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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20.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탈출3,13-20 마태11,28-30



주님과의 일치가 답이다

-비우고 닮고 담아라-



주님과의 일치가 답입니다. 비움과 닮음을 통한 주님과의 일치이며 평생과정의 과제입니다. 비움과 닮음,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제1독서 탈출기의 모세를 통해 깨닫는 진리입니다. 두분다 하느님과의 소통에 최고의 경지에 이른 기도의 사람,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주님과의 소통을 통해 깊어지는 비움과 닮음의 경지입니다. 어제 있었던 두 구체적 실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공동체에서 옷을 정리할 기회가 주어져 옷장에 있는 많은 입지 않는 옷들을 덜어냈습니다. 수십년간 이리저리 쌓여 있던 무수한 옷들이었습니다. 아까워 주저하던 옷들이라 그동안 옷장 안에 간직해 두었지만 거의 입지 않았던 옷들입니다. 대부분 수도원 생활이라 사실 수도복 외에는 거의 입을 기회도 없기에 사장된 옷들이었습니다. 사실 꼭 필요한 옷들만 남겨 둔다면 옷장은 훨씬 넓은 공간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아, 가난하구나! 가진 게 없다.”


순간 떠오른 깨달음이었습니다. 대부분 검정이나 회색빛 계통의 수수한 낡은 옷들을 비워내면서 수십년 수도생활을 해 온 자신의 가난을 실감했습니다. 동료수도자들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텅 빈 허무가 아니라 하느님만을 사랑했기에 가난은 곧 텅 빈 충만의 부유임을 깨달았습니다. 


외적공간의 확장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랑의 비움으로 내적공간을 넓혀감이 영적 삶의 비결임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넓은 외적 공간도 세월 지나면서 채워지기 마련이기에 깨어 끊임없이 비우지 않으면 늘 공간은 부족하기 마련일 것입니다. 새삼 주님을 사랑하여 끊임없이 내적공간을 넓혀감이 자유롭고 부유한 행복의 길임을 깨달았습니다.


어제 병원진료갔을 때의 체험입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중 살짝 열린 문틈으로 의사선생님의 밝고 친절한 착한 얼굴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활짝 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치유는 만나면서 시작되는 구나!’ 순간 체험했습니다. 얼굴은 음성은 마음의 반영입니다. 신뢰와 평화를 주는 의사선생님의 모습과 음성이 마음을 개방하게 함으로 시작되는 치유라는 것입니다. 고백성사나 성체성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모습과 음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사제를 통해 주님이 잘 드러날수록 내적치유의 효과도 크겠기 때문입니다.


주님과 소통을 통한 내외적 사랑의 비움이요 이런 비움을 통해 주님을 닮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이런 비움과 닮음의 내적과정을 통해 주변의 사람들이나 사물을 분별해 담아 감당할 수 있는 역량도 커질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과 모세가 참 좋은 모범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11,28-30)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초대말씀’을 통째로 인용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앞서 어제 복음에서 주님의 ‘감사기도’(마태11,25-27)를 기억할 것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과 아버지와 얼마나 깊은 일치의 소통관계에 있는지 짐작하셨을 것입니다. 이런 아버지와 깊은 일치의 소통을 통해 자기를 비워 아버지를 닮았기에 모두를 담아 감당할 수 있는 내적공간이 확보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아버지의 품이 된 예수님의 품입니다. 


예수님의 품안에서 우리 역시 예수성심의 온유와 겸손을 배워갈 때 우리의 멍에는 주님의 편한 멍에로, 우리의 무거운 짐은 주님의 가벼운 짐으로 바뀌면서 비로소 내적으로 자유롭고 부유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끊임없이 사랑의 비움과 닮음을 통해 우리도 주님과 하나되면서 이웃을 담을 수 있는 깊고 넓은 내적 품을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탈출기의 모세와 하느님과 소통의 대화가 참 깊고 솔직하고 진지합니다. 이런 하느님과 일련의 깊은 소통의 대화의 기도를 통해 모세의 내면은 텅 비워졌을 것이고 얼굴은 더욱 하느님을 닮아갔을 것이며 내면의 품은 한없이 깊어지고 넓어졌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내적 품의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모세가 큰 위로와 힘을 받은 것은 하느님의 이름을 알 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있는 나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있는 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여라.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 곧 아브하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신 야훼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여라. 이것이 영원히 불릴 나의 이름이면, 이것이 대대로 기릴 나의 칭호이다.”(탈출3,13-15참조).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모두를 말하는 하느님의 이름입니다. 존재자체의 하느님으로 주위 모두에 활짝 열려 있는 어디에나 현존하는 분이시며 예로부터 믿는 모든 이를 품에 안으시는 분임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과 깊은 일치의 소통을 통해 모세의 품도 하느님을 닮아 한없이 넓어지고 깊어졌을 것입니다. 주님과의 참만남은 비움과 닮음, 담음이란 일련의 과정을 밟게 됨을 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사랑의 비움을 통해 당신의 온유와 겸손을 닮게 하시고, 모두를 담을 수 있는 넓고 깊은 내적 품을 지니게 하십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보고 맛들여라. 행복하여라, 주님께 피신하는 사람!”(시편34,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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