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7. 화요일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107) 기념일 

로마1,16-25 루카11,37-41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사랑이 답이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9일 저녁 노벨상위원회는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시킨 공헌”을 인정해 미국 시카고대학교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 교수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관한 기사를 읽던중 제목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대로 강론 제목으로 택했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늘 말씀드리지만 사람이 문제입니다. 얼마전 ‘문제 수도승들(problem monks)’을 주제로 미국 분도회 장상들이 모임의 주제로 삼았다지만 사람 역시 ‘문제 사람들(problem human beings)’입니다. 사람 모두가 문제입니다. 


사람이 문제입니다. 사람이 문제라면 하느님이 답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바로 사람이 문제라면 사랑이 답이라는 말입니다. 사랑밖엔 길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 바로 여기 사랑의 하느님이 답임을 말해 줍니다.


무지의 사람입니다. 마음의 병중 으뜸이 ‘무지의 병’입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나를 모르는 무지의 병입니다. 무지를 깨달아 알아 갈수록, 하느님을 알아가고 나를 알아갈수록 참사람이 됩니다. 완성된 참사람이 아니라 참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평생공부가 하느님을 알아가고 나를 알아감으로 참사람이 되는 공부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말씀을 봐도 인간 무지가 문제임을 보여 줍니다. 참 어리석은 무지의 사람들입니다. 바오로가 개탄하는 인간무지의 현실을 들어보십시오.


“그들은 지혜롭다고 자처하였지만 바보가 되었습니다. 불멸하시는 하느님의 영광을 썩어 없어질 인간과 날짐승과 길짐승 같은 형상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그들은 하느님의 진리를 거짓으로 바꾸어 버리고, 창조주 대신에 피조물을 받들어 섬겼습니다.”


창조주 하느님은 영원히 찬미받으실 분이십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나를 모르는 ‘똑똑한 바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예수님께서 식사전에 먼저 손을 씻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 역시 무지의 사람, 똑똑한 바보임이 분명합니다.


하느님이 답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입니다. 그러니 사람이 문제라면 사랑이 답입니다. 사랑은 지혜입니다. 사랑은 겸손입니다. 사랑은 순수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면 할수록 무지는 치유되어 지혜가 되고 교만은 치유되어 겸손이 되고, 불순한 마음은 치유되어 순수의 깨끗한 마음이 됩니다. 진복팔단중 두 구절이 생각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사랑할 때 마음이 가난한 겸손한 사람들이요, 사랑할 때 마음이 깨끗한 순수한 사람들입니다. 정말 깨끗해야 할 것은 밖이 아니라 속마음입니다.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사랑뿐입니다. 


지혜와 겸손, 순수의 어머니는 사랑뿐임을 깨닫습니다. 동시에 사랑은 분별의 잣대이자 율법의 완성입니다. 사랑은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0년이 훨씬 지난 중학교 시절 영어선생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겉옷보다는 속옷이 깨끗해야 하고 솟옷보다는 마음이 깨끗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죄를 짓지 않아, 마음을 깨끗이 닦아 순수가 아니라, 사랑하면 할수록 깨끗한 마음, 순수한 마음입니다. 마음의 순결은 우리 수도자의 직접적 목표이고 궁극의 목적은 하늘나라인데 바로 사랑이 이의 결정적 열쇠임을 깨닫습니다. 겉이 아무리 깨끗해도 속이 더러운 것은 그대로이지만, 속이 깨끗하면 겉은 저절로 깨끗해 집니다. 복음의 어리석은 바리사이들을 향한 다음 주님 말씀이 입증합니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이 속도 만들지 않았느냐?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바리사이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사랑의 자선으로 속에 탐욕과 사악을 깨끗이 비워내라는 것입니다. 무지에서 기인하는 탐욕과 교만입니다. 역시 탐욕의 치유에도 사랑뿐임을 깨닫습니다. 사랑하면 할 수록 무욕의 지혜요 겸손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사랑의 실천을 통해 겉과 속 모두가 깨끗해 진다는 것입니다. 정말 사랑으로 속이 꽉찬 사람은 외양에 초연합니다. 사랑이 많아 자존감이 높은 이들은 무엇을 입어도 잘 어울리니 최고의 패션은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저는 어제 이런 공동체의 형제애를 체험했고 감동했습니다. 젊고 건강할 때는 혼자서 살 수 있겠지만 약하고 병들거나 노쇠하면 공동체의 사랑이, 도움이 절대적임을 은연중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관심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을 다쳤을 때 형제들의 기민한 사랑의 도움으로 즉시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알게 모르게 여러 형제들의 관심의 표현을 통해 공동체의 사랑을 실감했습니다. 


형제들의 외적 단점들이 이 사랑으로 모두 깨끗해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사랑에 비하면 외적 결점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거룩하게 전례를 행하고 규율을 잘 지켜도 사랑없으면 정말 '말짱 도루묵'(아무 것도 아님을 뜻하는 비속어)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아는 길은 사랑뿐입니다. 사랑만이 본질적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알아갈수록 겸손과 지혜요 순수입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자기를 몰라서 판단이지 자기의 한계와 약함을 알면 알수록 절대 남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사실 각 사람의 마음 깊이에서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고 하느님만이 아시기 때문에, 판단은 절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고 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하여 바오로 사도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13,7).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사랑의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무지의 병을 치유해 주시어 날로 지혜롭고 겸손하고 순수하게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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