,3).


말라키 예언자의 말씀처럼,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깨끗하게 하시고 금과 은처럼 정련하여 당신 마음에 드는 참 좋은 의로운 제물을 바치게 하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68 소통의 대가大家-2015.8.12. 연중 제19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08.12 150
1267 ‘파스카의 꽃’같은 삶 -영원한 삶-2024.4.18.부활 제3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4.18 149
1266 참 사람의 영원한 본보기 “그리스도 예수님” -예닮의 여정-2024.3.28.목요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3.28 149
1265 오소서, 성령님 -행복한 사람들이여, 성령께 마음을 열라-2023.12.5.대림 제1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3.12.05 149
1264 하루하루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는 삶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2022.2.3.연중 제4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2.02.03 149
1263 정주定住의 영성 -모든 시간은 하느님 손 안에 있다-2021.11.23.연중 제34주간 화요일 2 프란치스코 2021.11.23 149
1262 최후 심판 -성덕의 잣대이자 심판의 잣대는 사랑-2020.11.11.수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317-397) 축일 1 프란치스코 2020.11.11 149
1261 주님의 제자답게 삽시다 -친교, 가난, 복음선포-2019.9.25.연중 제25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9.25 149
1260 시詩같은 인생 -착하고 성실한 삶-2019.8.31.연중 제21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8.31 149
1259 함께 잘 살기 -삶의 렉시오 디비나, 혼인, 이혼, 독신-2019.8.16.연중 제19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8.16 149
1258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사랑으로 서로 섬기십시오-2019.6.30.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6.30 149
1257 참으로 삽시다 -제자리, 제모습, 제색깔, 제향기, 제대로-2019.6.8. 부활 제7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08 149
1256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기도, 사랑, 추종-2019.6.7. 부활 제7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07 149
1255 참 좋은 영원 유일한 버팀목, -예수님-2019.6.3. 월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1886-1887)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6.03 149
1254 해피 엔딩 happy ending -모든 것은 하느님 손안에 있다-2018.10.6.토요일 성 브루노 사제 은수자(1030-110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10.06 149
1253 아름다운 귀가歸家준비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2017.10.4. 수요일 한가위(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 없음) 2 프란치스코 2017.10.04 149
1252 “깨어 있어라” -충실하고 슬기로운 행복한 하느님의 자녀들!-2018.8.30.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8.30 149
1251 하늘 나라의 삶 -자비가 답이다-2018.8.22. 수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8.22 149
1250 깨달음의 여정 -자유의 여정, 구원의 여정-2017.2.8. 연중 제5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7.02.08 149
1249 오늘 지금 여기서 사랑 실천을-2016.2.20. 사순 제1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6.02.20 149
Board Pagination Prev 1 ...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