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13. 부활 제2주간 금요일                                                                                 사도5,34-42 요한6,1-15



분별력分別力의 지혜

-모든 덕행의 어머니는 분별력이다-



오늘은 ‘분별력에 지혜’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우스개 말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분별력의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컫는 말입니다. 공동체 책임자의 우선적 자질도 분별력에 있습니다. 분별력의 지혜요 분별력의 잣대는 사랑입니다. 베네딕도 성인 역시 그의 규칙서 '제64장 아빠스를 세움에 대하여'에서 분별력의 지혜를 강조합니다.


‘자기의 명령에 있어서는 용의주도하고 깊이 생각할 것이다. 그 명령이 하느님께 관계되는 일이든 아니면 세속에 관계되는 일이든 분별있고 절도있게 할 것이니, “만일 내가 내 양의 무리를 심하게 몰아 지치게 하면 모두 하루에 죽어 버릴 것이다” 하신 성조 야곱의 분별력을 생각할 것이다.

이밖에도 모든 덕행들의 어머니인 분별력의 다른 증언들을 거울삼아, 모든 것을 절도있게 하여 강한 사람은 갈구하는 바를 행하게 하고, 약한 사람은 물러나지 않게 할 것이다.’(성규64,17-19)


바로 베네딕도 중용사상을 대표하는 구절입니다. ‘분별력(discretio)’은 과격하거나 지나치지 않음이요, 깊은 생각에서 나온 절도있는 태도입니다. 베네딕도는 분별력의 중용을 모든 덕의 어머니라 부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합니다. 참으로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 분별력의 지혜를 지닌 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동체 책임자들은 디테일에 강해야 합니다.


오늘 요한복음의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에서도 예수님의 분별력이 빛을 발합니다. 복음 후반부에서 빵의 기적을 체험한 자들이 예수님의 행하신 표징의 의미를 참으로 깨닫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그들의 오해는 그 표징을 지상정치와 관련지은 데 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을 민족해방자로 오해하여 억지로 메시아 왕으로 삼으려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올라가셨다.’


광야에서 예수님께 대한 세 번째 유혹을 기억할 것입니다. ‘세상 모든 나라와 영광을 보여주며 땅에 엎드려 경배하면 저 모든 것을 주겠다’는 악마의 유혹입니다. 바로 이와 흡사한 유혹을 단번에 정리하신 예수님의 분별력입니다. 


위기를 직감한 예수님은 이들의 유혹에, 열광하는 군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분별력의 결단을 내려 즉시 산으로 물러나십니다. 홀로 삶의 중심인 하느님 아버지 안에 머물면서 자신의 신원을 새롭게 확인하며 영육을 충전시켰음이 분명합니다. 생각나는 두 시편 구절입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그분께 몸을 숨기는 사람!”

“너희는 멈추고 하느님 나를 알라.”


하여 때로 예수님처럼 외딴곳에 물러나 삶의 중심을 잡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확인함이 분별력의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공을 이루면 거기 머물지 말라는 노자의 말씀도 같은 맥락의 분별력의 지혜를 말합니다. 정말 분별력의 지혜를 발휘하여 떠날 때 잘 떠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의 바오로 사도의 스승이자 온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율법교사 가말리엘 바리사이 역시 ‘분별력의 대가’임이 드러납니다. 사도들의 일로 혼란해지 최고의회 분위기를 분별력의 지혜를 발휘하여 단숨에 정리해 버입니다.


“이제 내가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저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버려 두십시오.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때로 건드리지 말고 때가 될 때까지 하느님께 맡기고 기다리며 ‘그냥 버려 두는 것’이 분별력의 지혜일 수 있습니다. 경솔히 서두르다가 망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사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아 그것이 현실이지.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기는 것도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모든 덕행의 어머니가 분별력입니다. 정보와 지식이 홍수시대, 복잡하고 유혹이 많은 일상에서 진짜 본질적 단순소박한 삶을 살기위하여 비단 공동체의 책임자뿐 아니라 누구나 분별력의 지혜를 필요로 합니다. 


분별의 잣대는 사랑입니다. 정말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때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분별할 수 있는 지혜도 선사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분별력있는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 우러러보는 것이라네.”(시편27,4). 


이런 사랑의 관상적 삶에서 샘솟는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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