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3. 연중 제32주간 월요일                                                                                 지혜1,1-7 루카17,1-6



순수한 마음

-“주님, 순수의 길로 저를 이끌어 주소서.”-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마음이 깨끗한 이를 어여삐 여기시도다."


오늘 새벽 독서의 기도 첫 후렴이 오늘 강론 주제와 일치합니다. 하느님만 아니라 사람 누구나 순수한 이를 좋아하고, 누구나에게 순수를 향한 갈망이 있습니다.


수행의 궁극목표는 깨끗한 마음, 마음의 순수입니다. 마음의 순수자체가 은총이요 축복입니다. 마음이 순수할 때 진선미眞善美, 참되고 좋고 아름답습니다. 마음이 순수할 때 자비롭고 겸손하고 지혜롭고 자유롭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산상설교의 참행복 선언중 말씀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지혜서 역시 순수한 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선량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그분을 찾아라. 주님께서는 당신을 시험하지 않는 이들을 만나 주시고, 당신을 불신하지 않는 이들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신다. 비뚤어진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고, 그분의 권능을 시험하는 자들은 어리석은 자로 드러난다.”(지혜1,1ㄴ-3).


참으로 주님을 찾을 때 순수한 마음입니다. 늘 깨어 주님을 찬미할 때 순수한 마음입니다. 얼마전 읽은 조선시대 세종대왕에 이어 위대한 임금으로 꼽는 정조대왕의 글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몇 개월 동안 가물다가 창덕궁 안의 누각이 완성되자 비가 내려 그 기쁨에 누각의 이름을 ‘희우루喜雨樓’라 이름짓고 정조임금 친히 쓴 글입니다. 희우루는 ‘가뭄 끝에 비가 내려 기뻐한다.’는 뜻입니다.


“농사가 풍년이 들어 백성들이 생업을 즐겁게 여길 것이니 그 기쁨이 크다. 옛 사람(소동파)이 희우로 정자의 이름을 지은 것도 반갑게 내리는 비의 기쁨을 새겨두려고 한 것이다. 마음으로 반갑게 내린 비를 기뻐하면 그만일 터인데 어찌하여 정자의 이름까지 그것으로 지었단 말인가?


 마음이란 자기만 알고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니 마음에만 새겨 둔다면 자기 혼자만 그 기쁨을 즐기게 되고, 다른 사람과 함께 기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큰 기쁨을 마음에 새겨두고, 마음에 새겨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사물에다 새겨두고, 사물에 새겨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마침내 정자에다 이름 지었으니 기쁨을 새겨두는 뜻이 큰 것이다. 그러므로 이 누의 이름을 ‘희우루’라 부르고자 한다.”


정조의 홍재전서에 실려 있는 정조임금의 백성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희대稀代의 명문으로 이 글에 대한 필자의 부연 설명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문장력으로 나오는 글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글로 옮긴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런 명문을 쓰고 싶으면 이런 마음과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할 것이니 글쓰기의 어려움은 문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생각의 바름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음이 좋아야 글도 좋고 말도 좋고 행동도 좋습니다. 순수한 마음 자체가 자산이요 힘입니다. 오늘 복음에 대한 답도 결국은 순수한 마음으로 귀결됨을 봅니다. 오늘 복음은 세부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남을 죄짓게 하지 마라, 형제가 죄를 지으면 몇 번이고 용서하라, 그리고 믿음의 힘입니다.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것보다, 연자매를 걸고 바다에 내던져지는 편이 낫다.”

“네 형제가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돌아와 ‘회개합니다.’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

“너희가 겨자씨 한알 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하더라도, 그것이 너에게 복종할 것이다.”


참으로 마음이 순수할 때 남을 죄짓게 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마음이 순수할 때 형제가 죄를 지어도 몇 번이고 용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에 믿음의 힘도 더해질 것입니다. 죄가 없어서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 사랑할수록 순수한 마음입니다. 순수한 마음에서 샘솟는 열정의 사랑이요 지혜요 기쁨입니다. 이런 순수한 마음에 주님은 믿음을 더하여 주십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도 하느님 앞에서의 순수한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운 없는 삶 역시 이런 하느님 앞에서의 순수한 삶일 때 가능합니다. 화답송 시편139장의 첫부분 고백이 공감이 갑니다.


“주님, 당신은 저를 살펴보시고 잘 아시나이다. 앉으나 서나 당신은 저를 아시고, 멀리서도 제 생각 알아차리시나이다. 길을 가도 누워 있어도 헤아리시니, 당신은 저의 길 모두 아시나이다.”(시편139,1-3).


이런 하느님 현존의식이 우리 마음을 순수하게 합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을 요약한 “주님 영원의 길로 저를 이끌어 주소서.”라는 화답송 후렴입니다. 순수는 영원입니다. 영원대신 순수를 넣어, “주님, 순수의 길로 저를 이끌어 주소서.”기도해도 좋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마음을 순수하게 하시고 믿음을 더하여 주십니다. 


"하느님 곁에 있는 것이 내게는 행복, 이 몸 둘 곳 주님, 나는 좋으니 하신 일들 낱낱이 이야기 하오리다."(시편73,28).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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