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7.8.5. 연중 제17주간 토요일                                                                                레위25,1.8-17 마태14,1-12



희년禧年의 비전과 영성의 실현

-하늘 나라-



오늘 제1독서 레위기의 희년의 비전과 영성이 참 반갑고 새롭습니다. 아주 오래된 미래의 빛나는 비전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의 비전은 이렇듯 아름답고 신선하고 현실적입니다. 사람은 비전이 있어야 타락하지 않고 고결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평생 비전은 하늘나라, 하느님이었습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물로 믿는 이들 역시 원대한 궁극의 비전은 역시 하늘 나라입니다. 하여 가시아노 교부는 수도생활의 직접적 목표는 마음의 순결이요 궁극적 목표는 하늘나라라 했습니다.


희년의 영성과 직결되는 하늘 나라입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줄기차게 선포했던 것이 희년의 영성이었습니다. 오늘 레위기에서처럼 세상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 주는 구원의 해가 희년입니다. 일곱 번의 안식년이 끝나는 50년째 되는 해가 희년으로 이 때는 모두가 제자리를 찾는 해입니다. 해방과 자유는 세차원에서 이뤄집니다.


첫째는 인간의 해방입니다. 노예였던 모든 이들이 풀려나 자유인의 삶을 살기 시작하는 해입니다. 둘째, 경제적 해방입니다. 모든 부채를 탕감받아 빚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입니다. 셋째는 생태적 해방입니다. 하느님 만드신 자연과 땅도 경작에서 해방되어 휴식을 취하며 자유를 누리는 해입니다. 하느님 창조하신 세상 모두가 해방과 자유를 누리며 균형과 조화를 찾는 희년입니다. 


희년의 영성이 참으로 아름답고 심오하여 매력적입니다. 희년의 영성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자비로운 하느님이십니다. ‘너희는 너희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 오늘 레위기 마지막 말씀이 희년의 주인은 하느님이심을 증언합니다. 


진정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들은 희년의 이상을 현실화하는데 전념할 것입니다. 희년의 하늘나라 비전을 살았던 참 아름다운 사람이 예수님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에 돌입하기 직전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을 인용하시며 당신의 사명을 천명하신 루카복음의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셨다.”(루카4,18-19).


희년의 영성이 존재 깊이 스며 들어있는 예수님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진정 하느님을 찾고 주님을 믿는 이들에게는 매일이 축제이며 희년입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노력합니다. 그러고 보니 바로 진정한 수도생활은 오늘 지금 여기서 희년의 하늘 나라 삶을 사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문득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시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셋째 연이 생각납니다. 진정 희년의 비전과 영성을 살았다면 이 세상 삶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2박3일의 대월수도원에서의 삶, 참 아름답고 행복했습니다. 자유롭고 평화로웠습니다.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늘 거기 그 자리에서 희년의 비전과 영성을 지니고 상주의 삶을 살 때 비로소 아름답고 행복한 삶,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이겠습니다. 오늘 대월수도원을 떠나는 저는 천시인의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에 덧붙여 ‘행복하였다고 말하리라.’고백하고 싶습니다.


수도원과 교회뿐만 아니라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는 사회 역시 희년의 비전과 영성의 실천이 참으로 절박한 때입니다. 모두가 공멸이 아닌 모두를 살리는 공존공생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 희년의 비전과 영성의 실천이겠습니다. 


실제 이스라엘 역사에서 희년이 실천된 바는 없다하지만 그냥 ‘이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으로 희년의 이상을 ‘현실화’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수도원과 교회가 우선적 모범을 보여야 할 희년의 비전과 영성입니다.


희년의 비전과 영성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런 비전과 영성을 잃어 버렸을 때 세상 탐욕과 권력욕에 눈 멀어 삶은 참 비루해지기 마련입니다. 희년의 비전과 같은 ‘하늘 나라’ 빛나는 비전을, 꿈을, 희망을 잃었을 때 타락과 추락은 필연입니다. 


바로 오늘 마태복음의 헤로데 임금이 그 대표적 인물입니다. 이런 하늘 나라 빛나는 비전이 없기에 분별의 눈도 없어 우유부단하고 경솔경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여 마침내 악녀 헤로디아 모녀의 유혹에 빠져 자기에게 직언했던 정의와 진리의 예언자 세례자 요한을 죽이고 맙니다. 


말 그대로 순교의 죽음입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장사지내고, 예수님께 알렸다 합니다. 아마도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통해 분명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을 것이나 이에 좌절하지 않고 더욱더 하늘 나라 비전의 실현을 위해 투신하려는 결의를 굳혔을 것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살아야 할 희년의 비전과 영성입니다. 이래야 아름답고 행복한, 자유롭고 평화로운 하늘 나라의 실현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희년의 비전과 영성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눈이란 눈이 모두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은 제때에 먹을 것을 주시나이다.”(시편145,15).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3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파스카의 꽃’같은 삶-2021.9.3.금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540-604) 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9.03 181
992 분별의 잣대는 예수님 -예수님과 사랑의 우정 관계가 결정적이다-2021.9.4.연중 제22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04 136
991 참 좋으시고 아름다운 주님 -“에파타! 열려라!”-2021.9.5.연중 제23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9.05 155
990 그리스도와 우정友情의 일치 여정 -자유와 행복-2021.9.6.연중 제23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06 144
989 하느님 자녀의 삶 -기도, 배움, 선포-2021.9.7.연중 제23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07 140
988 우리 믿는 이들의 영적靈的 족보族譜 -뿌리 살이 없이는 꽃도 없다-2021.9.8.수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9.08 214
987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파스카 예수님의 사랑밖엔 답이 없습니다- 2021.9.9.연중 제23주간 목요일 ​​​​​​​ 1 프란치스코 2021.09.09 155
986 너 자신을 알라 -회개, 겸손, 온유, 지혜, 감사-2021.9.10.연중 제23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10 147
985 하느님 중심의 삶 -끊임없는 회개와 말씀의 실행-2021.9.11.연중 제23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11 209
984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사랑, 배움, 따름-2021.9.12.연중 제24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9.12 126
983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들 -하느님 중심의 삶-2021.9.13.월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학자(349-407) 기념일 1티모2,1-8 루카7,1-10 1 프란치스코 2021.09.13 139
982 삶의 중심인 예수님의 십자가 -성 십자가 예찬-2021.9.14.화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9.14 196
981 부단한 자기비움, 자기초월의 삶 -축제인생을 삽시다-2021.9.15.수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9.15 121
980 주님과 일치의 여정 -사랑이 답이다-2021.9.16.목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9.16 145
979 삶의 중심인 예수님 -기본에 충실한 본질적인 삶-2021.9.17.금요일 성녀 힐데가르트 동정 학자(1098-1179)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9.17 137
978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절망은 없다-2021.9.18.연중 제24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18 144
977 파스카의 삶, 의인의 삶 -지혜, 섬김, 환대-2021.9.19.연중 제25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9.19 146
976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가? -순교적 신망애信望愛의 삶-2021.9.20.월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1-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동료순교자들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9.20 174
975 하늘 나라의 삶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2021.9.21.화요일 한가위 ​​​​​​​ 1 프란치스코 2021.09.21 159
974 주님 중심의 본질적 삶 -회개와 감사, 파견과 선포, 환대와 평화-2021.9.22.연중 제25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22 131
Board Pagination Prev 1 ...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