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0. 수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지혜3,1-9 로마8,31ㄴ-39 루카9,23-26



순교적 삶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방금 흥겹게 부른 화답송 후렴이 순교적 삶의 고난과 기쁨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끊임없는 기도로 바치면 참 은혜롭겠습니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단 거두리다.”


오늘은 참 자랑스런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로 세계 전 가톨릭교회가 한국순교성인들의 축일 미사를 봉헌하는 날입니다. 이날이 되면 저는 2003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성 요한 수도원에 잠시 머물 때 성전 미사의 추억이 생각납니다. 


아침 성무일도 독서 시에는 영어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서간이 낭독되었고 미사시에는 한국 순교성인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먼 이국땅에서의 한국순교성인들 축일미사가 참 신기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미사후에는 여러 수사님들로부터 축하인사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느껴보지 못한 미국 성 요한 수도원에서의 감동적 미사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전 세계 가톨릭 교회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영어로된 매일 미사책 내용 소개글 전문을 그대로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의 축일은 19세기 여러 차례의 박해동안 자신의 생명들을 하느님께 바친 한국의 103위 순교자들을 기념한다. 안드레아 김대건은 한국 최초의 사제였고 바오로 정하상은 평신도 선교사였다. 세분의 주교와 일곱분의 사제들외에 모든 연령층에 걸친 영웅적 평신도들로 이뤄진 순교자들이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4년 한국 여행중 그들을 시성했다.-


비록 짧은 육신의 세월을 사셨지만 시공을 초월하여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삶을 사는 순교성인들이심을 깨딛습니다. 당시 저는 서울 장충동 수도원에서 연학중이었고 동료수도자들과 함께 여의도에서의 시성미사에 참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아마 18-19 세기에 걸친 혹독한 박해 중 1만여명의 순교자를 낸 나라는 교회역사상 한국이 유일할 것입니다. 오늘날도 전국 곳곳에 소재한 순교성지들을 끊임없이 순례하는 신자들을 통해 순교영성은 면면히 계승되고 있음을 봅니다. 


가톨릭 교회는 순교자들의 교회입니다. 교회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순교영성이요 우리 역시 순교영성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순교자들은 바로 오늘 제1독서 지혜서가 소개하는 의인들을 닮았습니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져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참 위대한 신앙의 신비입니다.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어떤 역경중에도 내적평화를 누리며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찬 순교영성을 사는 의인들을 오늘날도 우리는 자주 목격합니다. 어제 읽은 70대 초반 어느 자매의 백절불굴의 순교적 신앙의 모습이 담신 편지의 내용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역경중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자매입니다. 


“몸도 건강치 못하고 나이는 들었으나 다행히 목소리는 괜찮은 편이어서 성악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가대 봉사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노래할 때는 정말 기쁘고 온갖 고통들이 희석됨을 느낍니다. 시간만 나면 테이프 틀어놓고 연습을 합니다. 어렵지만 도전하는 저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고 노력합니다.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이중창을 작은 딸과 함께 부르면 딸과의 의사소통도 되고 관계가 좋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경의 고난중에도 순교영성을 사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친히 주시는 ‘기쁨’과 ‘평화’와 ‘희망’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순교영성의 마르지 않은 샘이 그리스도의 사랑,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순교축일때마다 늘 듣는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이지만 들을 때마다 새로운 힘이 샘솟는 느낌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시작하여 하느님의 사랑으로 끝납니다. 바로 이런 사랑의 체험이 백절불굴, 칠전팔기 순교적 삶의 원동력입니다.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탄력좋은 믿음의 삶을, 파스카의 신비를, 파스카의 기쁨을 살게 합니다. 오늘 다음 복음 말씀이 순교적 삶을 잘 압축 요약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주님 사랑 때문에 날마다 자신을 버리고, 비우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기쁘게 순교영성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 하느님의 사랑을 가득 부어 주시어 우리 모두 자발적 기쁨으로 순교적 삶에 항구하고 충실하게 하십니다. 끝으로 제 자작 좌우명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마지막 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 ?
    아녜스 2017.09.21 07:08
    순교조상님들 덕분에 신부님과 신자들에세서 축하인사 받은 흐뭇한 날이였습니다.
    You guys are lucky 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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