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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9.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콜로1,21-23 루카6,1-5



분별의 잣대는 사랑



분별의 잣대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율법의 기본정신 역시 사랑입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 역시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랑의 표현 역시 다 달라 틀리고 맞고가 없습니다. 재미있는 예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여기 요셉 수도원 길이 아름다워 사진과 더불어 ‘제 사랑하는 수도원 초가을 하늘길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사촌 형에게 카톡으로 전송했고 다음과 같은 답을 받았습니다.


“옛날의 신작로길이로군. 사람이 많이 다니면 면사무소나 군에 포장을 요청해도 되네. 요즈음 농촌에 한두가구만 살아도 도로를 포장해 주고 겨울엔 눈차로 눈도 치워준다네. 요구하지 않으면 해주지 않네. 다음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게.”


아, 이렇게 실용적 시각으로 볼 수도 있구나!’ 새삼스런 깨달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라 잠시 당황스러웠습니다. 함께 수도원 길의 아름다움에 대해, 흙길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공감해줄줄 알았습니다. ‘천국가는 길같아요.’, ‘평화의 상징, 요셉수도원의 길이네요.’ ‘마음도 눈도 드높아 지는 것같습니다.’ 몇 신자 분들의 반응과는 천지 차이였습니다. 


바로 보는 관점의 차이입니다. 이렇게 보는 눈이 다릅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다 다르지만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촌 형의 포장이 안된 수도원 길에 대한 조언 역시 고마운 사랑의 표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는 예수님 제자들에 대한 바리사이들의 문제 제기도 틀린 것이 아닙니다. 관점의 차이일 뿐입니다. 안식일의 관점에서의 판단입니다. 이들의 안식일에 대한 사랑,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인정해 줘야 합니다.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이 아닌 제자들에게 직접 묻습니다.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안식일법 잣대로 보면 답은 자명해 집니다. 참으로 바리사이들의 고정관념에서의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살아있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법대로 하면 이보다 편한 것은 없으나 이보다 무책임한 일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이들의 관점을 문제 삼지 않고 다윗의 실화를 ‘사실fact’로 제시합니다. 관점을 바꾸는데 사실의 예例를 드는 것보다 설득에 좋은 것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이어 예수님은 결정적 답을 주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오늘 복음의 핵심 결론 구절입니다. 안식일이 중심이 아니라 사랑의 예수님이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안식일법의 잣대가 아닌 예수님 사랑의 마음을 잣대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통한 하느님 사랑이 모든 법을 상대화시킵니다. 


매사 ‘예수님은 어떻게 처신하셨을까?’, 법의 잣대, 내 잣대가 아닌 예수님 사랑을 최종 분별의 잣대로 삼아야 비로소 사람을 살리는 올바른 분별입니다. 사실 절박한 현실을 사랑의 눈으로 직시하면 답은 즉시 저절로 나옵니다. 만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 제자들의 배곺아 굶주린 현실을 사랑의 눈으로 직시했다면 안식일법을 드리대지는 않았을 것이며 그대로 묵인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예수님과 사랑의 일치가 중요합니다. 오늘 콜로사이서는 우리 수도자들이 매주 수요일 바치는 웅장하고 장엄한 그리스도 찬가(콜로1,12-20)에 이은 콜로사이 신도들에 대한 바오로의 호소입니다. 예수님 마음과 하나되는데 사랑을 다해 그리스도 찬가를 끊임없이 바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콜로사이 성도들은 물론 세례성사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권고입니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하여 여러분과 화해하시어, 여러분이 거룩하고 흠없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당신 앞에 설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믿음에 기초를 두고 꿋꿋하게 견디어 내며 여러분이 들은 복음의 희망을 저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 말씀대로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여 하느님 사랑에 깊이 뿌리 내리고 거룩한 사람이 되어, 믿음에 기초를 두고 복음의 희망을 지니고 꿋꿋이 견디며 살아갈 때 선사되는 분별력의 은총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보라, 하느님은 나를 도우시는 분, 주님은 내 생명을 떠받치는 분이시다.”(시편54,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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