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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16. 연중 제19주간 수요일                                                                              신명34,1-12 마태18,15-20



누가 거룩한 사람인가?

-지혜, 자비, 기도-



오늘로서 모세오경(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제1독서는 끝납니다. 참 파란만장한 감동적인 내용들입니다. 특히 오늘 마지막 신명기 독서에서 모세의 모압 평야에서의 임종 장면은 참 인상적입니다. 


참 아름다운 떠남의 죽음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때를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잘 떠날 때 잘 떠나는 죽음보다 아름답고 중요한 것도 없습니다. 모세는 아마도 자기 사명을 다했을 무렵 죽음을 예견했을지도 모릅니다.


“저것이 내가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너의 후손에게 저 땅을 주겠다.’하고 맹세한 땅이다. 이렇게 네 눈으로 저 땅을 바라보게는 해주지만, 네가 그곳으로는 건너가지는 못한다.”


여기까지가 모세의 역할입니다. 안타깝지만 자기의 역할을 아는 것이 지혜요 겸손입니다. 참으로 분골쇄신粉骨碎身, 주님을 위해 전 삶을 봉헌했던 내가 없었던 ‘공선사후公先私後’의 모델이 모세였습니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되어 꿈에 그리던 약속의 땅을 바라보면서 생을 마감하는 모세에게서 비장미悲壯美까지 느껴집니다.


마침내 모세는 죽어 모압 땅에 묻혔고, 죽을 때의 나이는 백스무살이었으나 그의 눈은 아직 정기를 잃지 않았고 정력도 떨어지지 않았다 합니다. 참 아름다운 선종입니다. 오늘날까지 그가 묻힌 곳을 알지 못한다라는 기사에서 모세의 승천 일화가 근거하는 것 같습니다. 무덤이 없는 사람 모세입니다. 에녹처럼 하느님이 바로 모세를 데려 갔음을 암시합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이스라엘 지도자의 평화로운 임무교대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란 말대로 이제 약속된 새로운 땅에서의 역할은 여호수아에게 맡겨졌습니다. 마치 릴레이 경주에서 제 역할을 끝낸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바톤 텃치하는 모습같아 참 보기 좋습니다. 


‘모세가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안수하였으므로, 여호수아는 지혜의 영으로 가득 찼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그의 말을 들으며, 주님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실천하였다.’


얼마나 아름다운 평화로운 임무교대인지요. 이런 모습도 보고 배웁니다. 모세의 평소 삶도 거룩하고 위대했지만 마지막 떠남의 삶은 더욱 거룩하고 위대하며 아름답습니다. 미련없이, 집착없이 제 사명을 다한 후 떠남의 죽음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사람, 하느님의 벗인 모세입니다. 


거룩한 인간의 첫째 요소는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떠날 때 잘 떠나는 일이야 말로 참으로 지혜로운 일입니다. 평상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하루하루 잘 살았던 모세였기에 이런 아름다운 떠남의 죽음입니다. 


이제부터 내일부터는 여호수아를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여호수아기 제1독서의 시작입니다. 새삼 끝은 시작임을, 늘 새롭게 시작하는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거룩한 인간의 두 번째 요소는 자비입니다. 모세를 통해 지혜를 배우고 예수님을 통해 자비를 배웁니다. 공동체 삶의 원리는 자비와 연민입니다. 죄를 지은 공동체 형제를 깨우쳐 끝까지 함께 살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내치기는 쉽습니다만 끝까지 품고 살기는 힘듭니다. 


교정이 없는 공동체는 약한 공동체입니다. 여기서 죄인에 대한 공동체의 처신은 ‘벌punishment’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정을 통한 ‘화해reconciliation’에 있음을 봅니다. 사실 약점만 들춰내기로 하면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얼마전 미국 베네딕도회 장상들 모임에서 주제가 ‘문제 수도승들problem monks’ 이었고, 필자의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우리 모두가 문제 수도승이다.’라는 자각의 결론에도 공감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문제 수도자도 끝까지 품고 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립니다. 땅과 하늘은 하나로 직결되어 있습니다. 땅에서의 공동체 형제들의 관계가 매이지 않고 늘 풀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양파껍질 벗기듯 벗기고 나면 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공동체의 지도자든 형제들이든 진정 거룩한 사람의 두 번째 요소는 무한한 인내의 자비심입니다. 하여 분도 성인은 그의 수도공동체 형제들에게 ‘형제들의 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라.’(성규72,7) 권고하십니다.


거룩한 인간의 세 번째 조건은 기도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하느님과의 소통인 기도입니다. 늘 기도할 때, 때를 아는 지혜에 하느님을 닮아 연민가득한 자비심입니다. 두 사람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의 공동체라도 주님의 이름 모인 곳에는 주님도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계명 준수의 핵심도 기도임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 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테28,20).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거룩한 사람으로 즉, ‘지혜의 사람’, ‘자비의 사람’, ‘기도의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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