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2. 금요일 주님 봉헌 축일(봉헌생활의 날)                                                               말라3,1-4 루카2,22-40



봉헌奉獻이 답이다

-봉헌의 생활화生活化-



주님 봉헌 축일 아침미사전 ‘초 축복과 행렬’ 예식중 주변을 환히 밝히는 신자들의 봉헌초들이 신선한 감동이었습니다. 주변을 환히 밝히는 ‘봉헌초’가 참으로 우리 ‘봉헌자’의 신원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줌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이자 봉헌생활의 날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재임중인 1997년 2월2일 첫 번째 봉헌생활의 날을 지냈고 마침내 오늘 제22차 봉헌생활의 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신자들이 주님 봉헌 축일을 맞이하여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하여 일생을 하느님께 봉헌한 축성생활 회원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날입니다.


비단 축성생활 회원들만이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이 봉헌자들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축성생활 회원들뿐 아니라 넓은 의미로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봉헌생활을 하는 우리 믿는 모든 이들의 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사중 아름다운 본기도 내용이 이를 입증합니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하느님 앞에 엎드려 간절히 비오니, 사람이 되신 외아드님께서 오늘 성전에서 봉헌되셨듯이, 저희도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게 하소서.”


아니 오늘뿐 아니라 평생 두고두고 매일 묵상하고 싶은 기도문입니다. 이어지는 예물기도와 영성체후 기도도 은혜롭기가 평생 미사중 마음이 새기고 싶도록 아름답습니다.


“주님, 세상을 구하시려고 흠없는 어린양으로 자신을 봉헌하신, 외아드님의 제사를 받아들이셨으니 교회가 기쁨에 넘쳐 봉헌하는 이 예물도 기꺼이 받아들이소서.”


기쁨에 넘쳐 봉헌하는 예물과 더불어 우리 자신도 봉헌하는 참 은혜로운 미사시간입니다. 영성체후 기도 역시 오늘 복음은 물론 평생 봉헌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상적 삶을 요약합니다. 


“주님, 시메온의 기다림을 채워 주셨으니, 이 성체를 모신 저희가 주님의 은총을 풍부히 받고, 시메온이 죽기 전에 그리스도를 품에 안는 기쁨을 누렸듯이, 저희도 기쁘게 주님을 맞이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여기서 저절로 나온 오늘 강론 제목이 “봉헌이 답이다-봉헌의 생활화-”입니다.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평생 매일이 봉헌의 날입니다. 세상에 봉헌보다 아름다운, 믿는 우리들의 모두를 담고 있는 말마디도 없을 것입니다. 믿지 않는 이들에겐 무의미한 말마디일 수 있어도 믿는 우리에게는 모두가 되는 말마디입니다.


봉헌의 사랑, 봉헌의 감동, 봉헌의 지혜, 봉헌의 기쁨, 봉헌의 축복, 봉헌의 행복, 봉헌의 치유, 봉헌의 평화, 봉헌의 자유, 봉헌의 아름다움 등 끝이 없습니다. 봉헌은 우리 삶의 의미이며 모두라 할 수 있습니다. 허무에 대한 답도 봉헌뿐임을 깨닫습니다. 봉헌생활 기쁨의 빛이 허무와 무의미, 불안과 두려움의 어둠을 몰아내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봉헌예찬이 되고 말았습니다.


억지로 마지못해, 또 의무로 봉헌이 아니라 사랑의 자발적 기쁨의 봉헌입니다. 봉헌 역시 사랑의 표현입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들은 자발적 사랑의 기쁨의 봉헌들입니다. 특히 찬미와 감사의 사랑의 공동전례기도 봉헌으로 끊임없이 하느님을 섬기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부모, 예루살렘 성전의 시메온과 한나 모두가 봉헌의 모범적 인물들입니다. 분명 예수님의 부모는 기쁨으로 예수님과 예물들을 사랑하는 하느님께 봉헌했을 것입니다. 시메온 역시 기쁨으로 사랑하는 메시아를 기다리며 의롭고 독실하게 살면서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시메온뿐 아니라 한나 역시 기쁨의 봉헌자였음에 분명합니다. 여든 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내며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긴 한나입니다. 자발적 사랑의 봉헌생활에 여든 네해도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바로 우리의 모든 수행들이야말로 기쁨의 봉헌들임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수행뿐 아니라 우리의 모두를, 즉 병고의 아픔과 이런저런 모든 걱정, 근심들을 자발적 사랑의 기쁨으로 봉헌할 때 저절로 구원의 치유입니다. 말그대로 봉헌의 치유입니다. 봉헌보다 더 좋은 명약名藥도 없습니다. 봉헌과 더불어 최고의 명의名醫이신 하느님 친히 치유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봉헌이 치유와 더불어 우리를 참으로 평화롭고 자유롭게 합니다. 우리의 자발적 기쁨의 봉헌에 대한 주님의 응답의 선물이 참 좋은 치유요, 평화와 자유입니다. 하여 우리는 더욱 사랑의 섬김에 전념, 매진할 수 있게 됩니다.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시메온처럼 봉헌자들 위에 성령께서 늘 머물러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저 역시 매일 강론을 쓸 수 있는 것도 늘 함께 계신 성령의 은총입니다. 우리의 봉헌생활 역시 새삼 성령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사실 봉헌보다 확실한 축복도 없습니다. ‘예수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하니, 바로 봉헌 축복의 생생한 증거입니다.


말라기의 예언이 성령의 사람, 시메온을 통해 실현됩니다.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을 때,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는 예언의 말씀이 실현된 것입니다. 오매불망寤寐不忘 주님을 그리던 봉헌자, 시메온이 감격에 벅차 구원자 예수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 구원을 본 것입니다.”에 이어지는 끝기도 때마다 바치는 시메온의 노래가 우리 모두 선종의 죽음을 맞이하게 할 것입니다. 사실 이보다 더 좋은 죽음 준비의 기도도 없습니다.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봉헌의 삶에 올인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제련사와 정련사처럼 우리를 깨끗하게 하시고, 금과 은처럼 정련하여, 당신에게 외로운 제물을 바치게 하시며, 자신을 봉헌하는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려주십니다. 제 좌우명 자작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중 봉헌생활의 요약과도 같은 마지막 일곱째 연을 나눔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나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아멘.



  • ?
    안젤로 2018.02.02 13:49
    평생을 온마음으로 주님께 받칠수 있도록 저희가 매일매일을 거룩하게 지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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