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29. 토요일 시에나의 가타리나 동정 학자(1347-1380) 기념일

사도6,1-7 요한6,16-21



두려움에 대한 답은 주님뿐이시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정말 두려움이 큰 적입니다. 두려움이 마음을 닫게 하고 원만한 관계를 어렵게 합니다. 두려움 때문에 개방하지 못해 자유롭지 못합니다. 인간의 원초적 정서가 두려움입니다. 이런 저런 두려움에 에워싸여 사는 사람들입니다. 두려움에 대한 근본적 처방은 주님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카파르나움으로 향하던 제자들의 배가 한 밤중 큰 바람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장면은 인생항해 중 공동체들이 겪는 어려움을 상징합니다. 사실 얼마나 많은 크고 작은 공동체들이 주님을 모시지 않아 인생항해중 난파되기도 하고 조난당하기도 하는지요. 흡사 한반도의 남북한이 겪고 있는 위기도 복음의 사면초가의 상황과 흡사합니다.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처해 있던 제자들은 자기들의 배를 향해 호수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는 순간 두려움에 빠집니다. 캄캄한 밤 호수위를 걸어오시는 분이 주님이시라는 것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호수위를 걸어오시는 것은 바로 예수님이 신적존재임을 알려주는 가시적 표지입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6,20ㄴ)


이 말씀이 진정 복음입니다. 두려움에 대한 답은 주님뿐임을 입증합니다. ‘나다(I AM)’는 바로 탈출기에서 모세에게 계시된 하느님의 이름입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 우리를 위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은 사랑이십니다. 주님 ‘사랑의 빛’이 우리 안팎의 ‘두려움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예수님을 배 안으로 모셔 들이려고 하는 순간,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 합니다. 이 또한 주님 사랑의 기적입니다. 어려웠던 과거의 시간들도 지난 후 뒤돌아보면 순간처럼 느껴지는 경우를 종종 체험하지 않습니까? 바로 주님이 함께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요셉 수도원 십자로 중앙, 예수부활상 아래 바위판에 새겨진 글자가 바로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입니다. 이 글귀는 수도형제들이 선정한 것입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성구와 경쟁했을 때 수도형제들은 위의 성구를 택했고,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며 위로와 격려를 받는 성구입니다. 


주님의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에는 꼭 ‘내가 너와 함께 있다.’라는 말씀이 뒤따릅니다. 고백성사 처방전 말씀으로 써드리는 이사야서 말씀도 생각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준다. 내가 도와 준다. 정의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준다.”(이사41,10).


우리와 늘 함께 계신 임마누엘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두려움에 대한 근본적 처방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제자들의 교회공동체가 흡사 복음의 파선위기에 처해 있던 제자들 공동체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매일 배급을 받을 때 그리스계 유다인들 신자들이 히브리계 유다인들 신자들에게 홀대를 받았기에 분열의 위기입니다.


분열의 위기를 수습한 것은 바로 열두 사도의 분별의 지혜였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하셨기에, 부활하신 주님을 공동체의 중심에 모셨기에 주님으로부터 선사된 분별의 지혜임이 분명합니다. 내부 분열로 난파직전의 제자들의 공동체가 사도들의 지혜로운 처방에 따른 역할 분담으로 평화의 일치를 회복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서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아 내십시오,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사도6,2ㄴ-4).


둘 다 똑같은 주님을 위한 봉사로 다만 서로 다른 구별區別만 있을 뿐 우열優劣의 차별差別은 없습니다. 이래야 비로소 공동체의 평화와 일치입니다. 정말 두려운 것은 내부의 분열입니다. 나라든 가정이든 개인이든 똑같이, 작고 힘이 없어서 망한 것이 아니라 내부 분열로 망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좌우간 주님을 공동체 삶의 중심에 확고히 모실 때 평화와 일치의 공동체요 어떤 안팎의 풍랑에도 파선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서로 좋아서, 마음이 맞아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동체 삶의 중심인 주님을 바라보기에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사랑의 빛으로 우리 안팎의 두려움의 어둠을 몰아내시고 당신을 중심으로 한 ‘평화와 일치의 공동체’를 선사하십니다.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그들의 목숨을 죽음에서 구하시고 굶주릴 때 그들을 살리시기 위함이라네.”(시편33,18-1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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