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4. 수요일 한가위(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 없음)

요엘2,22-24.26ㄱㄴㄷ 요한묵14,13-16 루카12,15-21



아름다운 귀가歸家준비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



오늘은 한가위 추석 명절이자 성 프란치스코 축일입니다. 이렇게 추석과 프란치스코 축일이 겹치기는 처음입니다. 어제 저녁 식사 때는 마침 제 영명축일을 맞이하여 형제들의 축하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처럼 추석이 늦어 배수확한 것을 적절한 시기에 이렇게 많이 판매하기는 처음이라 공동체가 참 홀가분하게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참 좋은 계절에 참 좋은 날입니다. 오늘 강론은 ‘아름다운 귀가준비’로 했습니다. 쉽게 말해 ‘아름다운 죽음준비’입니다. 죽음은 무에로의 환원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이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오늘 복음의 이런 부자처럼 평생 땅에 보물을 쌓다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죽음이라면 얼마나 허망하겠는지요. 참 어리석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렇게 사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탐욕이 사람의 눈을 가려 어리석게 만듭니다. 


반대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이 지혜롭고 행복한 삶입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보다 아름다운 귀가준비에 좋은 것도 없습니다. 선택할 수 없는 죽음이기에 평소 꾸준한 귀가준비가 제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귀가준비를 하며 살 수 있을까요?


첫째, 가난과 겸손의 삶입니다.

바로 이런 삶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는 성 프란치스코의 삶이 이러했습니다. 오늘 복음의 어떤 부자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삶입니다. 끊임없이 이웃과 나눔으로 자신을 비워가는 가난과 겸손보다 아름다운 삶은 없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할 때 저절로 가난과 겸손을 사랑하게 되고 선택하게 됩니다.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생명은 하느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세상 그 무엇도 우리의 생명을 보장해 주지 못합니다. 그러니 끊임없이 나누고 비움으로 하늘에 보물을 쌓는 가난과 겸손의 삶보다 더 좋은 귀가준비도 없습니다. 


둘째, 찬미와 감사의 삶입니다. 

바로 이런 삶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가난과 겸손의 삶에서 저절로 샘솟는 찬미와 감사의 삶입니다. 이런 삶이 충만한 행복을 살게 합니다. 눈만 열리면 온통 하느님의 선물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요엘 예언자도 이 수확의 계절에 맞이하는 오늘 추석날 우리 모두 하느님 찬미에 초대합니다.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리라.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


이런 큰 축복을 주신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보다 큰 불행과 어리석음은 없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부자가 그러합니다. 축복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림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런 우리 인간의 의무입니다. ‘알렐루야’ 하느님 찬미로 살다가 ‘아멘’ 하느님 감사로 끝맺는 삶이라면 참 아름다운 귀가일 것입니다.


셋째, 기쁨과 평화의 삶입니다.

바로 이런 삶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입니다. 찬미와 감사의 삶에서 저절로 샘솟는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이 기쁨과 평화입니다. 우리가 이웃에 줄 수 있는 참 좋은 선물도 기쁨과 평화입니다. 요엘 예언자도 우리 모두 하느님의 기쁨에 초대합니다.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주님이 너희에게 정의에 따라 가을비를 내려 주었다. 주님은 너희에게 비를 쏟아 준다. 이전처럼 가을비와 봄비를 쏟아 준다.”


주님이 우리 삶의 문장의 주어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축복의 선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저절로 기쁨과 평화입니다. 그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 하느님 안에서 기쁘고 평화롭게 살아야 아버지의 집으로의 아름다운 귀가입니다. 아무리 부유한 삶이라도 기쁨과 평화가 없다면 헛된 삶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부자가 그러합니다. 탐욕이 기쁨과 평화를 질식사窒息死 시켰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 부유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들은 늘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가난과 겸손, 찬미와 감사, 기쁨과 평화의 사람들입니다. 바로 이런 이들이 귀가준비를 잘하는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이런 이들은 하늘에서 울려오는 다음 목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죽은 너희들은 행복하다. 그렇다. 너희들은 고생 끝에 이제 안식을 누릴 것이다. 너희들이 한 일이 너희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요한묵14,13참조).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에 항구할 수 있게 하십니다. 아름다운 귀가준비에 미사은총보다 더 좋은 것도 없습니다. 


“온갖 열매 땅에서 거두었으니, 하느님, 우리 하느님이 복을 내리셨네.”(시편67,7). 아멘.


  • ?
    아녜스 2017.10.04 10:13
    축일 축하드리며 배농사가 잘되었다니 그 역시 축하드립니다.^^
  • ?
    오늘사랑 2017.10.04 19:05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3 착하고 성실한 삶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적극적인 삶-2017.11.19.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프란치스코 2017.11.19 167
1052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2017.11.18.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7.11.18 116
1051 무지無知의 병 -지혜가 약藥이다-2017.11.17. 금요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1207-123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11.17 106
1050 지혜를 찾아라 -하느님 나라의 실현-2017.11.16. 목요일 성녀 제르투르다 동정(1256-1302)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11.16 143
1049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삶 -찬양과 감사-2017.11.15. 연중 제32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7.11.15 189
1048 참된 겸손의 축복 -참 행복의 길-2017.11.14.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7.11.14 162
1047 순수한 마음 -“주님, 순수의 길로 저를 이끌어 주소서.”-2017.11.13. 연중 제32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7.11.13 163
1046 슬기로운 사람들 -찬미, 희망, 깨어있음, 말씀실행-2017.11.12. 연중 제32주일 프란치스코 2017.11.12 146
1045 최후의 심판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2017.11.11. 토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317-397) 축일 프란치스코 2017.11.11 218
1044 인생은 아름다워라(Life is beautiful)! -신속한 분별, 지체없는 회개-2017.11.10. 금요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400-46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11.10 144
1043 성전 정화 -성체성사의 은혜-2017.11.9. 목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프란치스코 2017.11.09 119
1042 예수님의 참 제자가 되고 싶습니까? -사랑밖엔 길이 없습니다-2017.11.8.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7.11.08 143
1041 하느님 나라의 현실화 -그리스도인의 생활규범 실천-2017.11.7.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7.11.07 193
1040 초월超越과 내재內在의 하느님 -오,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의 깊이여!-2017.11.6.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7.11.06 116
1039 참으로 살고 싶습니까?-2017.11.5. 연중 제31주일 1 프란치스코 2017.11.05 99
1038 누가 겸손한 사람인가?-겸손예찬-2017.11.4. 토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1538-1584)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11.04 106
1037 우리의 우선적 영적 의무 -하느님 사랑의 찬미-2017.11.3.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7.11.03 238
1036 연옥에서 천국을 사는 사람들 -온유와 겸손-2017.11.2. 목요일 위령의 날 1 프란치스코 2017.11.02 152
1035 우리 삶의 궁극 목표 -성인이 되는 것-2017.11.1. 수요일 모든 성인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7.11.01 257
1034 희망이 답이다 -끝까지 잡아야 할 희망의 끈, 하느님-2017.10.31.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7.10.31 120
Board Pagination Prev 1 ...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123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